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도 6차산업이 대세다! 산청 ‘순한쌀빵 빵순' 황국진 대표
귀농도 6차산업이 대세다! 산청 ‘순한쌀빵 빵순' 황국진 대표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04.20 22: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청 출신...오산대 호텔조리과 졸업
가업인 죽염을 쌀빵에 접목 ‘맛차별’
직영점 늘리고 ‘쌀 패스트푸드’ 고민
산청읍 친환경로에 있는 '빵순' 황국진 대표. 지금은 쌀빵과 관련한 재료 납품과 기술 전수를 주로 하고 있지만, 향후엔 빵순 직영점 확장과 쌀 패스트푸드점 사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사진=김성대 기자.  

산청군 산청읍 친환경로에 있는 베이커리 맛집 ‘빵순’ 대표 황국진 씨는 고향인 산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기도 오산대학교 호텔조리과에 진학해 한식을 전공했다. 황 대표의 부친은 산청과 용인을 오가며 식품 회사를 경영했는데 주로 다룬 것은 된장과 죽염, 토종밀가루였다. 죽염은 2011년도에 고향으로 귀농한 황 대표가 지금도 가업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빵순은 쌀빵을 만드는 곳이다. 물론 쌀빵이라고 해서 100% 쌀로 만들 순 없다. 황 대표는 쌀 프리믹스(빵이나 쿠키를 만들 때 필요한 재료를 요리하기 편리하도록 배율을 맞춰 미리 혼합해놓은 반제품-편집자주)에 죽염을 혼합한다. 여기에 보리와 귀리, 소량의 글루텐이 더해진다. 이것들을 만들기 위한 제조공장이 산청에 있고, 거기엔 쌀 프리믹스를 연구할 공간도 따로 있다. 황 대표는 3년째 가업인 죽염보다 쌀빵을 만드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쓴 쌀빵 재료만 50톤. 보리까지 더하면 70톤에 이른다.

“쉽게 말해 밀가루 대신 쌀을 쓰는 겁니다. 거기에 보리와 귀리를 혼합시켜 빵이 되게끔 하는 거죠. 쌀은 종류마다 달라 테스트를 해 최적 조건에 부합하는 것들만 씁니다. 과거 오곡현미빵에서 일을 했었는데요, 이곳 빵순에선 재료 납품과 가맹점 오픈을 돕는 쪽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빵순'의 빵에는 쌀, 보리, 귀리, 그리고 죽염이 들어간다.

황 대표의 명함을 봤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올 법한 소녀 한 명이 시크한 표정으로 서 있고 그 옆에 ‘빵순, 순(純)한 쌀빵’이란 글귀가 있다. 그 아래엔 ‘쌀빵 연구가 황국진’이 새겨져 있다. 서울대학교 미대를 졸업하고 산청에 거주 중인 친한 지인 화가가 빵순의 빵을 먹은 뒤 “브랜드 이름 하나 만들어줄게”하며 쓰고 그려준 것이란다. 결국 ‘빵순’은 ‘순한 빵’이라는 뜻이었고, 황 대표는 그런 순한 쌀빵을 만들기 위해 쌀빵을 연구하는 사람이었다.

“밀가루 못 먹는 사람이 쌀빵을 주로 먹습니다. 한때 쌀빵이 유행한 적도 있었는데요, 일단 때가 맞지 않았을뿐더러 대부분 쌀빵을 표방한 가게들 빵들은 맛에서 그다지 경쟁력이 없었습니다. 쌀빵은 하루만 지나도 뻑뻑해지므로 그 맛을 지키기가 쉽지 않았던 거죠. 빵순은 바로 그런 쌀빵의 맛과 식감 수준을 함께 올려놓았다고 자부합니다.”

빵순은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다. 황 대표는 자신이 터득한 쌀빵 기술을 11군데 가게들에 전했는데 그 안엔 진주시 초전동과 충무공동, 상봉동과 하대동 빵집들도 들어있다.

“대구 거래처는 원래 있었어요. 빵순 지점은 함양에 한 곳이 있는데, 내년엔 경기도에 한 곳 더 오픈할 예정이에요. 최근엔 부산에서도 전화가 오는데, 브랜드 확장과 관련해선 아직 본격적인 시스템을 구축하진 않았습니다. 전 기존 체인점들 생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제가 추구하는 건 최소 비용으로 문을 열어 점주가 투자금을 빨리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정말 투자를 하고 싶다면 좋은 재료에 하면 될 일이고요.”

황 대표가 새벽 5시30분부터 직접 만들어낸 쌀빵들(사진 위). 빵순의 쌀빵을 만드는 황 대표의 모습(사진 아래).

황 대표에 따르면 쌀빵은 경력이 많다고 잘 만드는 게 아니다. 그저 가르치는 대로 만들면 된다. 그는 밀빵 하던 사람들은 계속 빵에 뭔가를 입히려 해 아쉽다고 말했다. 쌀빵은 저온에서 24~48시간 숙성시켜야만 제맛을 낸다. 침이 우리보다 두 배 정도 많이 분비되는 서양인들에겐 꺼칠한 밀빵이 맞지만, 밀빵이 속에서 부대끼기 일쑤인 한국인에겐 부드러운 쌀빵이 맞다는 게 황 대표의 확신이다.

“죽염을 오래 하신 아버지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당신께선 ‘중요한 뼈대는 하나다. 그 뼈대를 찾아라’고 말씀 하시더군요. 그래서 동의보감촌 동의본가 같은 곳에서 자문도 많이 얻고 있습니다. 일단 경기도점을 포함해 직영점들을 하나씩 늘려가면서 직원들을 양성하고, 쌀 프리믹스와 죽염을 가맹점들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당장의 목표입니다. 나중에는 쌀로 하는 패스트푸드점도 생각하고 있고요. 전국에 아직 그런 곳은 없거든요.”

빵순은 한해에 밀양 쪽에서 보리만 10톤 정도를 가져다 쓴다. 황 대표는 자신이 속해있는 산청 4-H 회원들 중 보리를 재배하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든지 살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팥도 마찬가지다. 그는 수지와 여건만 맞다면 기꺼이 지역 농산물을 자신의 쌀빵에 녹일 생각이다. 빵순의 전국화를 꿈꾸는 그지만, 어쨌거나 자신의 고향은 산청군이기 때문이다.

김성대 기자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