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좋은 굼벵이' 농부의 현실을 말하다, 고센농장 심요환 대표
'빛좋은 굼벵이' 농부의 현실을 말하다, 고센농장 심요환 대표
  • 이화섭 기자
  • 승인 2019.01.25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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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대표 8년 전부터 굼벵이 키워 곤충계 선두 주자
곤충, 판로장벽 높고 인식개선 힘들어 청계에 주력
“곤충사업 비전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 기다려야…”
청란 1알에 1000원임에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팔아
심요환 고센곤충농장 대표에게 8년 동안 유지했던 곤충사업, 굼벵이를 접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들어봤다.
심요환 고센곤충농장 대표에게 8년 동안 유지했던 곤충사업, 굼벵이를 접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들어봤다. 사진=이화섭 기자.

 

지난 23일 오후. 간단히 점심을 먹고 진주시 대곡면으로 차를 몰았다. 심요환 고센곤충농장 대표를 만나기 위해서다. 심 대표는 8년 전부터 굼벵이 농장을 운영해 여러 언론에도 등장한 유명인사다. 그런데 이상하다. 고센농장에 도착했는데 굼벵이보다 닭들이 먼저 반겨준다. 알이 푸른색을 띠는 청계라고 한다. 곤충농장에 청계가 있어 조금 의아했지만 여느 농부가 그렇듯 소일거리로 키우나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와 인터뷰를 통해 이제는 굼벵이가 아닌 청계를 주력으로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굼벵이를 포함한 대부분 곤충사업은 생업으론 힘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심 대표의 고센곤충농장은 과거 KBS1TV 등 언론 출연은 물론 국립농업과학원, 각 지자체 농업과로부터도 큰 관심을 받았다. 당시엔 미래 자원으로 곤충사업 붐이 한창이었다. 하지만 그가 느끼는 현실은 전혀 달랐다. 판로 개척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태껏 많은 사람들이 그를 찾아와 곤충사업에 관심을 보였다. 심 대표는 그들에게 “지금 곤충사업 절대 하지마라. 아직은 때가 아니다”고 말한다. 사업이라면 수익이 따라줘야 되는데 판로 문제로 수익이 나지 않는다. 아무리 상품이 뛰어나고 굼벵이가 몸에 좋다한들 사람들 인식에는 ‘벌레’로 각인돼 쉽게 손이 가지 않아서다. 심 대표가 청계로 눈을 돌린 이유도 그 때문이다.

심 대표는 곤충사업의 선두주자로 인정받으며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많은 강의를 해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지도는 올라가는데 생계는 더 힘들어졌다. 막상 통장 잔고를 보면 막막했다. 8년 동안 공들인 곤충사업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어느 일이든 승승장구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농민은 힘들다. 곤충사업만의 얘기가 아니다”고 했다. 심요환 대표에게 '농민의 현실'을 들어봤다.

 

▲고센'곤충'농장인데 곤충이 안 보인다.

8년 전부터 굼벵이 농장을 운영하다 점차 줄이면서 현재는 대부분 접은 상태다. 처음에는 지네를 키우기도 했었다.

▲심요환 대표님은 곤충사업 선두주자로 알려져 KBS 등 여러 언론에도 소개된 성공한 농부 아닌가. 

지금은 굼벵이 농장이 이곳저곳 많지만 8년 전만 해도 이정도 규모와 시설을 갖춘 굼벵이 농장은 이곳이 유일했다. 때문에 여러 언론에서 관심을 가졌고, 시·군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많은 강의도 했다. 정부에서도 곤충사업이 미래사업이라며 역점적으로 추진해 곤충사업 관련 법안도 통과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곤충도 소나 돼지처럼 축산으로 인정받고 경남도에는 축산과 안에 곤충계가 있을 정도다. 나 역시 곤충사업의 비전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뭐가 문제인가?

하지만 판로가 해결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판로는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다. 이를 해결할 무엇이 필요한데 현재까지는 큰 대책이 없다. 결국 ‘속 빈 강정’인 것이다. 판로 문제는 곤충사업 뿐 아니라 모든 농부들의 고민일 것이다.

▲도시 사람들은 ‘농사나 지을까’란 표현을 많이 한다. 스트레스 없고, 돈도 잘 벌 것이란 생각 때문인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나.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언론이나 지인들을 통해 일반 사람들이 듣는 것은 “올해 매출 수억을 달성했다, 시세가 좋지 않은데도 수 천 만원 했다” 등 겉보기에 번지르한 말 뿐이다. 하지만 순수익을 보면 정말 적다. 그들의 인건비, 묘목비용, 하우스 보수, 기계 수리 등 뒤로 세는 돈으로 인해 자금적으로 무척 힘들다. 그럼 결국 대출을 하게 되고 내년 수익은 대출 갚는데 쓰인다. 악순환인 것이다. 대부분 농가가 아마 비슷한 상황일 거라 본다.

▲부농도 존재하지 않나.

본인 소유의 큰 땅과 큰 규모 시설이 있을 경우나 그만한 자본력을 갖추었을 때는 가능하다. 흔히 말하는 '돈 있는 사람'이 돈 모으는 거지, 대부분 농민은 불가능하다. 귀농귀촌 경우엔 더 힘들다. 집 짓고 땅 사고 묘 사고 하우스 짓고 나면 규모가 너무 작아 큰 자본 없이 들어오면 농사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심 대표가 청계사육장 앞에서 청란의 효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심 대표가 청계사육장 앞에서 청란의 효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화섭 기자.

▲그런 어려움 때문에 청계로 눈을 돌린 것인가.

나는 건강하게 먹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처음엔 우리 가족이 먹기 위해 청계 20마리 정도를 데려온 것이 시작이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건 언제쯤?

가족이 먹고 남은 청란을 굼벵이 사가는 분에게 조금씩 드렸다. 일종의 사은품이지. 그런데 나중에는 청란만 따로 팔 수 있냐는 문의가 많았다. 사은품이 상품을 역전해 버린 것이다. 그때부터 청계를 늘려 지금은 200마리 정도 된다.

▲가격은.

청란 1알에 1,000원이다. 비싸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청란은 이틀에 1알, 사흘에 2~3알 밖에 나오지 않을뿐더러 그 효능이 알려져 지금은 없어서 못 팔고 있다.

▲청계도 파나.

알을 다 낳고 노계가 되면 청계전문식당으로 보낸다. 병아리는 부화한 뒤 2주간 키워 판매한다. 마리당 6,000원이다.

▲이제 완전히 청계로 가는 것인가.

곤충사업의 미래는 분명 온다. 다만 아직은 이르기 때문에 청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손가락 빨고 있을 순 없지 않나.

▲대표님이 바라는 곤충사업의 모습은 무엇인가.

우선 곤충이 식용으로 가야한다. 지금도 식용이지만, 사람들 인식이 곤충을 식품으로 생각해야 한다. 하나의 반찬처럼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말이다. 또한 정부에서 농산물 예측변화 프로그램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농민에게 실제 와닿는 정책은 별로 없다. 유통, 판로 쪽 연구를 통해 어떠한 조치나 보급 방안이 절실하다.

이화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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