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차를고친다는짜릿함에반해
한달 20건의뢰,비용은반드시선불
차량기술사 역할 제도적개선 필요
차량기술사. 사람들에겐 다소 생소한 직업이다. 하지만 생소한만큼 중요한 직업이어서 차량기술사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져야 하는 직업이다. 법에선 기술사 직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기술사는 과학기술에 관한 전문적 응용능력을 필요로 하는 사항에 대하여 계획, 연구, 설계, 분석, 조사, 시험, 시공, 감리, 평가, 진단, 시험운전, 사업관리, 기술판단(기술감정을 포함한다), 기술중재, 이에 관한 기술자문과 기술지도를 그 직무로 한다." – 기술사법 제3조(기술사의 직무)
산청 덕산에서 태어나 진주에서 대학교를 나온 뒤 사천에 터를 잡은 조성규 씨는 카센터 ‘보쉬카’와 ‘JSG차량기술’이라는 두 가지 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 그는 10대 때 직업훈련교육(위탁교육) 자동차과를 다녔고, 이후 주경야독으로 경상대학교 공학 석사까지 수료했다. 1990년도부터 자동차 일과 연을 맺은 그는 고장난 차를 고친다는 짜릿함으로 이 일을 평생 직업으로 삼았다. 가령 간단한 경정비를 하다가 어느 시점에서 ‘사수’들이 못 고치는 걸 자신이 고쳐내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럴 땐 어떤 희열마저 느꼈다는 것이다. 그렇게 계속 흥미를 가지니 깊이 공부하게 됐고 결국 전국에 몇 안 되는 차량기술사까지 왔다. 2019년 1월 현재 대한민국에서 차량기술사로 실제 활약 중인 인력은 15명 안팎이다. 조성규 대표는 바로 그 중 한 사람이다.

- 차량기술사라는 직업은 확실히 낯설다. 어떤 일을 하는가.
기술 계통에는 크게 기능과 기술 두 가지가 있다. 기능은 스킬, 고치는 것이고 기술은 공학적으로 풀어 설계도 하고 감리도 하는 일을 일컫는다. 기술사는 그 두 가지에 다 능해야 하는 직업이다. 소비자가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 언제든 맞닥뜨릴 수 있는 사건들은 보상을 위해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그 경우 우리 기술사들이 기술사법 제3조에 의거해 참여, 감정, 평가를 해주고 보험회사 및 당사자에게 근거를 제시해 해결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 의뢰는 어떤 식으로 들어오나.
의뢰는 개인도 있고 정비공장 장비가 문제일 때도 찾아온다. 장비결함 감정의 경우 구입한 업체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정비를 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당신이 정비 잘못해서 내 차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이렇게 말할 순 없는 일이다. 반드시 근거가 있어야 한다. 기술사는 그 객관적 근거를 찾아내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 의뢰 과정에서 특이할 만한 점이 있다면?
반드시 비용을 먼저 받는다. 다 하고 나서 받으면 모양새가 이상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용을 미리 받고 고지를 한다. 저희는 대한민국 최고 국가 기술 자격을 가진 기술사인데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평가 보고서가 선생님에게 불리하게 갈 수도 있다, 식으로. 자신이 보기엔 정비 불량인데 우리가 판단했을 땐 정비 불량이 아닐 수가 있는 거다. 그런 오해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비용을 반드시 먼저 받고 일을 시작한다.


- 한국에 차량기술사 숫자는 어느 정도인가.
얼마 안 된다. 전국에 15명 남짓일까. 그래서 다 아는 사이다. 정기 모임, 세미나도 한다. 특히 미래창조과학부장관 등록 후 하시는 분들은 몇 안 된다. 등록을 했더라도 활동 하는 분들은 더 적다. 사실 지난 달에 뜻이 맞는 기술사들과 ‘차량 과학기술인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예컨대 내가 감정 의뢰를 받았는데 의뢰인이 사는 지역이 서울일 때, 너무 멀지 않나. 갔다오면 출장비 받으니 나야 좋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보게 된다. 이런 부분을 서로 도와보자는 취지로 만든 조합이다.
- 조합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자동차는 건물처럼 큰 소송이 아니다. 사소하다. 중고차 사봤자 300~500만원 대인데 변호사비 주고 나면 뭐가 남겠나. 그런 고객 부담 최소화도 협동조합을 만든 이유 중 하나다. 사람들을 도와준다고 생각하니까 재미가 있다, 더 해주고 싶고 열정도 있고. 또 최근엔 자동차보상학과, 도로사고를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학과들과MOU도 맺었다. 더 진지하고 정확한 판단을 해주면 소비자가 억울한 일을 당해도 굳이 소송까지 가지 않아도 될 테고, 변호사를 통한다면 법원에서 더 좋은 증거자료를 확보할 수 있으니까. ‘차량 과학기술인 협동조합’은 이런 걸 만들어주려고 노력한 결과다.

- 차량기술사의 제도적 위치는 어디쯤인가?
토목, 건축의 경우 준공 허가를 받기 위해선 건축설계 시공 기술사의 설계 도면이 들어가야 된다는 게 법으로 명시돼 있는데 차량기술사와 관련해선 ‘차량기술사의 설계도가 있어야 튜닝(구조변경) 허가를 낸다’라는 게 없다. 이런 부분이 우리 입장에선 안타깝다. 크레인 튜닝의 경우 녹이 슬어 너덜너덜한 차도 구조변경을 해서 쓰는데, 과연 그런 크레인이 안전할까? 그런 부분에 대해 기술사들에게 확인을 받아야 하는 법적 제도가 있다면 국민 안전 확보 차원에서도 좋을 텐데 말이다. 현 제도에선 튜닝 후 도로교통공단 가서 확인만 받으면 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문제는 공단 직원들이 성능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전문가가 아니라는 거다. 그들은 장비로 제동력 측정하고 기준에 부합하면 합격만 시켜주는 사람들일 뿐, 우리처럼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지식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니다. 이런 것도 제도적으로 필요하다고 우리끼리, 말 그대로 ‘우리끼리’(웃음) 얘기만 하고 있다.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 들어보니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건 중고차 구입 가격 산정 부분은 작년에 법으로 만들어졌다. 가령 내가 중고차를 사고 싶은데 가격을 알고 싶다, 매매상에 요구를 하면 그 업체는 의무적으로 가격을 산정해줘야 한다. 그럴 때 매매상들이 우리에게 의뢰를 해오면 차량의 침수여부, 사고유무 등 확인을 거쳐 우리가 유상으로 가격을 산정해주는 구조다. 작년부터 시행됐는데, 문제는 이걸 소비자들이 잘 모른다는 거다.
- 이 일은 차량기술사만 할 수 있는 건가.
두 전문 집단이 할 수 있는데 진단평가사와 차량기술사다. 진단평가사는 자동차정비기능사 2급을 가진 집단으로 내가 30년 전에 딴 것이다(웃음). 그러니 누구에게 의뢰하는 게 더 나을지는 뻔한 얘기다. 물론 가격에서 차이는 난다. 기술사는 기본 30만원에서 수입차 풀코스 감정은 70만원까지도 간다. 평균 50만 원 정도로 보면 된다. 기본적인 육안 점검, 진단기 스캔을 통한 고장 유무 확인, 1킬로미터 내외 시운전 등. 그리고 시스템 자체가 진단평가사의 진단에서 문제가 생기면 결국 우리에게 오게 돼있다. 와서 재감정을 받든지 해야 한다.


- 의뢰가 많이 들어오겠다.
의뢰가 많이 들어오면 안 좋은 거지. 분쟁이 많이 생긴다는 거니까. 평균 한 달에 20건 정도 들어온다. 상담까지 치면 더 많고. 의뢰는 대부분 수도권 쪽에서 들어온다. 지역에선 형님 동생, 아는 형님의 사촌동생, 삼촌의 친구의 여동생 이런 식으로 나가니까, 문제가 생겨도 한숨만 쉬다가 끝난다. 서울은 일단 인구가 많아서 분쟁도 많은 것 같다. 지역에선 이런 곳이 있나, 차량기술사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분들도 많다. 조금 전에도 한 분이 격락손해 상담 받고 가셨는데, 조금씩 알려지고는 있는 느낌이다.
- 차량기술사로서 하는 일들이 많다. 대학 강의부터 법원 조정 위원, 본업인 기술사 일들까지. 많이 바쁘겠다.
맞다. 법원 조정 위원회, 교도소 교육 등등 하루가 모자랄 정도다. 사실 기술사 사무소 일만 해도 버겁다. 하지만 현장 일(카센터)을 버릴 수 없는 게 법인 사무소 일만 하시는 분들은 현장을 떠나니까 필드감이 떨어진다. 정비 사례, 고장 사례, 분쟁의 유형,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요인들. 이런 것들은 계속 부딪히고 생각해야 해결 방법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필드를 떠날 수가 없다. 또한 감정을 하면 내공이 계속 쌓인다.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선 많은 자료, 논문을 봐야 하고 내가 직접 실험도 해봐야 한다. 그러면서 내공이 점점 쌓이는 거다. 근래 내가 가장 우선으로 하는 건 창원지방법원 조정 일이다. 여기엔 가게 문을 닫더라도 참여한다. 왜냐하면 가면 배울 것도 많고 조정에 참여해 다투는 두 분을 화해시켜 원만하게 해결되면 내 기분도 덩달아 좋으니까. 그렇게 해결되면 저녁에 맥주 한 병 마시고(웃음). 그런 게 좋다.
- 정말 중고차와 관련한 분쟁이 많겠다.
중고차를 사러 갈 땐 차의 용도, 가격, 색상 등을 꼼꼼히 체크해서 가야 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국토교통부에서 좋은 걸 만들어놨는데 바로 마이카 정보다. 여기 들어가보면 내가 찜해둔 중고차의 이전 수리 이력이 다 나와있다. 내가 생각하는 미디어의 역할은 바로 이런 유용한 정보들을 반복해 국민들에게 학습을 시키는 일인데, 뉴스라는 게 허구헌날 정치 얘기 밖에 안 다룬다.(웃음) 국민들에게 득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피해를 줄여주는 것도 미디어의 역할인데 그런 걸 등한시 하는 것 같다. 여튼 중고 매매 상사에 있는 자동차는 마이카 정보에 들어가면 수리 이력을 볼 수 있다는 것만큼은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앱만 다운 받으면 된다.



- 끝으로 차량기술사로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 말씀 해달라.
차량기술사를 일반인들이 잘 모른다. 그만큼 인력이 적기도 하고.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적은 것 같다. 우리에겐 권리가 없다. 우리 감정서가 인정이 되고 공무원들의 행동으로 이어지는 게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고, 분쟁으로 가서 2차 피해로 이어지는 게 보통이다. 공무원 입장도 이해는 간다. 기술사에게 침수차 판정을 받으면 법률에 따라 어떻게 해라, 이런 게 없으니까. 결국 공무원 입장에서도 방법이 없다. 재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거다. 200~300만원짜리 중고차 사시는 분들은 결국 서민이고 자영업자 분들이다. 이런 분들에겐 1, 2분이 돈이고 일해야 하는 시간인데 그런 분들이 소송에 휘말려 다닌다는 게 너무 안타까운 부분이다. 차량기술사에게 법률적 권리를 주는 제도를 마련해줬으면 좋겠다.
김성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