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만개한 경호강에서 커피 한 잔' 박진상 커피블라썸 대표
'벚꽃 만개한 경호강에서 커피 한 잔' 박진상 커피블라썸 대표
  • 조현웅 기자
  • 승인 2019.03.25 18: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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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 커피블라썸 자리 한 눈에 반해 유학까지 포기
경호강·웅석봉 한눈에들어오는카페, SNS서인기급상승
외식조리학과 졸업해 사시미빙수등 대표메뉴직접개발
산청 원지마을에 위치한 커피블라썸을 운영하는 박진상 대표와 그의 예비아내가 단골들의 커피 쿠폰 앞에 서있다.
산청 원지마을에 위치한 커피블라썸을 운영하는 박진상 대표와 그의 예비아내가 단골들의 커피 쿠폰 앞에 서있다.

물 맑고 공기 좋은 청정 산청군에 떠오르는 핫플레이스가 있다. 산청 원지마을에 위치한 ‘커피블라썸’ 카페다. 이곳에서는 경호강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려한 풍경 덕분에 일명 ‘인생사진’도 건질 수 있다. 특히 3~4월에는 경호강 옆으로 벚꽃이 만개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를 증명하듯 방문객들이 SNS에 직접 후기글를 올리는 덕분에 따로 홍보가 필요 없을 정도다. 하지만 자랑거리가 풍경 뿐이라면 이곳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곳의 숨겨진 매력을 찾아 벚꽃 필 무렵 박진상 커피블라썸 대표를 만났다.

▲SNS에서 핫플레이스로 유명하다.

카페의 탁 트인 창문을 통해 경호강과 웅석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도 조용한 편이라 분위기에 한껏 취할 수 있다. 또한 테라스가 있어 날씨가 좋을 때는 야외에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것도 매력인 것 같다. 웅석봉은 꼭대기가 곰같이 생겼다 해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정말 곰처럼 생겼는지 직접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풍경만 좋다면 이처럼 유명세를 탈 수 없었을 텐데.

저는 카페라면 가장 대중적이고 기본인 아메리카노가 맛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커피의 맛에 굉장히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또한 모든 재료를 직접 만드는 수제샌드위치, 벚꽃 시즌에만 만날 수 있는 네 가지맛 벚꽃 모양 머랭쿠키, 샤브레, 뱅오쇼콜라, 사시미빙수 등 다양한 디저트도 많이들 좋아해주신다. 시골이다보니 고객 연령대가 높아 건강쥬스 등을 메뉴에 준비한 것도 잘한 것 같다. 특히 사시미빙수는 망고를 사시미로 썰어 만든 것인데, 여름에는 망고의 숙성속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재료가 부족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커피블라썸은 다양한 디저트를 수제로 만들고 있다. 사진은 망고 사시미빙수와 수제 티라미수.
커피블라썸은 다양한 디저트를 수제로 만든다. 사진은 망고 사시미빙수와 수제 티라미수.
매일매일 베이킹하는 사브레와 머랭쿠키.
매일매일 베이킹하는 샤브레와 머랭쿠키.

▲커피블라썸이란 상호는 무슨 의미인가.

카페를 오픈할 때 더 테라스, 더 박스, 리버뷰 등 상호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카페 바로 앞에 벚꽃이 만개한 것을 보고 예비아내가 커피블라썸이 어떻냐고 하더라. 블라썸이 만개하다란 의미다. 특색도 있고 좋을 것 같아 커피 향이 만개하다는 뜻으로 짓게 됐다. 그리고 카페 앞에 있는 벚꽃들은 원지마을 주민들이 수 십년 전 직접 심은 것들인데, 저희 아버지가 심은 것도 하나 있다고 하더라. 인연이란 게 참 신기한 것 같다.(웃음)

▲벚꽃 핀 경호강과 너무 잘 어울린다. 어떻게 이곳에 카페를 오픈하게 됐나.

요리하는 것이 좋아 한국국제대학교 외식조리학과를 졸업했는데, 외식조리학과에서 배우는 여러 분야 중 커피에 매력을 느꼈다. 하지만 그렇다고 카페를 오픈하겠다는 계획이 있지는 않았다. 요리공부를 위해 일본유학을 계획 중에 우연히 지금의 커피블라썸 자리를 보게 됐고, 너무 마음에 들어 유학까지 포기하고 지난 2017년 10월 카페를 오픈했다.

▲유학을 포기했다니,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해달라.

얘기가 길어질 수도 있다. 원래 경남체육고등학교에서 레슬링 선수로 운동을 했다. 하지만 어깨부상으로 인해 은퇴하고 참 많이 방황했다. 운동을 접게 되며 뒤늦은 사춘기가 온 것이다. 당시 내게는 운동이 전부였기에 삶의 방향을 잃은 것만 같았다. 그래서 닥치는 대로 일했다. 안 해본일이 없을 정도인데 마지막으로 일했던 곳이 공장이다.

어느 날 공장에서 일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다. 30~40년 뒤 내 모습이 도저히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요리와 관련된 진로를 생각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소방공무원이 되길 바라셨기에 소방학과로 진학해 1년 정도 공부했지만 나와는 맞지 않았다. 이후 부모님을 설득해 늦은 나이에 한국국제대학교 외식조리학과로 진학할 수 있었다. 내가 원했던 것이고, 어릴 때부터 요리하는 것도 좋아해 더 깊이 공부하고 싶어 일본유학을 결정했다.

▲카페를 오픈하겠다는 생각은 언제한건가.

유학을 불과 2개월 앞두고 우연히 지금의 커피블라썸 자리를 방문했다. 이곳 산청 원지마을은 제 고향이고, 지금도 생활을 하고 있는 곳이라 정말 우연한 방문이었다. 그런데 바깥 풍경을 보고 한눈에 반한 것이다. 이 자리는 내가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유학을 포기하고 카페오픈을 준비했다.

 

카페블라썸의 최대 자랑거리인 수려한 풍경들. 카페 바로 앞에 벚꽃이 만개해 있고 경호강과 운석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카페블라썸의 최대 자랑거리인 수려한 풍경들. 카페 바로 앞에 벚꽃이 만개해 있고 경호강과 운석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감히 명당이라 불릴만한 자리인데, 이런 자리가 남아있었나 보다.

원래는 20여년 이상 횟집으로 운영되던 자리다. 주인 분들이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운영이 힘들게 되자 자리가 나왔는데 그걸 제가 보게 된 거다.

▲갑작스레 카페 운영을 준비하게 됐는데, 힘든 점은 없었나.

대학시절 커피에 대한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커피가 낯설지는 않았다. 하지만 카페운영 및 오픈에 대해서는 무지했기 때문에 엄청 고생했다. 배울 곳도 딱히 없었고 ‘유튜브’가 선생이었다.(웃음) 그래서 뭐든 다 부딪쳐 보고 발로 뛰었다. 전국 유명한 카페란 카페는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고, 커피블라썸 인테리어도 구상에서 작업까지 모두 직접 했다.

▲창업에 있어 조금 편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를 생각해보지는 않았나.

물론 프랜차이즈를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프랜차이즈의 정형화된 모습이 싫었다. 똑같은 디저트, 똑같은 커피, 똑같은 인테리어는 내가 추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커피블라썸 인테리어를 직접한 것도 내가 생각했던 부분을 녹이기 위해서다. 개인카페를 운영하시는 다른 분도 그들만의 철학, 그들만의 가치가 그곳에 녹아있다고 생각한다. 커피블라썸엔 ‘경호강과 일체가 되는 카페’가 되고자 하는 저의 생각이 담겼다.

▲개인카페를 준비하는 분들께 조언을 준다면.

저 역시 카페 오픈에 무지했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카페 오픈을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아무런 조건 없이 편하게 얘기를 나누러 오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커피블라썸이란 이름이 마음에 드신다면 상호를 사용하셔도 된다. 다만 상호 사용은 커피 맛이 기본은 되어야 한다는 전제에서다. 혹시 프랜차이즈화 하는 것 아니냐고 오해할 수도 있는데, 프랜차이즈가 아닌 순수 개인카페를 창업하는데 조언을 해드릴 수 있다는 의미다. 예컨대 금액적인 부분에 본인의 ‘노동’이 들어간다면 프랜차이즈에 비해 1/10 가격으로 카페를 오픈할 수 있는 팁이라던가.

▲커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거창한 것은 모르겠지만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 커피 분쇄 정도라던가, 탬핑(누르는 힘), 커피가 내려지는 시간 등이 한결같아야 한다고 본다. 직원을 쓰지 않고 예비아내와 둘이서 운영하는 것도 사람마다 기본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대형프랜차이즈에서 전동머신을 사용하는 이유도 기본을 똑같이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카페 오픈에 있어 가장 고마운 사람이 있다면.

커피블라썸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예비아내에게 가장 고맙다. 유학을 포기하고 갑작스럽게 카페를 오픈하고자 했는데 끝까지 믿고 응원해줘서 고맙고, 오는 10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저로 인해 촌으로 내려와 쉬지도 못하고 일하는 모습이 안쓰럽고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다.

또한 장평문 한국국제대 교수님께도 감사인사를 전한다. 늦은 나이에 대학생활 하는 저를 잘 챙겨주셨다. 교수님의 가르침 덕분에 제가 다양한 디저트를 만들 수 있었고, 지금의 커피블라썸이 가능했다.

조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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