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유일의 스페인 음식 전문점 '올라(HOLA)' 류시은 대표
경남 유일의 스페인 음식 전문점 '올라(HOLA)' 류시은 대표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04.1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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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요리, 와인, 커피, 꽃...'팔방미인'
와인모임'류시은와인클럽'10년간운영
"내 삶이 명품이 되게 하라"를 모토로
스페인 음식 전문점 '올라(HOLA)'는 진주시 칠암동 경남문화예술회관 근처에 있다.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성(아래 사진)은 올라의 주인 류시은 대표. 

 

‘스페인 요리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올라(HOLA)’는 진주시 경남문화예술회관 근처에 있는 경남 유일한 스페인 음식 전문점이다. ‘올라(HOLA)’는 우리말로 ‘안녕’이란 뜻이다. 올라의 주인인 류시은 대표는 칠암동의 아늑한 골목길에 자리한 이 3층짜리 건물을 ‘스페인 레스토랑 & 펍’이라는 공간으로 자신에게 최적화 시켰다. 한 번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인적이 드문 그 위치에 식당을 차릴 거라곤 정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터다. 하지만 류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류 대표에게 그 자리는 기회의 자리로 보였다. 비록 겉모습은 작고 좁지만 건물 내면에 담긴 운치만은 하염없는 그곳에 류 대표는 끝내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냈다. 겸손한 고급스러움을 자랑하는 칠암동 올라에서 그를 만났다.

 

“예술회관을 끼고 있어 공연이 있거나 10월 축제 기간엔 정말 바빠요. 공연의 여운을 달래기 위해, 유럽 여행 가기 전 미리 유럽 음식을 맛보러, 유럽 여행에서 돌아와 그 향수에 젖어 저희 가게를 찾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유럽의 어느 골목 펍에 온 느낌이라고들 말씀을 하셔요. 스페인 가정식을 그대로 옮겨둔, 진주에서 요리와 와인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라 감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류 대표는 대학 졸업 후 14년간 병원 코디네이터 생활을 했다. 지금도 부업으로 하고 있는 금융 일은 올해로 11년째다. 그는 2002년부터 와인을 배우고 마시기 시작하며 올라를 위해 6년을 준비했다. 와인바 또는 와인레스토랑을 열고 싶었던 그는 이전엔 커피숍을 운영했다. 물론 커피는 와인과 달랐다. 와인엔 음식이 있어야 했고 커피는 와인을 보조해야 했다. 바리스타 과정을 밟은 류 대표가 프랑스·이탈리아 요리까지 섭렵하며 가게를 준비한 이유다. 거기엔 또한 꽃이나 장식도 필요했기에 그는 정식 플로리스트 자격도 갖추었다. 스티븐 코비의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은 “삶이 명품이 되게” 하려는 그런 류 대표에게 삶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류시은 대표는 와인과 (스페인)요리의 완전한 조화를 꿈꾸며 '올라'를 열었다.

와인으로 품격을 소통하다 

‘류시은 와인클럽’

여러 방면으로 해박한 류 대표는 와인 쪽으로도 일가견이 있다. 그는 10년에 걸쳐 ‘소수정예’ 전국구 회원 153명을 거느리고 와인클럽을 운영하는 와인 마니아다. 클럽 이름도 자신의 이름을 딴 ‘류시은 와인클럽’이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이 클럽은 진주에서 와인 좀 마신다는 사람들에겐 이미 익숙한 곳으로, 혹자는 모임의 수장인 류 대표를 가리켜 “와인을 팔기 위함이 아닌, 진주에 와인문화를 심어주는 사람”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류 대표는 “와인 공부는 끝이 없다”고 말한다. 와인은 오래 마셔봐야 내가 좋아하는 와인이 무엇인지, 그 와인의 느낌이 어떤지를 알 수 있다. 류시은 와인클럽은 그런 ‘끝이 없는 와인공부’를 위해 좋은 와인을 함께 알아봐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와인은 시간이 필요한 술이다.

“와인 강의를 다녔어요. 기업체, 공무원을 상대로 한 강의였죠. 아이쿱생협 와인 강사로도 활동했구요. 전 와인을 2002년부터 마셨지만 지금도 못 마셔본 게 더 많아요. 거의 '1일 1주(酒)'로 마셨는데도 말이죠.(웃음) 물론 1일 1주라 해서 취하는 정도는 아니고 맛만 보는 정도예요. 컨디션 안 좋을 땐 안 마시고 주말엔 쉽니다.(웃음)”

올라의 2층은 ‘시크릿 파티룸’이다. 우리말로 ‘비밀의 파티방’ 정도 되겠다. 이곳에선 하루 한 테이블만 예약으로 받는다. 5~7만원 상당 풀코스 요리가 제공되는 이 공간에선 웨딩샤워, 회갑연은 물론 혁신도시 LH의 직원 동아리가 직접 악기를 들고 와 연주회를 열기도 한다. 30~60대까지, 올라의 비밀방을 찾는 연령대는 다양하다.

류시은 대표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와인 모임 '류시은 와인클럽'을 10년째 이끌어왔다.

스페인 요리에 주력

손님의 눈빛까지 신경 쓴다

올라는 스페인 요리에 주력한다. 와인은 이탈리아, 프랑스 요리와 잘 어울리지만 류 대표는 과감히 스페인을 택했다. 일단 이탈리아, 프랑스 요리는 잘 하는 곳이 너무 많고 무엇보다 최근엔 스페인 요리가 ‘뜨고’ 있기 때문이다. 진주는 물론 한국에서도 낯선 스페인 요리가 유독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건 난센스다. ‘이 정도 요리면 한국 사람들에게도 무난하겠다. 와인과 접목해도 괜찮겠다.’ 류 대표는 스페인을 와인에 담그기로 결심한다.

“스페인 요리는 한국 요리처럼 맵고 짠 편이에요. 저희는 그걸 한국식으로 다시 변형시켰구요. 짜장면처럼 한국인 입맛에 맞췄다고 보시면 돼요. 한 번은 바르셀로나에 살고 있는 분이 진주에 부모님 뵈러 왔다가 저희 가게 빠에야가 스페인 현지 빠에야보다 더 맛있다고 말씀해주시기도 했어요.(웃음)”

류 대표는 기억력이 좋다. 그는 자신의 가게에 왔던 손님은 웬만하면 다 기억한다. 과거 병원에서 일할 때도 한 번 왔던 환자는 류 대표의 뇌리에 각인됐었다. 그는 음식 하는 사람들은 감각이 좋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요리 기술을 넘어 손님의 눈빛, 손짓만 봐도 그 손님이 무엇을 마음에 들어 하고 들어 하지 않는지까지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류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실제 올라에 온 손님들의 표정, 손님들이 남긴 음식의 양, 그들이 음식을 먹으면서 어떤 얘기를 나누는지에 귀를 쫑긋 세운다. 그리고 손님에게 말을 건다. “지난번 화이트 와인을 못 마신다 하셨는데 오늘은 레드와인을 좀 드려볼까요?” 업주의 손님을 향한 배려는 곧바로 고객의 가게를 향한 신뢰로 이어진다.

'올라'는 비록 작고 좁지만 공간을 압도하는 운치만은 하염없다.

“내가 말하고 믿는 대로 이뤄진다”

류시은 대표는 와인이 소주나 맥주, 막걸리처럼 누구나 마실 수 있는 술이 되길 바란다. 그는 올라를 누구나 와인을 쉽게 찾아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여기에 맛있는 스페인 요리가 함께라면 더 좋다. 그는 좋은 음식에 와인을 곁들인다는 생각으로 와인을 대한다. 밥에 술을 곁들이는 어르신들의 반주 문화와 와인과 음식을 함께 먹는 일이 류 대표에겐 본질적으로 같다. 류 대표가 접시 하나라도 스페인 느낌이 나도록 수제 도구들을 쓰는 이유도 스페인 요리와 와인이 더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올라는 공간이 좁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예요. 예약을 하지 않고 오시면 자리가 없을 경우가 많으니 저희 가게에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껜 꼭 당부드리고 싶네요.”

류 대표는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론다 번이 쓴 <시크릿>에 나오는 말 "내가 말하고 믿는 대로 된다"를 그가 주문처럼 외우며 살아온 것도 그래서다. 그는 실제 '내 건물에서 와인, 커피, 음식을 내놓고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를 만들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고 또 믿었다. 그렇게 할 거라고 생각하니 행동과 결과는 자연스레 뒤따랐다.

"이전 일들은 경제적 이유로 했던 것이라면, 지금 일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입니다."

'안녕(hola)'은 만날 때와 헤어질 때 모두 쓰는 말이다. 물음표와 마침표 사이에서 우리말 ‘안녕’은 표류한다. 물론, 류 대표가 우리에게 보내는 ‘올라’는 전자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진심을 담아 건네는,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요?'라는 의미심장한 질문이다. 

김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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