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좋아 음악과 사는 사람, 라이브클럽 ‘나 어떡해’ 문상돈 대표
음악이 좋아 음악과 사는 사람, 라이브클럽 ‘나 어떡해’ 문상돈 대표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01.26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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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장수출신,누이들과진주로
90년대 진주에서 황금기 보내
중학교동창과 52세늦깎이결혼

진주에서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를 보낸 사람은 ‘마법의 성’이라는 레스토랑을 알 거다. 현 진주시 계동 우리은행 지점 인근 건물 4, 5층에서 영업한 곳으로, 주말이 되면 발 디딜 틈 없던 차 없는 거리 사람들이 몰리며 ‘마법의 성’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요즘 같은 불경기는 그때만 해도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았던, 그저 다른 세상의 먼 미래였다.

계동 라이브클럽 ‘나 어떡해’의 문상돈 대표. 그가 바로 저 옛날 ‘마법의 성’의 주인이었다. 한우와 사과가 유명한 전북 장수 출신. 장수는 진주의 상징이 된 논개의 고향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문 대표가 진주와 연을 맺게 된 건 결혼하며 진주에 터를 잡은 누이들을 따르면서였다. ‘마법의 성’을 운영하던 시절, 그는 주유소 7곳과 한때 가좌동의 성지였던 해남빌딩, 그리고 명석에는 자동차 학원까지 소유하고 있었다. 대중음악의 황금기라 일컫는 90년대는 문 대표 인생에서도 황금기였다. IMF 외환위기가 닥치기 전까진 말이다.

 

진주시 계동 라이브클럽 '나 어떡해' 문상돈 대표. 그는 단지 음악이 좋아 이곳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사진=김성대 기자. 

 

‘국가 부도의 날’ 이후 과거의 영광은 추억에 묻고 소소한 삶을 보내고 있는 문 대표를 만나기 위해 라이브클럽 ‘나 어떡해’를 찾았다. 2013년 8월에 문을 연 클럽 이름은 1977년 샌드페블스라는 팀이 제1회 MBC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곡 제목과 같다. ‘나 어떡해’는 진주산업대학교(현 진주과학기술대학교) 출신인 문 대표가 군 입대 전까지 베이시스트로 밴드 생활을 하면서 자주 카피했던 곡이기도 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밴드를 했어요. 베이스를 쳤죠. 그땐 제대로 된 악보도 없어 판(LP)을 듣고 따서 연주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청정 지역’이었던 장수에서 악기 장만할 방법이 없어 친구들은 쌀과 고추를 팔아 악기를 샀더랬죠. 저는 집에 있던 캐논 카메라를 몰래 팔아 베이스를 샀고요.(웃음)”

 

2013년 8월에 문을 연 '나 어떡해' 입구. 사진=김성대 기자.

 

가게에 들어선 기자를 반긴 건 은은한 조명 아래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일렉트릭 기타와 키보드, 마샬 앰프와 타마 드럼, 그리고 뮤직비디오가 랜덤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흰색 스크린이었다. 이글스(Eagles)의 ‘데스페라도’에 이어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마이 올’을 토해낸 뮤직비디오는 샤키라(Shakira),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스콜피온스(Scorpions)를 연이어 들려주었다. 특히 스콜피온스의 클라우스 마이네(Klaus Meine)는 스모키(Smokie)의 크리스 노먼(Chris Norman)과 더불어 문 대표가 편애하는 보컬리스트이기도 했는데, 그러나 정작 그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은 따로 있었다. 바로 한국의 ‘가왕’, 조용필이었다.

“조용필을 좋아해요. 그는 학창시절 우리의 영웅이었죠. 작사, 작곡, 노래 어느 하나 빠지는 데가 없는 ‘천재’였지 않나 싶습니다. 가장 처음 샀던 음반도 ‘창밖의 여자’가 있는 조용필 1집이고, 처음 접한 공연도 중3 때 본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공연이었습니다. 장계에서 전주까지 버스를 타고 가 봤으니, 그땐 정말 어린 나이에도 음악을 향한 열정이 컸던 것 같습니다.(웃음)”

문 대표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나 어떡해’를 운영하고 있는 것 자체가 음악을 좋아해서이기 때문이다. 그는 ‘나 어떡해’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저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일이어서 하고 있을 뿐이다.

 

'나 어떡해' 내부 모습. 스크린에 '마이 올'을 열창하고 있는 머라이어 캐리가 보인다. 사진=김성대 기자.

 

“40~60대 분들이 많이 오십니다. 30대 분들도 가끔 오구요. 아무래도 확 터지는 사운드에 매력을 느끼고 오시는 것 같아요. 전속 밴드마스터가 있는데 트럼펫과 키보드, 드럼을 모두 다룰 줄 아는 팔방미인입니다. 악기는 물론 손님들도 연주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말 문 대표에게 경사가 있었다. 늦깎이 결혼을 한 것이다. 당시 그의 나이 52세. 상대는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동창이었다.

“아내가 중학교 동창입니다. 둘 다 초혼이구요.(웃음) 중학교 동창들로 구성된 골프 모임이 있었는데 그때 가까워졌어요. 제가 ‘여태껏 혼자 살았는데 이젠 함께 살아가자’ 식으로 프로포즈 아닌 프로포즈를 했는데 아내가 흔쾌히 받아들여 결혼까지 이어졌네요. 어머님 연세가 있으셔서 장남인 제가 효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내는 지금 이전부터 머물던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주말 부부인 셈이죠.”

요즘 진주 시내에선 ‘임대’라는 현수막이 자주 보인다. 곤두박질치고 있는 경기의 냉기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시민들을 종횡무진 압박하고 있다. 문 대표도 마찬가지다. 현재 ‘라이브클럽’이라는 간판을 단 곳은 진주에만 60개 정도다. 운영이 쉽지 않은 것이다.

“경기가 너무 안 좋아요. 특히 진주는 소비 도시여서인지 일단 장사가 너무 많습니다. 손님은 1명인데 장사는 9명인 거죠. 잘 될 리가 없잖아요.(웃음) 저는 현재 다른 사업을 구상 중입니다. 뭐, 좋은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웃음)”

김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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