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토크] '산청 토박이' 김동환 휴롬 인재개발원장
[취중토크] '산청 토박이' 김동환 휴롬 인재개발원장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8.12.2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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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품초·산청중·동명고등학교 졸업
74년 부터 36년 동안 공직 생활해
동의보감촌·한방의료클러스터기획
휴롬빌리지통해 경력의 정점 찍어

김동환 원장. 산청 토박이인 그는 지품초등학교, 산청중학교, 진주 동명고등학교, 경남과학기술대를 졸업했다. 현재 99세인 모친은 당시로선 늦은 나이인 32살 때 김 원장을 낳았고, 아버지는 5살 때 세상을 등지셨다. 집안 경제는 모친의 바느질로 돌아갔다. 어머님의 바느질로 논도 사고 집도 지었다. 김 원장이 살던 옛 동네에선 잘 사는 집, 중간 집, 못 사는 집들이 은연 중 나뉘었는데 김 원장 네는 ‘중간 집’ 정도는 되었다. 밥은 먹고 살만 했다.

 

김동환 휴롬 인재개발원장은 74년부터 36년간 산청에서 공직생활을 한 '산청 토박이'다.

 

“산청은 두메산골의 대명사였어요. 또 이곳은 1948년부터 여순사건 이후부터 1963년까지 한국전쟁을 15년이나 겪어 우리 또래에는 아버지 없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지금은 약초로 유명한 지역이지만 농사 지을 농토가 부족해 60년대엔 뽕나무, 80년대엔 밤나무 재배가 전국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김 원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에서 2년간 농사를 지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새마을 운동도 열심히 했다. 그렇게 밤나무도 심으며 농부로 생활하던 중 김 원장의 인생을 바꿀 일이 생긴다. 바로 5급(지금의 9급) 공무원 시험이다.

“제가 홀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부선망 단대 독자로서 3번의 입영 연기를 하고 보충역 근무를 했는데, 입영 연기를 위해 면사무소에 들렀을 때 주위 선배님들께서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라는 권유가 있어 원서 접수 마지막 날, 마지막 한 장 남은 원서를 구해 응시를 했는데 합격 한 거죠. 저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농업직 시험으로서, 시험 1주일을 남겨 놓고 시험 준비를 했어요. 중학교 때 배운 농업관련 지식들이 시험에 도움이 됐습니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산청면(읍)에 초임 발령을 받았고 이후 신안면에서 9개월을 근무 했는데, 당시엔 걸어서 마을 출장을 다니던 시절로 아침에 면사무소를 출발해 중촌에서 갈전 지구 5개 마을 출장을 다녀오면 주위가 캄캄한 밤 중 이었습니다. 제 나이 25살 때 일입니다.

36년 공직생활, 태풍 ‘셀마’와 원지지구 하천개수공사가 가장 기억에 남아

김 원장은 휴롬의 창립년도와 같은 1974년부터 2010년까지 36년간 산청에서 공직생활을 했다. 긴 세월 많은 일이 있었겠지만 그의 기억에 가장 깊숙한 흔적을 남긴 건 87년 8월 한국을 강타한 태풍 셀마였다. 이 초강력 태풍과 집중 호우로 산청군에서는 22명이 사망, 실종되었고 45억 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87년 교육훈련계장으로 근무를 하였는데 엄청난 수해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기상특보가 정확하지 못했어요. 신안, 단성, 시천, 생초면 소재지는 물론 경호강, 덕천강, 양천강 주변의 저지대에 위치한 마을 전 지역이 침수 됐습니다. 그리고 경호강 수계의 경호교, 수산교를 제외한 모든 교량도 유실 됐었죠.”

셀마를 계기로 산청군에서는 상습침수지역 해소를 위해 신안면 후천지구와 생초면 갈전지구의 하천퇴적물을 제거했고, 덕천강 하천개수공사와 원지지구 하천개수공사도 추진했다. 김 원장은 91년부터 건설과 관리계장으로 재직하면서 정부 지원 없이 산청군 자체사업으로 28억원 재정(기채사업)을 투입해 원지지구 비관리청 하천개수와 택지조성공사를 추진, 원지와 단성지구의 상습적 침수피해를 해소했고 원지지역 택지도 마련했다.

 

김동환 원장은 한방이 미래 산업으로 부각되리라 보고 ‘산청의 상징’ 동의보감촌과 한방약초축제를 기획했다.

 

산청의 자랑 ‘동의보감촌’을 기획하다

2001년은 김 원장에겐 특별한 해였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시들해질 뻔한 약초산업 부흥을 위해 97년부터 구상해온 제1회 산청한방약초축제가 열렸고, 밀레니엄을 맞은 산청군을 마음껏 빛내줄 사업인 동의보감촌이 그해 12월에 착공된 것이다.

“세계적으로 한방이나 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고 양방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질병을 대체의학이나 한방에서 해결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한방이 미래의 건강산업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보았죠. 이 미래산업을 이끌어갈 지역은 도시인들의 휴식처로 각광 받는 지리산 자락의 청정지역으로서, 류의태와 허준, 신연당 유이태, 초삼, 초객 등 수많은 명의가 배출된 한의학의 중심지 산청이 적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청정지역인 지리산 자락의 좋은 기후와 토양에서 ‘약초재배’를 확대하여 주민의 소득을 향상시키고, 또한 한방약초축제를 통하여 산청군에서 생산된 약초를 홍보하고 유통시켜 명품약초로 자리매김하여 우리고장에서 생산된 농⦁특산물도 명품 약초와 더불어 경쟁력을 높여나갈 수 있다는 확신으로 추진한 사업입니다.”

김 원장은 그렇게 동의보감촌과 연계한 한방의료클러스터 사업을 추진하고 급기야 ‘한방약초산업의 르네상스’를 주도할 산청한방약초연구소를 유치하였다. 이 연구소는 2008년 지식경제부의 지자체연구소 육성사업의 하나로 설립된 것으로, 한의학의 본고장인 산청 약초산업 육성지원과 한의학의 과학화에 이바지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김 원장은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한방약초소장으로 부임해 4년간 근무했다.

산청한방약초연구소는 2013 산청세계전통의학엑스포를 위해 총33개 연구기술을 개발, 기업 기술이전을 통해 33종 엑스포 상품을 출시했다. 대표적인 상품으론 기관지에 좋은 산청도라지, 입 냄새를 없애주고 식욕을 북돋워주는 스파츄, 한방약초푸딩, 구기자주, 하수오주, 그린필수지방산 등이다. 그는 또한 엑스포 기간 중 35개 국내외 행사를 유치 진행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2년간 임기를 마치고 1년을 연장해 3년간 근무키로 했는데 엑스포 개최 후 산청한방약초연구소에 화재가 발생, 사후 수습을 위해 1년간 연장 근무를 했다. 김 원장은 "연구소 화재사건은 안타까운 일이며, 지금도 가슴 아픈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롬인재개발원은 동의보감촌과 연접한 지역에 300~400명 이상 수용 규모로 계획해 지었다.

 

‘사람을 이롭게 하는 기업’ 휴롬과 인연을 맺다

산청한방약초연구소장 시절, 김 원장에게 또 하나의 인연이 나타났다. 휴롬이라는 기업이다. ‘사람을 이롭게 한다’를 모토로 74년 창업한 휴롬은 주방용 제품 사업으로 시작해 녹즙기, 원액기를 거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중견기업이다. 종업원은 300여명, 수출국만 85개국에 이른다. 그런 휴롬에서 산청에 직원 연수원을 짓겠다는 소문이 들렸고, 김 원장의 중학교 동기생인 민영국 소장이 연수원 건립 예정지구의 진입로 확장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문의해왔다.

"군청 담당부서에 문의해본 결과 지역 여건상 어렵다는 답변을 듣기도 했습니다. 휴롬에서는 당초 100명 수용 규모의 연수원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산청군과 투자관련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300~400명 규모 연수원을 건립하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돼 부득이 연수원 건립 예정지를 변경, 연수원 부지 확보에 나섰죠. 그런데 마땅한 곳을 확보하지 못해 김해, 하동, 함양, 거창 등지에 부지를 구하러 다닌다는 얘기에 연수원을 산청에 반드시 유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의보감촌 연접지역(현 휴롬인재개발원)의 소유자에게 사정을 이야기해 어렵지 않게 토지 3만3천평을 매입, 휴롬인재개발원을 건립하게 된 것입니다."

 

휴롬 빌리지엔 인재개발원과 더불어 힐링교육센터도 운영되고 있다.

 

휴롬 빌리지 ‘쉬면서 건강을 찾아가는 곳’

김 원장은 휴롬인재개발원이 산청에 뿌리내리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인재개발원의 고문으로 발탁된다. 원지지구하천개수 및 택지조성공사, 동의보감촌, 한방의료클러스터 등 굵직한 사업의 실무 경험 덕분에 맡을 수 있었던 자리였다.

휴롬빌리지(Hurom Village)에는 휴롬 인재개발원과 휴롬 힐링교육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휴롬빌리지는 184,856㎡ 부지에 교육동, 숙소동, 빌라등 6,319㎡ 건축시설과 운동장, 잔디광장, 하늘공원, 연못공원, 휴&휴휴 동산 등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2014 미스코리아’ 합숙훈련을 유치 운영한 적도 있다.

특히 2017년 11월부터 휴롬 가족 등 시범운영을 통해 개발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프로그램’은 프로그램 참가자들로부터 매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휴롬 힐링프로그램의 특징은 '지리산 자락의 대자연' '휴롬에서 개발한 건강식품' '자연치유력 증진 요법’을 융합한 프로그램이라고 김 원장은 강조한다. 이를 위해 휴롬이 택한 ‘신의 한 수’는 다름 아닌 니시 의학이다.

 

휴롬 힐링교육센터 면역력 증진 체험프로그램.

 

“니시 의학은 일본의 와타나베 쇼 박사가 창안한 대체의학입니다. 와타나베 쇼 박사의 2代 계승자를 초빙해 와타나베 의원의 암, 난치병, 아토피 관련 50년 임상 밸런스 식단을 토대로 한 식이요법과 장운동, 전신혈류운동, 척추운동, 자율신경운동 등 '밸런스 면역 운동'을 행합니다. 또 피부의 호흡작용을 통해 해독, 산소공급, 체온조절 등 신체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O2 밸런스테라피‘, 치유의 핵심 요법으로 혈액순환, 자율신경, 체액 균형을 원활하게 조절해 자연치유력을 높여주는 ’밸런스헬스강화SPA‘ 같은 요법과 25개 휴롬 자체 힐링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 원장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그는 휴롬빌리지를 활용해 지역 농민들을 위한 판로 개척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휴롬에서 지역 농민들에게도 도움을 주기 위해 ‘휴롬 팜 산청’이라는 법인을 설립하고 공장부지도 이미 확보한 상태입니다. 휴롬 팜에서는 출하기에 과수, 채소 등 농산물이 홍수 출하로 가격이 폭락하는 것을 해소해 농민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휴롬에서는 품질 좋은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농가와 계약재배를 맺어 상호 윈윈 하는 계획으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취중토크'로 진행된 김동환 휴롬 인재개발원장(사진왼쪽)과의 인터뷰 자리. 오른쪽은 김 원장과 중학교 때부터 친구인 민영국 휴롬 인재개발원 소장이다. 사진=김시원 기자.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농사짓던 이웃들”

인간 김동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과거 농사짓고 살던 가난한 이웃들이라고 답했다.

“농사를 지으며 공무원 생활을 했습니다. 자랑스러웠죠. 그런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역시나 농사지으며 고생하고 살던 이웃 분들입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열심히 사셨던 지역 농부들이 제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한방약초산업도 결국 농민들의 소득을 높여준다는 생각에서 추진한 것이라 보면 될 겁니다.”

함께 자리한, 휴롬 인재개발원 소장이자 김동환 원장의 오랜 친구인 민영국 씨가 끝으로 친구에 관해 한 마디 했다.

“나는 김 원장을 친구로서 존경합니다. 이 친구 같은 공무원이 대한민국의 1/3만 돼도 한국은 정말 멋진 나라, 건전한 나라가 됐을 거예요. 김동환은 내 생활 방식까지도 바꾸게 만든 친구입니다.”

산청 모 갈비집에서 나눈 취중토크. 이야기에 윤활유가 되어준 고기와 술이 각자 역할을 다 한 뒤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이 밤으로 물든 사이, 팽팽한 산청의 겨울 하늘은 ‘산청 토박이’ 김동환 원장에게 말을 걸 듯 조용히 내려앉아 있었다.

인터뷰·글 김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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