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꿈꾼 남편과 공무원 출신 아내 '지리산별마루' 정민효·김윤숙 대표
만화가 꿈꾼 남편과 공무원 출신 아내 '지리산별마루' 정민효·김윤숙 대표
  • 이화섭 기자
  • 승인 2019.02.2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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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 2002년 아버지 마농사 이어 받아 귀농
김 대표 ‘부산 발령-은퇴’ 남편 도와 농사 시작
“아내 덕에 마케팅 적극 활용, 가공제품도 출시”
만화가는 포기했지만 제품 디자인에 실력 활용
정민효, 김윤숙 지리산별마루 대표는 각자의 역할을 통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 최고의 파트너십을 뽐내고 있다.
정민효, 김윤숙 지리산별마루 대표는 각자의 역할을 통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 최고의 파트너십을 뽐내고 있다.

 

약초의 고장 산청군에서 마, 우엉, 도라지 등을 재배하고 있는 정민효 지리산별마루 대표를 만났다. 만화가를 꿈꾸며 문하생 생활을 하던 정 대표는 2002년 아버지의 농사를 이어 받아 귀농했다. 당시 갑작스럽게 귀농을 결정한 그는 “아버지가 몸이 불편하셨고, 문하생 생활의 일정치 않은 삶 등이 이유였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농사를 이어 받았기 때문에 작목은 자연스레 ‘마’였고 지역은 ‘진주’였다. 뿌리채소인 마는 땅속으로 깊게는 120㎝까지 뿌리를 뻗어야 하고 물이 고이는 땅에서는 자랄 수 없어 모래가 적당히 섞인 사질토나 마사토에서만 재배할 수 있다. 국내 마 재배지역이 주요 하천 상류 쪽에 모여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마’는 까다롭고 예민한 작목이다. 한곳에서만 오래 재배하면 연작피해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작목과 돌려짓기도 해야 한다. 대부분 농부들이 마와 우엉을 함께 농사짓는 이유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돌려짓기에도 한계가 와 정 대표는 연작피해 최소화를 위해 다른 작목을 재배할 수밖에 없었다. 정민효 대표의 선택은 도라지였다. 그는 “도라지는 3년차부터 수확이 가능해 마, 우엉과 함께 로테이션으로 농사짓기 ‘딱’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산청으로 농지를 옮겨 도라지 재배를 시작했다. 산청으로 건너오면서 상호도 바꿨다. 기존 '진주자연농원'은 산청에서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SNS 공모를 통해 탄생한 상호가 지금의 '지리산별마루'다. 정 대표는 “마루는 꼭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해석하면 지리산에서 별(스타) 마루(꼭대기)처럼 가장 뛰어난 농산물을 만들겠다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모든 농사가 그렇듯 도라지 재배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품종의 선택이었다. 정 대표는 안동생물자원연구소 권중배 박사가 개발한 안동약도라지를 선택했는데, 안동약도라지는 가는 뿌리가 많아 그만큼 사포닌이 더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와 권 박사는 마 농사를 지을 때부터 자문을 구하는 등 인연이 있었다.

 

김윤숙 대표는 공무원 퇴직 후 지리산별마루의 마케팅을 담당했다. 보다 전문적인 마케팅을 위해 김 대표는 수많은 과정을 수료하고, 상장과 자격증을 취득했다.
김윤숙 대표는 공무원 퇴직 후 지리산별마루의 마케팅을 담당했다. 보다 전문적인 마케팅을 위해 김 대표는 수많은 과정을 수료하고, 상장과 자격증도 취득했다. 사진=이화섭 기자.

그렇게 도라지를 재배한 지 1년 차가 되던 2017년 6월 김윤숙 대표도 농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김 대표는 “진주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부산으로 발령이 나면서 공무원을 은퇴하고 농사를 제대로 키워보자 생각해 함께 농사짓게 됐다”고 설명했다. 농사는 부부가 함께 하니 시너지가 곧바로 나타났다.

김 대표가 합류하면서 농산물로만 판매되던 마, 우엉, 도라지가 지리산별마루 볶은 우엉차, 더진한별도라지배즙, 지리산약도라지청·진액 등으로도 출시됐다. 보다 전문적인 마케팅을 원했던 김 대표는 SNS지도사, 소셜마케터, 한국벤처농업대학 등 마케팅 관련 다양한 과정들을 수료한 뒤 ‘밤을 잊은 농부들’ ‘산청군직거래장터’ 등을 통해 산청 농부들과 협업시스템도 구축했다. 김 대표는 “모든 제품에 자신있다. 특히 우엉차는 180~200℃에서 2시간 볶은 로스팅을 통해 만든 것으로 찌꺼기가 남지 않고 깔끔하다”고 했다.

 

정민효 대표가 직접 서각하여 만들고 있는 지리산별마루 현판. 이외에도 정 대표는 제품에 들어갈 이미지를 직접 그려 넣기도 했다.
정민효 대표가 직접 서각하여 만들고 있는 지리산별마루 현판. 이외에도 정 대표는 제품에 들어갈 이미지를 직접 그려 넣기도 했다.

정 대표는 문하생 시절 실력을 살려 제품 디자인 등을 직접 그려 넣었다. 취미로 배운 서각, 캘리그라피를 활용해 간판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아내에 비해 마케팅은 약해도 농사는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노하우로 자신 있었다. 그는 이를 활용해 자색마, 큰둥근마, 열매마 등 7가지 마를 재배하며 농가 수익에 도움 될 연구를 진행 중이다. GAP인증과 무농약 재배도 정 대표의 자랑이다. 정 대표는 “농약을 사용하게 되면 생산량은 많을 수 있지만 고객들이 맛을 본다면 제일 먼저 알기 때문에 무농약을 고집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 부부는 이처럼 각자 역할을 통해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메워 서로를 최고의 파트너로 꼽는다. 농사전문가 남편과 마케팅전문가 아내의 조화. 지리산별마루의 앞으로 성장이 기대된다.

 

★정민효·김윤숙 대표가 알려주‘마’

마의 효능

마의 효능은 정력 강화, 숙취 해소, 피부 미용, 학습능력 증진, 혈당 저하 등이다. 마의 껍질을 까면 미끈미끈한 점액질 뮤신이 나오는데, 이 뮤신은 위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 속이 쓰리거나 위염이 있을 때 먹으면 증상을 완화시켜준다. 또한 마는 혈액의 당을 세포로 흡수시키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낮춰주므로 당뇨병 환자에게도 효과적이다. 글루탐산, 아스파르트산 등 각종 아미노산이 풍부해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마를 생으로 먹기 불편하다면 우유, 요구르트, 바나나, 꿀 등을 사용해 마쥬스로 먹으면 좋다.
마를 생으로 먹기 불편하다면 우유, 요구르트, 바나나, 꿀 등을 섞어 쥬스로 마셔도 좋다.

마 잘 먹는 법

마는 생으로 먹었을 때 영양소를 최대로 섭취할 수 있다. 익히면 뮤신 등 영양소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마 껍질에 묻은 흙을 깨끗이 털고 껍질을 깐 뒤 생으로 참기름이나 소금을 넣은 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 마의 미끈거리는 점액질이 먹기 부담스럽다면 우유나 요구르트와 함께 갈아 꿀을 첨가해 쥬스로 만들어 먹어도 좋다. 차나 술을 담그거나, 즙·샐러드로 만들어 먹는 방법도 있다.

이화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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