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의 고장’ 명성 이어나갈 산청 김도경 한약사
‘한약의 고장’ 명성 이어나갈 산청 김도경 한약사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02.05 19: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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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통 동양당한약방 김태훈 원장의 아들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전문위원과 한약사 병행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한약관련 제품 수출계획

김도경 한약사는 지난해를 끝으로 대한한약사회 부회장 임기를 마쳤다. 지금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소속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전문위원과 한약사 일을 병행하고 있다. 산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산청을 대표하는 동양당한약방 김태훈 원장의 아들이기도 하다. 1월 30일 그의 개인 사무실에서 한약사 인생을 물었다.

▲나고 자라신 곳이기도 하겠지만 산청은 ‘한약의 고장’으로서 한약사들에게 따로 뜻깊은 곳일 것 같습니다. 한약사들에게 산청은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산청은 국내 1,000여 종 약초가 자생하는 청정 약초 재배 최적지입니다. 또 <동의보감> 저자 허준을 비롯해 류의태, 초삼·초객형제 등이 의술을 펼친 한의학의 본고장이기도 하지요. 한약사에게 산청이란 환자를 위해 의술을 펼치던 선현들의 뛰어난 삶이 녹아있는 상징적인 곳입니다. 또한 산청은 세계전통의학엑스포를 열었고 2001년부턴 지역축제로 산청한방약초축제도 개최하고 있습니다. 한방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산청군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침체된 한방산업 발전을 위해 군과 한약사가 함께 노력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약사 일과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전문위원 일을 함께 하고 계십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가요?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전문위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보건복지부장관의 자문에 응하기 위해 전국의 의약계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분야별 심의위원으로 위촉돼 의약과 관련한 각종 심의를 담당하고 있구요. 아무래도 공직에 있는 분들은 생약 파트나 현장 상황을 잘 모르시니까 저희가 현장 상황도 알려주고 추진 방향이 맞다 아니다 식으로 자문을 해주는 겁니다.

▲한약사 이전 다른 일을 하신 적은 없는지요.

그렇습니다. 제 부친께서 40여 년간 한약방을 운영하고 계시다보니 저는 어릴 적부터 한약을 접해왔습니다. 한약방을 방문하시는 환자들이 한약을 복용한 뒤 증세가 호전되는 것을 지켜보며 한약의 우수성을 그대로 실감한 셈입니다. 그렇게 한약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얼마나 보람된 일인가를 알게 됐고 이후 한약사 길을 자연스레 걷게 됐습니다.

'한약의 고장' 산청에서 나고 자란 김도경 한약사. 지난해 대한한약사회 부회장 및 회장 권한대행 임기를 마친 그는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 소속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전문위원과 한약사 일을 병행하고 있다.

▲작년까지 부회장직을 맡으신 대한한약사회에 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한한약사회는 사회복지와 국민보건 증진을 위해 한약학의 연구 및 개발, 과학화를 도모해 한약사의 권익신장과 한약사제도의 연구, 개선, 발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한약사대표기구입니다. 저는 지난해까지 대한한약사회 부회장 및 회장 권한대행을 맡아 한약사를 대외에 알리는데 노력했습니다.

▲98년 우석대학교를 시작으로 전국 3곳 대학에 한약학과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후 더 늘어나진 않았는지요.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도부터 한의과대학과 약학대학이 같이 있는 경희대학교, 원광대학교, 우석대학교 3곳에 한약학과를 신설, 약학대학 내 두기로 하고 120명 입학정원으로 지금까지 총 2,500여 명 한약사가 배출되었습니다. 이후 한약학과의 추가신설은 없었지만 향후 한방의약분업 실시를 위한 적정 인원 충족을 위해선 한약학과 증원 및 증설이 꼭 필요합니다.

▲대학 진학 외 한약사가 되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

한약사가 되기 위해선 한약학과에 진학해 국가시험 과목으로 5개 과목 15개 분야를 이수한 뒤 한약사 국가고시에 합격해야 합니다. 한약학과에 진학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편입이나 전과가 있습니다.

▲한약사의 제도화, 한약 전문인이 배출된 지 올해로 19년째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우여곡절이 있었던 걸로 압니다만, 어떤 내용인가요?

한약사제도는 1993년 약사와 한의사의 한약조제권 분쟁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탄생했습니다. 당시 한약사제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미비하거나 허술한 점들이 많았습니다. 한 예로 타 직능의 기득권을 인정한 경과 조치는 한약사제도 신설 이래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으며, 그 결과 한약사는 한방의약분업 이전까지 한약과 한약제제의 배타적 조제권자로 기능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약사제도 개선을 위해선 한약사가 독립적인 전문성을 발휘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만약 한약사제도의 개선 및 대책 마련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현 상태에서 추가적인 전문인력 배출은 직능 간 갈등을 초래하고 사회적인 낭비만 초래할 뿐이므로 한약사제도는 근본적인 재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1996년 이래 국내 한약학과는 한의과대학과 약학대학이 같이 있는 경희대학교, 원광대학교, 우석대학교 3곳에만 있다. 사진은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한약학과 '교육목표' 내용 갈무리.

▲그 중엔 역시 한방의약분업과 약사제도일원화가 핵심이리라 봅니다. 이 두 제도는 현재 이뤄진 건가요? 그리고 이 제도가 실현되어야 하는 이유(명분)는 무엇입니까?

1993년 약사와 한의사 사이 한약분쟁 이후 경실련의 중재 협의안(“의약분업 실시 후 3년 이내에 한방의약분업 실시를 전제로 한약사 제도를 마련”)을 반영해 1994년 1월 한약사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한약사제도가 한방의약분업을 전제로 도입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만들어진 지 2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한방의약분업 실시를 위한 정부의 준비는 전무한 상태입니다. 한약사제도의 취지는 한약전문가 양성을 통한 한방과 양방의 이원화 체계 발전인데, 이원화 체계에 대한 정부 의지가 미흡하다면 이제는 약사 일원화도 고민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의사와 한약사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한약사는 약학대학 한약학과(4년제)를 졸업해 한약사 면허를 취득해야 하며, 한약 및 한약제제에 대한 전반적인 생산, 제조, 조제, 연구, 유통, 관리업무를 담당합니다. 한의사는 한의대(6년제) 또는 한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한의사 면허를 취득해 한방의료와 보건업무에 종사합니다.

▲한약국도 한의원의 처방전이 있어야 한약을 조제, 유통할 수 있는 것인가요.

한약사제도가 생길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에 의해 안정성과 유효성이 확보된 처방을 선별고시한 한약조제지침서가 만들어졌습니다. 한약사는 한의사의 처방전에 의해 한약을 조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의사 처방전 없이도 환자와 상담을 통해 한약조제지침서에 수재된 처방에 따라 조제를 할 수 있습니다.

▲한약국은 분명 약국보다 덜 대중적입니다. 그건 아마도 우리 주위에 한약국이 눈에 잘 띄지 않아서일 텐데요. 전국에 한약국은 몇 군데 정도 됩니까? 그리고 소비자들이 원거리 한약국을 이용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전국에 개설된 한약국 수는 대략 700여 곳정도 됩니다. 한 해 배출 인원에 비해 개설자 수는 다소 적은 편이죠. 배타적 직능이 확보되어 있지 않다보니 한약국 개설보다는 제약회사, 한방병원, 원외탕전 등에서 근무하는 한약사 수가 많습니다. 한약국을 이용하시고자 하는 환자분들은 한약국을 직접 방문하셔서 한약사와 전문적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맞는 한약을 복용하시는 것이 보다 효과적입니다.

김 한약사가 약재 보관함을 살펴보고 있다. 그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에 우리 한약을 수출할 계획을 피력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한약사로서, 또 개인으로서 목표와 계획이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대학원에서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한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형을 개발해 침체된 한약산업 발전에 일부라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또한 우수한 우리 한약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중국 및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에 한약관련 제품의 수출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쪽 나라들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한약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높은 편입니다.

김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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