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의 마지막 보루' GCM농법 개발한 김길용 전남대 교수
'농가의 마지막 보루' GCM농법 개발한 김길용 전남대 교수
  • 이화섭 기자
  • 승인 2019.02.07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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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요리 먹다1996년 젤라틴분해미생물발견
전남대 교수 부임 후 키틴분해 미생물 발견
GCM,기존 미생물 배양법보다 수십배 저렴
현재전국 1만2천여 농가활용 해외수출까지
전남대 김길용 교수가 대학원생들에게 GCM의 병원성 곰팡이 방제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전남대 김길용 교수가 대학원생들에게 GCM의 병원성 곰팡이 방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남대학교 김길용 교수는 GCM농법 개발자다. GCM농법은 젤라틴‧키틴분해 미생물을 이용한 친환경 농법이다. 이 농법은 그가 전남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석사를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1996년 미국 미주리주에서 박사 연수프로그램인 포스닥 과정을 밟고 있던 중 발견했다.

김 교수는 공부를 하며 종종 집에서 술안주로 게를 즐겨 먹었는데, 먹고 남은 게껍질은 화단에 처리했다. 며칠 뒤 그가 잔디밭을 걷고 있는데 잔디가 어떤 곳은 죽어가고 어떤 곳은 파릇파릇 생기가 돌았다. 그 순간 그는 ‘생기가 있는 곳은 게껍질이 버려졌던 부분이다’고 생각했다. 그곳엔 아직 분해되지 않은 게껍질 부스러기가 남아 있었다.

김 교수는 생기있는 잔디 주위의 흙을 채취해 실험실에서 조사했다. 그 결과 게껍질을 분해해 먹고사는 미생물이 일반 토양에 비해 수 천배 서식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박사과정을 마치고 전남대 연구원으로 2년간 활동하다 1998년 전남대학교 교수로 부임한 뒤 농림부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아 키틴 미생물 개발에 성공했다. 또한 연구를 거듭한 끝에 2009년 선충의 유충과 알집에 함유된 젤라틴을 분해하는 미생물도 개발했다. 이 연구들이 융합되면서 오늘날 저비용 고효율 농법 젤라틴‧키틴분해 미생물 GCM농법이 탄생했다.

김 교수는 “GCM이란 작물에 병을 일으키는 곰팡이나 해충의 알껍질, 애벌레 표피를 구성하는 젤라틴과 키틴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키워 작물에 살포, 병해충을 퇴치해 작물이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친환경 농법이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지금까지 여러 친환경농법이 발견됐다. 하지만 문제는 비용이었다. 어떤 미생물이 효과가 좋다 하더라도 토양에 들어가 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타 미생물 등과 경쟁해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많은 미생물을 토양에 살포해야 한다”고 GCM의 저비용 고효율에 대해 설명했다.

 

GCM농법은 타 미생물 배양법에 비해 기계값이 20~30만원이라 수십배 절약할 수 있다. 재료도 가성소다, 황가루, 천일염, 황토 등으로 저렴하다.
GCM농법은 타 미생물 배양법에 비해 기계값이 20~30만 원이라 수 십배 절약할 수 있다. 재료도 가성소다, 황가루, 천일염, 황토 등으로 저렴하다.

일반적으로 미생물 1톤을 배양하기 위해선 기계값 약 1억 원, 한 번 배양할 때마다 기본 수 백만 원이 들어간다. 하지만 GCM농법은 기계 값 20~30만 원, 한번 배양할 때 5~7만 원이 들어 수 십배 저렴하게 배양할 수 있다. 게껍질과 젤라틴 그리고 저렴한 양분을 첨가해 젤라틴과 키틴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대량 배양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양 방법까지 쉬워 김 교수는 GCM을 두고 “세상에 이런 미생물은 없다”고 표현했다.

 

전국 1만2천여 농가에서 GCM농법을 적용 중이며 경남에서는 대표적으로 진주 멜론작목반에서 사용하고 있다.
전국 1만 2천 여 농가에서 GCM농법을 적용 중이며 경남에서는 대표적으로 진주 멜론 작목반에서 사용하고 있다.

GCM농법을 적용한 농가에서는 토양에 살포된 젤라틴·키틴분해 미생물이 병해충을 방제하고 작물의 성장을 도와 수확량이 증가하고 품질이 올라간다. 이는 곧 농가소득으로 이어져 GCM농법은 '농가의 마지막 보루'라고까지 불리고 있다. 또한 GCM농법은 벼, 토마토, 고추, 오이, 딸기, 상추, 마늘, 양파, 블루베리, 옥수수, 감자, 콩, 부추 등 작물 대부분에 적용할 수 있다. 현재 강원도, 경기도, 전라남북도, 경상남북도, 충청남북도, 제주도 등 전국 1만 2천 여 농가에서 GCM농법을 적용 중이다. 경남에서는 대표적으로 진주 멜론 작목반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

GCM농법은 해외로도 수출되고 있다. 김 교수는 “미얀마, 베트남, 캄보디아와 교류했다. 미얀마는 농림부와 함께 넓은 면적에서 가지, 고추, 오이 및 열대과일 재배를 했고, 베트남은 테이귄대학과 협력해 커피, 후추를 중심으로 재배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벼와 망고를 재배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실험을 진행 중이다. 미국의 광활한 토양에서 재배되고 있는 딸기, 상추, 콩, 옥수수 등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GCM농법도 단점은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농법은 물에 희석해 손쉽게 작물에 뿌리는 반면 GCM농법은 농가에서 직접 미생물을 배양해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럼에도 이 농법이 전국적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약간의 번거로움만 감수하면 작물의 생산량, 품질, 농자재 비용절감 등 많은 이점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젤라틴·키틴 미생물(GCM)이 유충을 죽이고 있다.
젤라틴·키틴 미생물(GCM)이 유충을 죽이고 있다.

이같은 농법이 개발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토양미생물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대학 1학년 때부터 지도교수의 영향으로 토양미생물학 실험실에서 근무하다 보니 자연스레 토양미생물학을 전공하게 됐다. 토양미생물학은 토양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토양에는 1g당 최소 1억~100억 마리의 토착미생물이 살고 있다. 그 종류만 해도 10만에서 100만 여종에 이른다. 미생물은 살아있는 생물이기 때문에 양분 등을 먹고 사는데, 이 과정에서 어떤 종은 낙엽을 분해하고 어떤 종은 퇴비를 분해하며, 또 다른 종은 볏짚을 분해한다. 이러한 행위가 토양분을 순환시키는 기능을 한다. 반면 어떤 종은 토마토에서, 또 어떤 종은 딸기에서, 어떤 종은 사과에서 양분을 얻는데 이는 작물에 병을 일으킨다. 이러한 현상들을 해석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토양미생물학인 것이다.

토양 1g당 평균 10억 개체수 미생물이 서식한다고 가정했을 때 1,000(3,300m2)평당 20cm 토양 깊이에 살고 있는 미생물 개체수는 8.25x1017(82경5천조)이다. 이 미생물의 꼬리와 꼬리를 연결하면 달(80만km/왕복)을 5천 번 왕복할 수 있을 정도다. 너무 작아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엄청난 숫자의 미생물이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해를 거듭할 수록 농약 사용이 늘고 있다. 농약을 사용하는 목적은 작물을 먹고 살아가는 곰팡이와 해충을 죽이기 위해서다. 그런 농약은 생태계를 파괴하고 작물에 잔류해 우리 몸 속으로 들어간다. 내 목표는 농약을 완전히 대체할 미생물을 개발하는 것이다”고 했다.

이화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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