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 원동삼거리 응꼴 '민재농장' 곽진욱 에나파머스 회장
진주시 원동삼거리 응꼴 '민재농장' 곽진욱 에나파머스 회장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01.18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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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출신, 경남관내 축협 근무
원동삼거리 ‘응꼴’에 농장 차려
에나파머스방향은‘작물의다양화’

진주시 강소농 자연모임체 ‘에나파머스’의 곽진욱 회장은 경남 김해 출신이다. 부모님은 김해의 전형적인 농부였고 본인은 수 십 년을 경남 관내 축협에서 일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본래 농업 쪽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퇴직 후 농사일을 늘 염두에 두고 있었다. 사업가 집안에서 자란 아내는 망설였지만 곽 회장의 의지를 꺾을 순 없었다. 그는 집현면 원동삼거리 응꼴에 남은 생을 펼쳐나갈 자신만의 500 여 평 보금자리를 꾸몄다.

 

진주시 원동삼거리 응꼴에 있는 '민재농장'의 주인 곽진욱 에나파머스 회장. 그는 수 십 년을 경남 관내 축협에서 일했다.

 

덕유산 정기 받은 ‘민재농장’

“진주시 고전 문헌을 보면 여기가 덕유산 정기가 뻗는 곳이라 합니다. 이런 곳이라면 건강하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때마침 땅도 나온 터였습니다. 학교장으로 퇴직하신 분이 농사지으려 샀던 땅을 다시 내놓으신 거죠. 그 분이 농사 지을 여건을 거의 닦아놓아서 저는 몸만 들어오면 됐습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더 사는 정도였죠.”

퇴직 후 모아둔 개인 돈으로 인수한 농장 이름은 화할 민(旼)에 심을 재(栽)를 쓴 ‘민재농장’이다. 언젠가 곽 회장이 지인들과 만나러 간 백운산 도사가 아호처럼 지어준 이름을 그는 그대로 자신의 농장 이름에 대입했다.

 

덕유산 정기를 받는 민재농장 전경.

 

곽 회장은 대봉감과 아로니아, 백하수오, 그리고 청계알을 취급한다. 약초를 공부하다 알게 된 백하수오는 지난해 처음 판매를 해봤다. 백하수오는 4년째 되면 절로 녹아내리기 때문에 곽 회장은 3년산으로 캤다. 다시 심은 지는 2년 됐다. 씻어서 말리고 자른 민재농장의 백하수오는 지난해 여름 중부농협 로컬 푸드에서 자신의 가치를 시험받았다. 처음엔 잘 안 팔렸다. 그러다 경북 영주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진주에 백하수오 파는 데가 있다 해서 전화했다. 있는 대로 모두 달라’는 내용이었다. 전화 건 사람은 교회 신자였는데 백하수오가 차 끓여먹기 좋아 찾은 것이었다. 곽 회장은 가지고 있던 백하수오를 그 사람에게 다 넘겼다. ‘더 없냐’는 구매자의 말에 그는 ‘3년은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회원으로 몸담고 있는 약초 모임 회원들의 전문 분야에 자신이 발을 걸치는 것 같아 곽 회장의 백하수오 판매는 현재 사실상 보류 상태다.

 

에나파머스의 중점과제는 ‘공동쇼핑몰’

응꼴에 농장을 연 지 올해로 5년째. 곽회장은 백하수오 외 한여름엔 아로니아를 수확하고 평소엔 토종닭과 청계를 돌본다. 닭 키우는 일은 에나파머스 회원 중 한 명인 양계업자에게 자문을 구했고, 청계알 등 계란 판매는 서울에 사는 처남의 인맥이 힘이 됐다.

“처남을 통하니 처남 지인들께서 믿고 청계알을 사주십니다. 다행히 질과 가격 면에서 모두 만족스러워 하셔요. 달걀과 관련해선 닭의 사육과정과 현황 등을 블로그에 올립니다. 총 80마리인데 토종닭이 50마리, 청계가 30마리예요.”

진주시 강소농 모임체는 에나파머스를 포함해 현재까지 7개다. 7개 중 에나파머스는 여섯 번째로 결성됐다. 곽 회장은 과거 축협을 다니면서 농민 상대를 많이 한 일이 에나파머스 회장직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농사 기술이 아닌 행정 처리, 사람들과의 대화, 조직을 운용하는 데서 과거 커리어는 현재 직책에 적지 않은 보탬이 되는 것이다.

 

곽 회장은 총 80마리 닭을 키운다. 토종닭 50마리, 청계가 30마리다.

 

“다른 강소농 자연모임체는 보통 10명에서 13명, 적은 곳은 10명 이내인 반면, 저희는 34세부터 82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23명 회원이 활동 중입니다. 향후 중점 과제인 공동쇼핑몰 운영을 위해선 다양한 작물들이 있어야 해서 회원은 많은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토론도 하고 교감도 되거든요. 저희는 봉사활동을 모임체 내부 개념으로 보는데, 어느 집이 바쁜 철이 되면 덜 바쁜 회원들이 가서 도와주는 것이죠. 봉사와 크로스코칭을 겸해 하는 겁니다. 물론 올해도 그렇게 할 예정이구요. 또 올해부턴 임원회의를 매월 열기로 했습니다. 에나파머스 회원들에게 정신적, 경제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는 부분에 관해 더 깊이 고민하자는 뜻에서 추진한 것입니다.”

요즘 곽 회장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에나파머스 공동쇼핑몰이다.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들이 더 다양한 농산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필요하다면 외부와도 접촉을 해서 장터를 확대해나가는 방법을 그는 찾아내고 싶다. 또한 농사만 짓지 말고 ‘공부하는 농민’이 될 수 있도록 모임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곽 회장이 가진 작은 바람이다.

 

민재농장의 여름철은 아로니아 수확기다.
민재농장의 여름철은 아로니아 수확기다.

 

“저는 농사가 좋습니다. 가정의 100% 소득원으로선 꾸려나갈 수 없지만 내 가족이 신선한 농작물을 접하고, 때 되면 내가 직접 농사지은 걸 먹을 수 있다는 건 매우 값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엔 회의적이었던 아내도 요즘엔 조금씩 농사일에 정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다행이죠.”

김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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