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인 죽염을 쌀빵에 접목 ‘맛차별’
직영점 늘리고 ‘쌀 패스트푸드’ 고민
산청군 산청읍 친환경로에 있는 베이커리 맛집 ‘빵순’ 대표 황국진 씨는 고향인 산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기도 오산대학교 호텔조리과에 진학해 한식을 전공했다. 황 대표의 부친은 산청과 용인을 오가며 식품 회사를 경영했는데 주로 다룬 것은 된장과 죽염, 토종밀가루였다. 죽염은 2011년도에 고향으로 귀농한 황 대표가 지금도 가업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빵순은 쌀빵을 만드는 곳이다. 물론 쌀빵이라고 해서 100% 쌀로 만들 순 없다. 황 대표는 쌀 프리믹스(빵이나 쿠키를 만들 때 필요한 재료를 요리하기 편리하도록 배율을 맞춰 미리 혼합해놓은 반제품-편집자주)에 죽염을 혼합한다. 여기에 보리와 귀리, 소량의 글루텐이 더해진다. 이것들을 만들기 위한 제조공장이 산청에 있고, 거기엔 쌀 프리믹스를 연구할 공간도 따로 있다. 황 대표는 3년째 가업인 죽염보다 쌀빵을 만드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쓴 쌀빵 재료만 50톤. 보리까지 더하면 70톤에 이른다.
“쉽게 말해 밀가루 대신 쌀을 쓰는 겁니다. 거기에 보리와 귀리를 혼합시켜 빵이 되게끔 하는 거죠. 쌀은 종류마다 달라 테스트를 해 최적 조건에 부합하는 것들만 씁니다. 과거 오곡현미빵에서 일을 했었는데요, 이곳 빵순에선 재료 납품과 가맹점 오픈을 돕는 쪽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황 대표의 명함을 봤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올 법한 소녀 한 명이 시크한 표정으로 서 있고 그 옆에 ‘빵순, 순(純)한 쌀빵’이란 글귀가 있다. 그 아래엔 ‘쌀빵 연구가 황국진’이 새겨져 있다. 서울대학교 미대를 졸업하고 산청에 거주 중인 친한 지인 화가가 빵순의 빵을 먹은 뒤 “브랜드 이름 하나 만들어줄게”하며 쓰고 그려준 것이란다. 결국 ‘빵순’은 ‘순한 빵’이라는 뜻이었고, 황 대표는 그런 순한 쌀빵을 만들기 위해 쌀빵을 연구하는 사람이었다.
“밀가루 못 먹는 사람이 쌀빵을 주로 먹습니다. 한때 쌀빵이 유행한 적도 있었는데요, 일단 때가 맞지 않았을뿐더러 대부분 쌀빵을 표방한 가게들 빵들은 맛에서 그다지 경쟁력이 없었습니다. 쌀빵은 하루만 지나도 뻑뻑해지므로 그 맛을 지키기가 쉽지 않았던 거죠. 빵순은 바로 그런 쌀빵의 맛과 식감 수준을 함께 올려놓았다고 자부합니다.”
빵순은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다. 황 대표는 자신이 터득한 쌀빵 기술을 11군데 가게들에 전했는데 그 안엔 진주시 초전동과 충무공동, 상봉동과 하대동 빵집들도 들어있다.
“대구 거래처는 원래 있었어요. 빵순 지점은 함양에 한 곳이 있는데, 내년엔 경기도에 한 곳 더 오픈할 예정이에요. 최근엔 부산에서도 전화가 오는데, 브랜드 확장과 관련해선 아직 본격적인 시스템을 구축하진 않았습니다. 전 기존 체인점들 생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제가 추구하는 건 최소 비용으로 문을 열어 점주가 투자금을 빨리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정말 투자를 하고 싶다면 좋은 재료에 하면 될 일이고요.”
황 대표에 따르면 쌀빵은 경력이 많다고 잘 만드는 게 아니다. 그저 가르치는 대로 만들면 된다. 그는 밀빵 하던 사람들은 계속 빵에 뭔가를 입히려 해 아쉽다고 말했다. 쌀빵은 저온에서 24~48시간 숙성시켜야만 제맛을 낸다. 침이 우리보다 두 배 정도 많이 분비되는 서양인들에겐 꺼칠한 밀빵이 맞지만, 밀빵이 속에서 부대끼기 일쑤인 한국인에겐 부드러운 쌀빵이 맞다는 게 황 대표의 확신이다.
“죽염을 오래 하신 아버지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당신께선 ‘중요한 뼈대는 하나다. 그 뼈대를 찾아라’고 말씀 하시더군요. 그래서 동의보감촌 동의본가 같은 곳에서 자문도 많이 얻고 있습니다. 일단 경기도점을 포함해 직영점들을 하나씩 늘려가면서 직원들을 양성하고, 쌀 프리믹스와 죽염을 가맹점들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당장의 목표입니다. 나중에는 쌀로 하는 패스트푸드점도 생각하고 있고요. 전국에 아직 그런 곳은 없거든요.”
빵순은 한해에 밀양 쪽에서 보리만 10톤 정도를 가져다 쓴다. 황 대표는 자신이 속해있는 산청 4-H 회원들 중 보리를 재배하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든지 살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팥도 마찬가지다. 그는 수지와 여건만 맞다면 기꺼이 지역 농산물을 자신의 쌀빵에 녹일 생각이다. 빵순의 전국화를 꿈꾸는 그지만, 어쨌거나 자신의 고향은 산청군이기 때문이다.
김성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