진주 대표 고기 맛집, 봉곡동 ‘산청흑돼지’ 김진수 대표
진주 대표 고기 맛집, 봉곡동 ‘산청흑돼지’ 김진수 대표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01.22 18: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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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년 오픈, 33살때 가업 물려 받아
대만에서한류식당성공경험이어가
올해 혁신도시 직영점 오픈할예정

경남 진주시엔 몇 군데의 ‘산청흑돼지’가 있다. 그중 기자가 다녀온 곳은 진주에서 제일 먼저 문을 연 이른바 '원조' 산청흑돼지다. 94년도에 문을 연 북장대로(옛 봉곡동) 59번길의 산청흑돼지는 현 김진수 대표의 부모님, 그러니까 산청 출신 초대 사장님이 식탁 5개로 시작한 작은 동네식당이었다. 규모가 지금처럼 된 건 2001년도에 함께 붙어있던 상가들이 나간 것을 그대로 인수하면서부터였다. 식당 벽에 시(詩)들이 많은 건 바로 식당운영 전 책 사업을 했던 부모님의 글에 대한 사랑의 흔적이다.

산청흑돼지 김진수 대표는 봉원초등학교와 진주중학교, 진주고등학교를 졸업한 진주사람이다. 2010년도에 동국대 경영학과를 나와 대기업에 취업한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유학을 결정, 맨체스터 대학교 경영학부에 진학해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다시 귀국한 김 대표는 제조회사 인사부서 재직 중 휴가를 내고 다녀온 대만에서 한식당의 가능성을 보았다.  2014년 무렵,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한류라는 현상을 등에 업고 대만을 강타하고 있던 때였다.

 

봉곡동 산청흑돼지 김진수 대표. 올해 그의 목표는 직영점 두 곳을 여는 것이다.

 

한류 열풍 업고 ‘대박’난 대만 한식당

“<별에서 온 그대>를 보고 대만 현지에 카페 같은 식당을 차리면 잘 될 것 같았어요. 이 정도 한류 열풍이면 될 거라고 본 거죠. 한국으로 돌아와 곧바로 퇴사를 하고 타이베이(Taipei, 대만의 수도)로 가 카페 한식당을 차렸습니다. 대박이 났죠. 대만 연예인이 자주 왔고 패션 잡지가 저희 식당을 기사로 다루면서 일주일 만에 몇 개월 치 예약이 다 잡혔습니다. 저희 식당이 실시간 인기 드라마 열풍을 이으면서 대만 젊은이들에게 즉각 어필한 것 같아요. 메뉴도 기존 한식당이 찌개, 밥 종류의 식사 위주였던데 반해 저희는 치킨, 떡볶이 등 젊은 층이 즐길 수 있는 메뉴가 중심이었습니다. 덕분에 대만 젊은 층의 호응이 좋았죠. 오픈 전 식당 바깥을 보면 손님들이 줄을 서있곤 했는데 사실 좀 무섭기도 했어요(웃음). 그래도 돌이켜보면 살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식당은 2016년 ‘타이베이 올해의 식당’ 시상에서 동상까지 받았다. 김 대표의 한식당은 거칠 게 없어 보였다. 하지만 1년 반 뒤 그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이제 쉬고 싶다’시며 식당을 막내 아들에게 넘기고 싶은 부모님의 요청 때문이었다. 형과 누나는 다른 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부모님의 산청흑돼지를 물려받는 일은 같은 업종을 하던 김 대표의 몫이 됐다. 타지에서 성공은 좋았지만 마침 한국으로 오고 싶었던 김 대표에게 부모님의 제안은 감사한 일이었다. “미련은 전혀 없다. 즐거웠고 많이 배웠다”고 말한 그는 천상병 시인의 ‘귀천’ 마냥 대만 생활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김 대표 나이 33살 때 일이다.

 

94년 식탁 5개로 시작한 산청흑돼지는 현재 정직원 10명의 어엿한 맛집이 됐다.

 

진주에서 최고 시급을 주는 곳

처음 김 대표는 고깃집에 문외한이었다. 그래서 친구가 운영하는 육가공장에 몇 개월간 찾아가 돼지 부위에 대하여 배웠다. 돼지를 팔면서 돼지를 모르면 안 되겠기 때문이었다.

“레시피는 모두 어머니 것을 받았습니다. 처음엔 힘든 일도 많았어요. 요리 중 사고를 당해 화상치료 하느라 수 주 동안 병원 신세 진 적도 있고요. 식당은 제가 물려받을 때도 이미 유명했습니다. 다만 내부가 좀 낡아 인테리어는 새로 했죠. 화장실을 깨끗이 갖추고, SNS에서 ‘진주맛집’으로 오르내리면서 젊은 손님들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옛날엔 동네 장사였는데 지금은 진주에 오시는 분들이 꼭 한 번 들러야 할 곳으로 성장했죠. 단, 식당을 물려받으면 맛이 달라진다는 말들은 살짝 스트레스였어요. 어머니가 직접 해도 주인이 바뀌었으니 왠지 다른 맛이 나는 것 같다는. 그래서 맛에 더 신경을 썼습니다. 그렇지만 어머니의 시식은 항상 저를 긴장시키죠.(웃음)”

산청흑돼지의 직원은 10여 명이다. 94년도부터 함께 해온 베테랑도 있고 짧게는 2년 된 사람도 있다. 흥미로운 건 아르바이트생들의 근속 연수가 평균 1년 이상이라는 사실이다. 알고보니 산청흑돼지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진주시 최고 수준 시급을 주고 있었다.

 

산청흑돼지는 산청 밭에서 키운 배추를 뽑아 직접 김장을 담근다. 많을 땐 8,000포기까지 간다. 

 

“직원들 복지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시급은 아마 진주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해요. 아르바이트생들 중엔 군대 갔다가 다시 일하러 오기도 합니다. 아예 친동생을 대신 일하게 해두었다 다시 오는 친구도 있어요. 저희는 근속한 직원들에게 여러 가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수직원 해외연수,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리조트 숙박권을 제공하죠. 식당 일이라는 게 아무래도 힘드니 복지가 좋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모님은 직원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걸 허용하지 않으시는 분들이세요. 직원들이 마음 편히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늘 말씀하시죠. 그래서 이 정도 복지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해요. 저희는 회식도 주 2회는 하는 편입니다. 고기와 술은 단합에 좋아요.(웃음)”

산청흑돼지의 인기 비결은 김 대표 모친의 음식 솜씨가 지켜온 ‘집의 맛’이다. 이곳에서 조미료란 없다. 된장국에 쓰는 메주는 직접 만든다. 김치도 사먹는 게 편하지만 자체 김장 시스템이 있다.  산청 밭에서 직접 키운 배추를 한달 동안 적게는 5,000포기, 많게는 8,000포기 김치를 담근다. 소규모 김치 공장보다 많은 수준이다.

“어머니께서 늘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욕심내지 마라. 욕심을 내면 음식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족이 먹는 것과 같이 해라'. 실제로 저희 가족과 어린 조카까지 가게 음식을 같이 먹어요. 가족이 먹는 거니 음식으로 딴 생각을 할 수 없죠. 전 부모님의 그 마음도 우리 식당이 사랑받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목표는 직영 식당 늘리는 것

김 대표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어머니다. 특히 손님을 대할 때 진심을 담은 친절은 김 대표에게 큰 자극을 줬다. 밖에서 얼굴 붉힐 일이 있었더라도 식당 문만 들어서면 상냥해지는 그 프로의식을 김 대표는 음식 맛과 함께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올해 목표는 직영 식당을 두 곳 정도 여는 일입니다. 혁신도시점은 확정된 상태구요, 나머지 한 곳은 알아보는 중이에요. 항상 부족하다는 마음으로 부모님께서 일궈놓은 성과에 누가 되지 않도록 발전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김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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