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변의 자유’ 닥터쾌변기 개발한 진주삼성홍문외과의원 윤원한 원장
‘쾌변의 자유’ 닥터쾌변기 개발한 진주삼성홍문외과의원 윤원한 원장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01.07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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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전초·남중·대아고·경대의대졸업
파일럿꿈접고친지들권유의학선택
변비환자들배변자세불량개발계기
굿네이버스·나누미로이웃사랑실천
진주 삼성홍문외과의원 윤원한 원장. 진료실에서. 사진=김성대 기자.

천전초등학교를 나와 남중학교, 대아고등학교, 경상대학교 의대까지 졸업한 ‘진주인’ 윤원한 원장(삼성홍문외과의원)의 꿈은 파일럿이었다. 밖으로 다니는 걸 좋아해 비행기를 타고 세상 곳곳을 마주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윤 원장의 아버님은 1남 7녀 중 여섯째인 아들의 꿈이 못내 불안했고 대신 당신의 직업인 교육자의 길을 권했다. 결국 아버지의 바람대로 윤 원장은 파일럿 꿈을 접는 대신 의학의 길을 택하게 된다. 주위 삼촌과 사촌 형의 권유였다.

윤원한 원장은 군 생활 3년을 뺀 세월을 오롯이 진주에서 보냈다. 진주시 하대동에 있는 삼성홍문외과의원은 1998년 IMF 외환위기 때 개원해 홀로 운영하다 2003년부터 2인 원장 체제로 지금까지 달려왔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곧바로 군대 갔다가 제대하자마자 개원을 했습니다. 보통은 다른 병원에서 경험을 쌓은 뒤 개인 병·의원을 차리는데 제가 제대했을 때 하필 외환위기가 터졌었죠. 말 그대로 ‘국가 부도’의 때였던 만큼 의사들도 힘들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취직할 곳이 없었어요. 의사들 월급이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서울의 한 소아과 의사는 80만원 받고 일했을 정도였죠.”

 

▲대한민국 국민들의 쾌변을 위해

그렇게 20년 넘게 한 자리에서 병원을 운영해온 윤 원장은 변비 환자들을 진료하며 고민에 빠지게 된다. 변비를 앓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마주하는 습관, 상황은 무엇일까. 그것이 변비의 주된 원인은 아닐까. 변비는 이미 대한민국 국민의 12~19%가 경험했고, 최근 수 년 사이 11%가 증가한 상태다. 의료인으로서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수치였다.

“대장암, 직장암, 장협착, 장꼬임 등 기질적 원인을 뺀 변비의 원인에는 식이섬유 섭취 부족과 운동부족으로 인한 ‘대장운동 저하성 변비’, 원활한 배변자세를 유도했던 재래식 화장실 배변자세에서 현대식 양변기로 바뀌면서 항문 직장 출구가 폐쇄돼 생기는 항문 직장 폐쇄성 변비, 그리고 이 두 가지를 모두 겪는 변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주목한 부분은 두 번째 ‘항문 직장 폐쇄성 변비’였어요. ‘대장운동 저하성 변비’는 개인 의지에 달린 문제이므로 의사로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지만 ‘항문 직장 폐쇄성 변비’는 배변 자세만 바꾸면 얼마든지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양변기를 사용할 때(왼쪽)는 직장과 항문에 각을 지게 해 변의 배출을 방해한다.

 

실제 변비나 치질로 내원하는 환자들 중 95% 이상이 배변 자세가 불량했다. 잘못된 배변자세는 변비를 불러오고 치질의 원인이 된다. 윤 원장은 내원 환자들 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이 배변을 생리학적으로 쉽게 보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Dr. Yoon’을 내건 ‘닥터쾌변기’를 개발했다.

“사실 쭈그리고 앉아 변을 보던 재래식 배변 자세가 배변을 잘 나오게 하는 자세입니다. 많은 분들이 반대로 생각하고 계시죠. 양변기에서 배변 자세는 항문과 직장에 각을 지게 합니다. 그러니 변이 내려오다 걸리는 거예요. 여성의 경우 직장류라 해서 질 쪽에 주머니가 생기는데, 변이 거기에 고여 변을 봐도 시원하지가 않고 잔변감을 느끼곤 합니다. 시원하게 안 나오니까 더 용을 쓰게 되고 주머니는 더 튀어나오게 되고. 닥터쾌변기는 양변기가 가져온 불량한 배변 자세를 과거 재래식 양호한 배변 자세로 돌려주기 위한 교정용좌변기입니다. 제가 혼자 다 했습니다(웃음). 일반 변기나 비데에 사용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사이즈를 찾는 일부터 디자인, 시제품 완성까지 모두 혼자 힘으로 했죠. 경기도까지 찾아가 완성한 겁니다.”

윤 원장이 개발한 닥터쾌변기. 설계부터 디자인, 시제품 완성까지 모두 본인이 직접 처리했다.
윤 원장은 아예 변기 제작부터 닥터쾌변기가 부착된 디자인도 특허 등록 해둔 상태다.
미국에서 만든 스쿼티. 재래식 배변 자세를 유도하는 건 닥터쾌변기와 비슷한 원리였지만, 복부에 힘을 불어넣는 데에선 한계를 보였다.

윤 원장은 닥터쾌변기를 직접 가지고 와 설명했다. 설명을 듣다 “변비 자세를 교정해주는 다른 제품들은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윤 원장은 스쿼티(Squatty Potty)를 언급했다.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던 사무실에서 진료실로 자리를 옮겼다. 자리를 옮겨 미국에서 개발한 스쿼티와 닥터쾌변기를 번갈아 체험해봤다. 차이가 있었다.

스쿼티에 다리를 올리고선 배에 힘을 주기 다소 힘들었던 반면, 닥터쾌변기에선 수월하게 배에 힘이 들어갔다. 윤 원장의 발명품 위에서 기자의 몸은 어린 시절 재래식 화장실을 대번에 기억했고 몸속 미주신경과 횡경막, 하부 흉신경은 그대로 복근 수축과 복압 증가, 직장 수축으로 무리 없이 이어졌다. 이 모든 게 원활한 변 배출의 조연들이다. 요컨대 닥터쾌변기는 스쿼티보다 더 편안하게 배에 힘을 넣게 해줄뿐더러 항문이 더 잘 열리도록 도와준다는 게 윤 원장의 설명이었다. 이러한 닥터쾌변기의 원리는 세계 최초다.

“변기에 올리지 않고 아예 변기를 만들 때부터 장착한 디자인을 특허로 내놨습니다. 이걸 만들려면 관련 기업과 접촉을 해야 하는데 아직 그 단계까지는 못 갔네요. 척추 교정 의자도 특허 내놓은 게 하나 있구요. 닥터쾌변기를 써본 분들은 '원장님, 너무 좋습니다. 왜 빨리 개발 안 했나요'라고 말씀해주십니다(웃음).”

 

윤원한 원장은 10년 동안 굿네이버스에 후원을 해왔다. 사진=김성대 기자.
윤 원장은 진주시의사회 봉사동우회 '나누미'의 4대 회장직을 역임하기도 했다. 사진=김성대 기자.

모든 면에서 부친이 자신의 모범이었다고 얘기한 윤원한 원장. 그는 "남들을 위해 봉사한다는 방송용 멘트는 하지 않는다"며 "환자에게 받은 만큼 최선을 다해서 해주자"는 지론을 갖고 있었다. 언뜻 원칙주의자처럼 보일 법도 한 그는 알고보니 남몰래 선행을 베푸는 가슴 따뜻한 의료인이었다.

윤 원장은 지난 10년 동안 진주시의사회 봉사동호회 '나누미'를 통해 장애인시설을 후원하고 있었고, 국제 구호단체인 굿네이버스를 통해 세계 저개발 나라 어린이들도 후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알버트 슈바이처는 "정말로 행복한 사람들은 어떻게 봉사할지 찾고 발견한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윈스턴 처칠도 "우리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지만 나눔으로 인생을 만들어간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윤원한 원장은 '행복하게 인생을 만들어 가는' 복받은 사람일지 모르겠다.

김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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