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하는 의사, 부산 미래여성병원 이재준 원장 태교음악 ‘기다림’ 발표
음악하는 의사, 부산 미래여성병원 이재준 원장 태교음악 ‘기다림’ 발표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01.17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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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에서 출산까지 과정 음악으로 표현
5, 6년 전부터 구상, 모두 혼자서 작업해
저출산인한 산부인과인프라파괴 걱정돼

부산 미래여성병원 이재준 원장은 ‘음악하는 의사’다. 록 밴드 리겔(Rigel)을 이끌고 있기도 한 이 원장은 천체물리학에도 관심이 많은데, 밴드 이름이 오리온자리 방향에 있는 청색 초거성 ‘리겔(Rigel)’과 같은 건 그래서다. 그런 그가 이번엔 태교음악을 가지고 왔다. 임신에서 출산까지 과정을 그린 앨범 [기다림]은 이 원장이 5, 6년 전부터 구상해온 것으로, 작업은 2017년 초부터 오롯이 혼자 해냈다. 산부인과 전공의와 음악이라는 우연의 조건은 결국 태교음악이라는 필연의 결과물이 된 셈이다. 단, 앨범을 더 풍성하게 꾸미기 위해 인용한 윤영화 교수(고신대학교 미술전공)의 작품들은 ‘홀로 했다’는 전제의 유일한 예외다. 앨범 재킷을 장식한 ‘유산-항해’도 그 중 하나로, 항해와 모험을 가리키는 배가 사실은 생명의 잉태도 뜻하기 때문에 고른 작품이다. '유산-항해'는 2015년 다대포 앞바다에서 열린 ‘바다미술제’ 출품작이다.

 

태교음악 [기다림]을 발표한 부산 미래여성병원 이재준 원장. 사진=김성대 기자.
태교음악 [기다림]을 발표한 부산 미래여성병원 이재준 원장. 사진=김성대 기자.

 

기존과 다른 태교음악, 핵심은 ‘파동’

태교음악 [기다림]은 ‘과연 엄마 뱃속에 있는 아기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태아는 우리처럼 교육을 받지도 않았고 따라서 학문적인 견해도 없다. 태아는 객관적이고 경험적이지 않다. 태아는 선험적이고 직관적이다. 이 원장은 여기에 주목했다. 그는 앨범 [기다림]에서 경험과 지식의 이전 단계에 있는 태아가 엄마와 만나는 순간까지를 음악으로 표현했다.

“생명체들의 세포는 늘 자극에 노출돼있고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 세포는 죽은 것입니다. 성장할 수가 없는 것이죠. 태교음악을 만들며 태아의 세포 하나하나를 자극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생각했습니다. 뱃속 아기는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배운 게 아니므로 우리가 듣기에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대신 선험적이고 직관적이고 원초적인 소리를 태아에게 들려주는 게 맞지 않을까 싶었죠. 그래서 진화론에 입각해 ‘소리는 무엇일까’라는 근본적인 고민을 시작하게 됩니다.”

근본적인 고민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소리는 결국 파동’이라는 것이다. 배음과 증폭, 음의 간섭과 상쇄를 통해 지난 수 억 년 동안 지구상 동물들이 체득한 생존 방법에 이 원장은 관심을 가졌다. 과연 원초적인 음악은 어디서 왔을까. 산과 하늘, 강과 바다, 태풍과 천둥, 심지어 지구의 형태에서도 소리는 만들어진다. 그는 바로 거기서 출발한 소리가 선험적이고 직관적인, 태초에 가까운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형체를 변형시켜 음악으로 치환하면 가장 원초적인 소리가 되지 않을까’ ‘빛도 파장이고 소리도 파장이다’ ‘경험적으론 다르게 느끼지만 근본은 역시 파동이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제주도 오름, 지구 지형, 자연의 소리들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기다림]은 기존 태교음악들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저희 병원에 오시는 산모 분들께 들려드렸더니 반응이 둘로 나뉘더군요. 굉장히 좋았다는 분들도 계시고, 보편적인 태교음악들과 달라 거부감이 들었다는 분들도 계셨어요. 현재 이런 태교음악이 태아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자료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 음악을 들었을 때와 듣지 않았을 때 산모의 몸 상태, 아기들 반응 등을 살피고 있는 중이죠.”

 

태교음악 [기다림] 재킷 그림 '유산-항해'. 고신대학교 윤영화 교수가 2015년 다대포 앞바다에서 열린 ‘바다미술제’에 출품한 것이다. 이 원장은 배가 '생명의 잉태'를 뜻하기 때문에 이 그림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종교음악에도 관심 있어

이 원장의 하루 수면 시간은 5시간 정도다. 병원 일 외엔 음악 듣고 글 쓰는 일을 주로 한다. 그는 음악을 끼고 산다. 운동 중에도, 차를 타서도, 출장길에도, 비행기에서도 그는 음악과 사랑을 나눈다. 그런 이 원장에게 밴드 리겔의 근황과 지난 미니앨범 [하루 (One Day)]를 낸 소감을 물었다. 미디어팜과 만난 날은 마침 리겔의 연습날이기도 했다.

“리겔 멤버가 바뀌었어요. 새로운 베이시스트와 드러머가 들어왔죠. 함께 연습한 지 6개월이 지났네요. 지난 미니앨범은 당연히 아쉬웠던 점이 많았습니다(웃음). 이상한 게 녹음할 땐 들리지 않던 것이 나중에 다시 들으면 들리거든요. 왜 이렇게 했을까, 그런 것들이 많이 들렸고 다음에 녹음하거나 곡을 쓸 땐 좀 더 발전하자 다짐도 하고. 그냥 밴드의 첫 앨범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리겔의 미래는 ‘우리 음악 색깔을 찾으면서 곡들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정리되고 나면 결정될 것 같습니다. 멤버들의 서로 다른 특색들을 모아 과연 어떤 음악에 가장 적합한지 체크한 뒤  그 방향으로 갈 예정이에요. 이번에 도시락(樂)콘서트(아이들의 급식 비용을 지원하는 록 콘서트. 이 원장은 2004년 1회 때부터 후원자 겸 초대 밴드로 동참해왔다. 이번 도시락콘서트는 1월26일 오후3시 부산 진구청대강당에서 열린다.-편집자주.)가 끝나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될 것 같습니다.”

이 원장이 지인 뮤지션과 듀오로 결성한, 이번 [기다림]에도 일정 부분 그늘을 드리웠던 실험음악 프로젝트 이심(LEESIM)은 해체됐다. 하지만 거기서 했던 음악적 관심까지 사라진 건 아니다. 음악의 선험성, 직관성, 원초성에 주목하고 있는 그는 이후 명상과 종교음악에까지 손을 대보리라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대중친화적인 음악은 물론 리겔을 통해서 해나갈 예정이다.

 

산부인과 인프라 붕괴, 저출산만큼 심각해

기록적인 저출산 현상에 요즘 대한민국 산부인과들은 울상이다. 이 원장에 따르면 최근 부산지역 산부인과 4군데가 분만실을 폐쇄했다고 한다. 한국 최초 대형 산부인과로 명성을 떨쳤던 서울 제일여성병원도 얼마 전 최종 부도 처리 됐다. 이 원장은 저출산도 문제지만 산부인과 인프라가 사라지고 있다는 게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통계에 따르면 합병증 등에 따른 모성 사망률이 1만 명당 1명으로 나옵니다. 그 원인 중 하나가 산모에게 진통이 왔을 때 갈 수 있는 병원이 근처에 없다는 것입니다. 아기를 가졌을 때 가까운 곳에 병원이 없다는 사실은 산모에게 공포감을 줍니다. 문제는 이대로라면 산부인과 인프라의 파괴 가능성은 앞으로 더 높아질 거라는 데 있습니다. 산모에게도 의사에게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재준 원장이 30~40대 여성들에게 알려주는 건강 팁 

1. 일단 자궁경부암 접종을 꼭 챙겨서 하시길 권합니다. 현재 국내 자궁경부암 접종률은 20% 정도 밖에 되질 않는데요, 접종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기 위해선 접종률이 70~80% 정도는 돼야 옮겨다니는 바이러스들이 퍼지지 못하는 상황이 됩니다. 아기를 다 낳았다고 생각하시는 30~40대 여성분들도 되도록 접종을 하시길 권하구요, 현재 국가 접종으로 만 13세 여아들에겐 나라에서 무료로 해주고 있습니다. 호주의 경우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성 접촉으로 일어나므로 즉, 남성이 매개체가 될 수 있으므로 13세 남아들에게도 함께 접종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엔 우리 병원에서도 남편 분들이 함께 접종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기억해야 할 건 현재까지 확실하게 퇴치할 수 있는 백신을 만들어낸 암은 자궁 경부암 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B형 간염 접종으로 간암을 예방하는 것은 간접적인 방법이고, 직접적으로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접종은 자궁경부암 접종이 유일무이합니다.   

2. 여성 분들이 보통 산부인과와 비뇨기과를 따로 생각하시는데요. 남성도 마찬가지이지만 여성 생식기는 난소의 배란, 자궁의 생리 등 기본적으로 호르몬 기관입니다. 이 호르몬은 유방, 갑상선과 다 연결이 돼있죠. 따라서 산부인과에 오시면 자궁암, 초음파 검사 외 유방, 갑상선 검사도 함께 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 기관들은 한 쪽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아주 밀접한 관계이기 때문이죠.

3. 보통 35세 이상부터 노산(老産)이라고 하는데, 사실 요즘엔 35세 이상 산모가 대부분입니다. 예전에 비해 건강관리도 잘 하고 식생활도 많이 개선됐기 때문에 지금은 35세 이상이더라도 아기를 가졌을 때 리스크가 올라가거나 하진 않습니다. 예컨대 45세 이상이면 고위험 범주에 들어가지만 평소 건강관리를 잘 해오셨고 딱히 생활하는데 문제가 없었다면 30대 중후반, 40대 초반까지는 아기를 가지셔도 크게 문제없이 출산을 하실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둘째를 가지고 싶은데 고민하시고 있거나, 35세 이상이라고 아기 갖기를 망설이시는 분들은 크게 부담가지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김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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