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천연벌꿀맛 보러오세요~" 산청 지리산담쟁이농원 손옥임 대표 부부
"정직한 천연벌꿀맛 보러오세요~" 산청 지리산담쟁이농원 손옥임 대표 부부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05.28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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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출신...친정 권유로 산청 귀농
양봉업에 전념. '천연벌꿀'만 취급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으로"
저온농축시설과 양봉체험장 계획
지리산담쟁이농원 손옥임 대표와 남편 황민철 씨, 양봉 현장에서 '찰칵'. 사진=김성대 기자.

산청군 시천면 ‘지리산담쟁이농원’에서 양봉업을 하고 있는 손옥임 대표와 남편 황민철 씨는 부산 출신이다. 황 씨는 부산에서 조선업 쪽에 종사했고 손 대표는 전업주부였다. 팍팍하진 않았지만 넉넉지도 않았던 결혼생활을 이어오던 차, 10년째 귀농 생활을 하고 있는 친정 부모님 뜻에 따라 두 사람은 3년 전 산청으로 귀농을 했다.

부부는 20대에 만났다. 손 대표가 26살, 황 씨가 29살이었다. 둘은 2년 정도 연애하다 결혼했다. 양가 부모님들이 모두 상대를 마음에 들어 했는데, 특히 황 씨가 손 대표의 외가 어른 눈에 들면서 결혼은 급물살을 탔다. 결혼 전 손 대표의 외조모가 짓던 곶감 농사를 지금 장인어른과 함께 황 씨가 도와드린 적이 있는데 그때 외할머니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것이다.

“휴가 때마다 매년 이곳에 왔었어요. 한번은 어머니가 ‘한 달에 얼마 버느냐, 그냥 시골에 들어올래?, 석 달만 일하면 너네 연봉에 가까운 돈을 벌 수 있다’ 하시더라구요. 귀가 솔깃했죠.(웃음) 평소 수입에 '0' 하나가 더 붙는데 길게 고민할 일이 아니잖아요. ‘가자’ 남편과 합의를 봤고, 어머니는 ‘말이 나온 김에 해야 한다’시며 남편만 부산으로 보내 다 정리하고 오도록 했어요. 일사천리로 귀농이 진행된 거죠.” - 손옥임 대표

“아들이 처가살이를 한다니까 처음엔 친가에서 반대를 했어요. 급기야 아버지께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셨나 봐요. 내 아들이 시골 귀농, 처가살이를 한다는데 어떨까. 주위 분들은 ‘맨땅에 헤딩하는 것도 아니고 처가에서 닦아 놓았으니 조금만 열심히 하면 괜찮을 거다’ 해주셨고 그제야 아버지도 허락을 하셨죠. 한 번은 아버지가 직접 오신 적이 있는데, 보시고는 ‘잘 내려왔네’ 하시더라구요.(웃음)" - 황민철 씨

지리산담쟁이농원에서 올해 처음 떴다는 아카시아꿀.

하지만 귀농 생활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귀농 후 첫 석 달을 “노예 수준의 석 달”이었다고 말했다. 힘만 쓰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요령이 필요했다. 그 요령을 조금씩 익혀 지금 그들이 주력하는 건 양봉업으로, 초기에 1억 원 가까이를 투자해 시작했다. 하지만 양봉업을 시작하고 1년 가까이 됐을 때 황 씨에게 슬럼프가 왔다. ‘내가 여기서 지금 뭐하는 거지? 내가 이러려고 왔나?’ 9시 출근, 9시 퇴근하던 도시에선 하루 12시간을 힘든 줄 몰랐는데 시골에선 달랐다. 

“남편이 젊다는 이유로 힘쓰는 일은 도맡아 해야 했어요. 일도 많이 하는데 힘은 배로 드니 아마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귀농 1년차 때는 돈 들어가는 일이 많아 경제적으로도 딱히 여유가 없었어요. 버는 족족 자재 사는 데 들어갔죠. 생활비 정도만 벌었던 것 같네요.” - 손옥임 대표

“지난해 2월이었나. 나름 열심히 해보려고 휴대폰 보며 농사일 관련 공부를 하고 있는데 장모님께서 대뜸 문을 여시더니 ‘또 핸드폰 보고 있나? 맨날 핸드폰만 보려면 그냥 부산으로 가게’ 하시는 거예요. 오해하신 거죠. 전 그 길로 ‘알겠습니다’ 하고 또 부산 아버지 댁으로 갔네요.(웃음) 시골생활, 처가살이라는 게 제가 먼저 어른들께 다가가고 해야 하는데 성격상 그게 안 돼서 힘들었어요. 마음에 담아둔 말이 좀 오래 가는 편이라 그때 장모님 말씀도 그 뜻이 아닌 줄 알면서 괜한 스트레스를 받았죠. 택배 보낸다고 한창 바쁠 때 일주일 가출을 했으니. 지금은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웃음)” - 황민철 씨

손 대표 부부는 봄과 여름엔 양봉에 매진하고 가을과 겨울엔 부모님 감 농사를 돕는다. 전화 문자 등으로 직거래를 하는 꿀은 황 씨 장모님의 기존 고객 인맥이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쇼핑몰을 통하기도 하는데 아직 사람들이 많이 찾는 편은 아니다. 천연 꽃꿀만 떠서 판매하는 지리산담쟁이농장 천연꿀은 건강에 관심 있는 젊은 층도 많이 찾는다고 손 대표는 말한다.

하지만 그에겐 한 가지 고민이 있다. 비록 양봉업자들이 많은 시천면이지만 시천면의 저온농축 환경은 비교적 아쉽다고 손 대표는 얘기했다. 그래서 손 대표는 올해나 내년 자신들만의 저온농축장을 별도로 지을 계획이다. 그런 뒤 꽃에서 벌들이 꿀을 떠오는 채밀 과정과 100% 농축 과정까지 다 오픈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그는 양봉협회, 축산물품질관련 기관 등에 의뢰해 제대로 된 꿀을 팔고 싶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그래야만 신뢰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지리산담쟁이벌꿀은 한국양봉협회에서 엄격한 검사를 거친 꿀만 판매한다. 손 대표는 "천연꿀 100%가 아니면 100% 보상해드린다"는 말로 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손님들이 가끔 ‘진짜 꿀 맞아요? 믿을 수 있는 거예요?’라며 전화를 주십니다. 그러면 전 이렇게 대답해요. 저도 아이를 키운다, 그리고 꿀이 나오면 제 가족에게 제일 먼저 맛을 보여준다, 천연꿀이 아니라면 제가 제 아이에게 먹이겠느냐, 천연벌꿀을 뜰 수밖에 없다, 고요. 저희는 하루 일과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아이들 병원에 한 번 데려가려면 오전 일정을 다 빼야 하거든요. 진짜 몸에 좋은 것만 줘서 애들 면역력을 키워야 하는 이유죠.” - 손옥임 대표

손 대표 부부는 아침 7~8시부터 오후 4~6시까지 일한다. 부부에 따르면 귀농은 그들에게 ‘30대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였다. 이걸 놓치면 또 언제 일어설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손옥임 대표는 산청군 4H 회원으로, 황민철 씨는 산청군 양봉협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며 둘은 이 일에 '사활'을 걸었다.

“얼른 분가 해서 소소한 집 하나 지어 살고 싶어요. 저온농축 시설도 빨리 만들고 싶구요. 벌을 많이 키워 확장되면 양봉 체험장도 한 번 꾸며보고 싶습니다. 2, 3군데 정도 부지를 확보해 한 군데는 체험농장, 한 군데는 벌 키우고 꿀 뜨고 화분 받는 양봉장으로 쓰려구요. 지리산담쟁이농원은 앞으로도 정말 믿을 수 있는, 정직한 천연벌꿀만 생산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 - 손옥임 대표

담쟁이는 어떠한 힘든 상황도 이겨내는 식물로 알려져 있다. 시인 도종환은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우리가 잘 이겨내라고"라며 담쟁이의 그 끈기와 투지를 묘사했다. '담쟁이'는 손 대표의 어머니 때부터 쓴 이름이다. 마치 부부가 마주한 벽을 굳세게 넘어가거라 응원이라도 하듯, 말 하나에 엄마의 진심이 담겼다.

김성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