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생산과 합리적 소비를 잇다" (주)마시스 예병익 대표
"정직한 생산과 합리적 소비를 잇다" (주)마시스 예병익 대표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07.04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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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 대구, 2007년까지 증권 관련 일 종사
2016년 (주)마시스 설립, 약 56농가와 거래중
"시작은 온라인, 가야 할 길은 오프라인 발품"
당분간은 진주에 머물며 지역 농민들의 힘 될것
농산물 유통 브랜드 (주)마시스의 예병익 대표는 과거 증권 관련 일을 했다. '마시스'는 "마싯다, 마시스면 더 먹지"라는 말에서 따온 이름이다. 사진=김성대 기자.

처음엔 큰 비전은 없었다. 그저 공판장 납품처에 가 가격을 제대로 못 받는 사람들과 같이 가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농사는 지었지만 규모는 작고 판로도 시원치 않은 사람들, 그들과도 상생하려 했다. 2016년 12월 '정직한 생산자의 상품을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소비할 수 있게 중간에서 유통 마진을 최소로 가진다'를 모토로 (주)마시스는 그렇게 시작됐다.

마시스 예병익 대표의 고향은 대구다. 예 대표는 과거 증권 관련 일을 했다. 직접 거래를 넘어 필명으로 증권 관련 글도 썼고 모 경제TV에선 증시 분석 대본에도 관여했다. 1999년도부터 해오던 그 일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부터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수원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5년 정도를 근무한 예 대표는 자신의 다른 미래를 예감하게 된다. 그곳은 농민컨설팅 교육도 함께 하던 회사였다.

“지인에게 농산물 거래를 해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주식거래와 별반 차이가 없을 것 같더군요. 수요와 공급, 거래에 따라 가격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건 본질에서 같아 보였습니다. 그렇게 잘 모르는 분야임에도 전자상거래 회사에 들어가게 됩니다. 36살에 들어갔는데 저보다 10살이 어린 ‘사수’가 있었어요. 예전엔 직장 생활을 안 해봐서 몰랐는데 직접 해보니 그곳에선 일 잘하고, 눈치 빠른 게 최고더군요.(웃음) 입사 일주일 만에 깨달았습니다. 직장은 일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는 걸.”

예 대표는 방향을 틀었다. 그는 다시 경기도 소재 한 전자상거래 회사에 들어가 일했고, 2016년도에 독립했다. 진주는 그 과정에서 연을 맺은 지역이다.

예 대표가 현재 거래 중인 농가는 대략 56곳. 처음엔 한 사람만 알았다. 거기서 알음알음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알음알음으로 해오다 보니 56농가 거의가 한 지역 사람들이다. 한계가 느껴졌다. 물건도 경쟁력을 잃어갔다. 농산물 거래일은 생각만큼 녹록치 않았다. 계절 요인도 많았고 기후에 따른 가격 폭락 폭도 심했다.

“처음엔 GAP(농산물 우수관리 인증) 농가정보서비스 등을 활용해 농가들마다 일일이 전화를 했어요. 어디냐고 전화를 끊는 사람들도 있었고, 모 대추 업체 경우엔 접촉 하는데 반나절이 걸린 경우도 있었죠. 30군데 정도 접촉하면 한 곳 정도 성사 된다 보시면 됩니다. 이 일은 처음부터 욕심을 가지면 안 되는 일이었어요. 특히 온라인의 경우엔 상품 평이 쌓여야 하거든요. 그래서 같은 상품을 3년은 밀고 가야 합니다. 그래야 소비자들이 재구매를 해요.”

처음엔 노마진, 역마진으로 힘들었다. 그렇게 첫해 매출은 1억5천만 원을 찍었고, 둘째 해엔 4억5천만 원에 이르렀다. 자신감이 생긴 예 대표는 분위기를 업고 소싱(부품 등의 대외구매)을 벌였지만 마켓 영업 쪽에 소홀했던 탓에 매출이 갑자기 떨어졌다. 그는 ‘내가 사장이구나, 내가 하는 만큼 되는구나’를 이때 깨닫고 전국을 다니기 시작했다. 전북 남원으로 누룽지를 알아보러 갔고, 가는 길에 눈에 띈 김치 업체에 들어가 ‘김치 있습니까’ 물어도 봤다. 강릉처럼 먼 거리는 3, 4군데에 미리 연락을 취해두고 1박2일로 다녀온다. 경북 성주에선 참외 업체들에 또 일일이 전화를 돌린다. 기존 업체들은 꾸준히 관리해야 하고 일주일에 새로운 업체 1, 2군데는 반드시 다녀야 한다. 이것이 정직한 생산자와 합리적 소비자 사이를 이어주는 마시스 예 대표가 습관처럼 해야 하는 일들이다.

마시스의 시작은 온라인이지만 그 과정과 결실은 발로 뛰는 오프라인에서 나온다. 사진=김성대 기자.

“농민들의 작물을 컨택해 택배 작업이 가능한지, 온라인 판매에 관심이 있는지를 묻고 물건을 소싱합니다. 그러고 디자인을 거쳐 판매를 하죠. 판매는 주로 오픈마켓이나 마시스 사이트를 통해서 합니다. 싸게 매입 해 싸게 파는 방법을 늘 고민해요. 단, 이렇게 하면 선별을 다시 해야 하는 애로점은 있습니다. 반대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장점도 있죠. 농협과 거래 등 대량으로 물건을 판매해야 할 경우엔 선계약 후 계약금을 주고 거기서 물건을 바로 택배사로 띄우는 형태로 진행합니다.”

마시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함께 물고 가야 하는 업체다. 시작은 온라인으로 했지만 결국엔 오프라인으로 가야 한다는 게 예 대표의 지론이다. 중간 상인이 없으면 물건을 처리할 수 없는 한국의 유통 구조 속에서 공판장, 가게 납품 등으로 농산물을 소진하는 농가에게 마시스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물론 현재로선 먼 그림은 그릴 수 없다. 장기 계획을 세우려면 시장 선도자가 돼야 하는데, 예 대표는 자신에겐 그럴 가능성도 능력도 없다고 말한다. 그저 물건을 못 팔아 힘든 분들과 함께 하고 싶을 뿐, 그건 1년 정도면 자리를 잡을 것 같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오프라인으로 기업체를 접촉해 농가들과 기업체를 이어주는 b to b(기업 간 전자상거래). 현재로선 이 정도가 현실성 있는 마시스의 ‘중기 계획’이다.

“업무 환경은 서울이 제일 좋습니다. 경남 쪽에선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가령 사진 한 장도 전문 인력이 필요한데 서울엔 차고 넘치는 반면, 이곳에선 하늘의 별 따기죠. 나중에 서울로 갈 계획은 있습니다. 하지만 당분간, 최소 몇 년은 진주에 머물 예정이에요. 지금은 어떻게든 여기 사람들 걸 팔아줘야겠다는 생각만 합니다.”

김성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