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곁엔 내가 있잖아” 진주시 칠암동 커피 공간 ‘프레커피’ 심재원 대표
“네 곁엔 내가 있잖아” 진주시 칠암동 커피 공간 ‘프레커피’ 심재원 대표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09.17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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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배운 커피...국제커피감별사까지
빙수 브랜드 ‘심설로’ 창립자였기도
3번 고르고 볶고 로스팅 하는 ‘333공법’
브런치, 건강식품 연계한 매장 오픈이 꿈

프레커피는 진주시 칠암동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다. 심재원 대표는 과거 다른 일을 하다 8년 전 취미 삼아 커피를 배워보라는 아내의 권유로 커피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커피의 쓴맛이 싫었던 그는 ‘이런 걸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권할 수 있을까’를 역으로 고민하면서 나름 로스팅 방법을 연구해왔다.

진주시 칠암동 주택가에 있는 '프레커피' 심재원 대표. 그는 8년 전 취미 삼아 배운 커피로 국제감별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사진=김성대 기자. 

심 대표는 처음엔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 일을 했다. 성실히 한 끝에 가게 사장님 눈에 들었고 “다 맡아 해라”는 사장님 주문에 그는 매니저로 2년간 일을 더 했다. 200평 정도 되는 커피숍 책임자로 일을 하다 보니 '내 가게'에 대한 욕심이 생겼는데, 심 대표는 그 길로 독립해 심설로라는 빙수집을 차렸다. 당시 심설로에서 커피는 사이드로 기능 했고, 그렇게 나름 알려진 지역 빙수 브랜드는 5년 정도 더 유지됐다.

빙수집에서 커피숍으로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심설로 이후 갑자기 진주 지역에 빙수집이 늘기 시작한 것이다. 부산 출신 ‘설빙’도 그 중 하나였다. 한땐 심설로에도 체인 문의가 많이 들어왔지만 프렌차이즈 사업 쪽으론 문외한이었던 심 대표는 고민 끝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커피로 사업 방향을 튼다. 2018년 8월,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 1층에 지금의 프레커피를 오픈했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라기보단 커피를 많이 알리기 위해 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보다 좋은 커피를 널리 드셨으면 하는 바람에서요.” - 심재원 대표

커피를 널리 알리기 위해 심 대표는 핸드드립 관련 무료강의를 2, 3명 상대로 하기도 하고 커피를 어떻게 마시는지 물어 오면 친절히 설명도 해준다. 때론 인근에 있는 천전초등학교 학부모들을 상대로 커피 강의를 나가기도 하는 그다. 공정무역 지역에서 생산되는 1등급 생두만을 사용하며, 로스터의 까다로운 테스트를 거친 엄선된 맛과 향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심재원 대표는 대외 로스팅 심사는 물론 자신의 가게에서 커피와 관련해 직접 교육도 한다.

심재원 대표는 커피를 감별해 등급을 매기는 국제커피감별사다. 일명 '큐그레이더(Q-Grader)'는 원재료 생두의 원산지 기후와 재배방식을 이해해 커피의 맛과 향, 본질을 감별하고 등급을 결정하는 일을 한다. 사진=김성대 기자.
신중하게 커피를 내리고 있는 심 대표. 깔끔하게 정돈된 주방이 인상적이다. 사진=김성대 기자.
인터뷰 직전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전문 감별은 어려웠지만 향미에서 일반 프렌차이즈 커피들의 가벼운 맛관 확실한 선을 긋고 있었다. 이 커피를 마신 뒤 가게 이름에 왜 '신선한(Frais)'을 썼는지 기자는 대략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사진=김성대 기자  

‘신선한(Frais)’ 커피를 향한 노력

가게 이름 ‘프레(Frais)’는 이탈리아어로 ‘신선한’이란 뜻이다. 심 대표는 신선한 커피를 추구하기 위해 ‘프레’를 자신의 커피 브랜드 이름으로 썼다. 프레커피는 바로 볶는다. 일반 프렌차이즈들처럼 미리 볶아둔 커피를 쓰는 것과 다르다.

“커피는 숙성을 시켜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면 커피가 산패 됩니다. 굳이 15일을 숙성 시킬 필요가 없는 것이죠. 제대로 된 커피라면 바로 내려도 맛있습니다.” - 심재원 대표

프레커피의 철학은 곧 심 대표의 평소 생각이다. 조미료에 민감한 그는 음식 하나를 먹어도 몸에 좋은 걸 먹고, 커피 한 잔을 마셔도 좋은 커피를 마신다. 먹는 것 자체에 민감한 심 대표는 커피도 조금만 잘못 볶았다 싶으면 그대로 다 버린다. 물론 손님이 원했던 맛이 아닌 커피도 미련 없이 다시 내린다.

그가 가져오는 생두는 1등급이다. 심 대표는 가져온 생두 중 상한 생두를 3차례에 걸쳐 걸러낸다. 이른바 ‘333 공법’의 시작이다. ‘333 공법’은 3번의 거름 작업, 3차례 세척, 3번의 로스팅을 포함한다. 말이 쉽지, 막상 실천해보면 까다로운 공정이다.

“커피는 맛도 좋고 몸에도 좋습니다. 커피엔 간에 좋은 성분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언젠가 간 이식 수술을 받으신 분이 소문을 듣고 가게에 오셨어요. 저희 커피를 드셔보시고는 ‘너무 좋다. 간에 부담이 없다’고 하셨죠. 다른 곳 커피를 마시면 심장이 찌릿찌릿 했다고, 저희 집 커피로 바꿔 마신 뒤부턴 그런 현상이 없어졌다 하시더군요. 저희 집 커피의 신선함이 증명된 듯해 뿌듯하고 기뻤습니다.” - 심재원 대표

카페 한 켠에 있는 프레커피 로스터기. 온도와 시간 등 구간구간마다 신경을 써야 하는 심 대표의 실전 연구 공간이다. 가격은 "차 한 대 값"이다. 사진=김성대 기자.
프레커피에선 다양한 커피들을 만날 수 있다. 심 대표는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생산지역, 가공방식, 품종, 재배고도, 커핑노트까지 꼼꼼하게 적어두었다. 사진=김성대 기자.  
프레커피에선 아메리카노도 각자 다른 입맛에 맞게 조제해준다. 이른바 '맞춤형 아메리카노'다. 사진=김성대 기자.

처음엔 그냥 남들처럼 볶으면 되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커피야말로 하면 할수록, 알면 알수록 배울 게 많은 분야였다. 깊게 들어갈수록 커피의 향미와 맛들의 디테일이 기다리고 있다. 심재원 대표는 지금도 커핑(Coffee Cupping)을 통해 커피에 대한 전반적인 맛을 익히며 공부 중이다. “네 곁엔 내가 있잖아.” 프레커피가 수줍게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는 그래서 프레커피로 커피를 마시러 또는 배우러 오는 사람들에게 심 대표가 건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누가 마셔도 맛있다 할 수 있는 로스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향후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도 브런치나 건강식품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좀 더 커다란 매장을 여는 게 꿈입니다.” - 심재원 대표 

진주 커피 애호가들 곁엔 프레커피가 있다.

김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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