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토마토는 없었다" 구일호·김연미 퀸즈농장 대표
"지금까지 이런 토마토는 없었다" 구일호·김연미 퀸즈농장 대표
  • 조현웅 기자
  • 승인 2019.05.31 22: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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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완숙된 퀸즈농장 토마토.
100% 완숙된 퀸즈농장 토마토.

“진짜 맛있어요.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 토마토는 처음 먹어봐요”

퀸즈농장 토마토를 먹어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맛’을 극찬한다. 일반 토마토와 생김새도 같고, 크기도 비슷하지만 맛에 있어서는 한마디로 ‘넘사벽’ 차이라는 것. 오죽하면 다른 토마토는 더 이상 먹지 못하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맛은 굉장히 주관적인 요소다. 때문에 개인마다 취향이 존재하며 입맛이 다를지도 모른다. 허나 단언컨대 퀸즈농장 토마토는 호불호 없이 모두 호(好)다. 정확한 자료의 뒷받침 없이 주관적인 요소 ‘맛’에 대해 이런 표현은 부적합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하고 싶은 말은 퀸즈농장 토마토는 객관적으로 봐도 ‘맛있다’이다. 이와 관련 기사에 앞서 기자가 겪은 일화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기자는 짧은 인생이지만 살아오면서 토마토를 거의 먹어본 적이 없다. 채소 토마토는 물론 햄버거를 먹을 때도 안에 들어있는 토마토를 뺀 뒤 섭취하고, 그 흔한 토마토주스조차 마셔 본 적이 없다. 이유는 맛이 없어서다. 헌데 퀸즈농장을 방문하니 무더운 날씨에 고생한다며 시원한 토마토주스와 토마토를 내어주셨다. 토마토농장 취재를 와놓고 토마토를 먹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할 뿐더러 예의도 아닌 것 같아 이제껏 거의 먹지 않았던 토마토를 먹게 되었다. 기자가 알고 있던 토마토의 맛이 아니었다. 이날 퀸즈농장 토마토는 평생 토마토를 외면했던 기자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과연 그 맛의 비밀은 무엇일까. 퀸즈농장을 이끌고 있는 구일호·김연미 부부를 만나봤다.

 

구일호, 김연미 퀸즈농장 대표는 '전원생활'의 로망을 갖고 2013년 산청으로 귀촌했다. 이들 부부는 귀촌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농사를 짓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한다. 도시에서의 직업을 살려 생활을 이어가려 했다고. 하지만 생각보다 취직이 쉽지 않자 자연스레 '농사'를 떠올리게 됐다고 부부는 말했다.

귀촌 전 구일호 대표는 부산에서 15년 이상 금융권에 종사한 소위 ‘잘 나가는 비즈니스맨’, 김연미 대표는 병원서 인정받는 수간호사였다. 풍족하진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았던 이들이 귀촌한 이유는 ‘전원생활’에 대한 로망 때문이었다. 수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이들 부부는 2012년 귀촌준비를 시작해 2013년 산청에 내려왔다. 산청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 교육과 관련해 1997년 우리나라 최초의 전일제 대안학교로 출범한 ‘간디학교’ 교육환경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부부는 귀촌 후 도시에서의 모든 재산을 정리해 전원생활의 로망인 근사한 집도 지었다. 생활은 도시에서의 직업을 살려 구 대표는 지역회사의 회사원으로, 김 대표는 병원 간호사로 일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허나 로망은 로망일 뿐이었을까. 실제로 경험해 본 전원생활은 빛 좋은 개살구였다. 근사한 집은 좋았으나 벌레와의 동침이었고, 공기는 좋았으나 더위와 추위가 심했다. 취직도 생각했던 것처럼 쉽지 않아 당장 생활비가 부족했다. 이에 시골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부부는 자연스레 농사를 떠올렸다. 귀농은 전혀 생각지도 않았지만 농사밖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고 부부는 말했다.

부부는 막연히 농사를 짓겠다고 생각했지만 귀농을 위해 귀촌한 것이 아니라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아무것도 몰랐기에 농업기술센터에서 도움을 받는다거나 정부, 지자체의 지원도 받지 못했다. 애초에 그런 것이 있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무지했다. 다만 구 대표의 외삼촌이 하동 옥종에서 평생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었기에 부부는 삼촌에게서 토마토 농사와 관련한 모든 지식을 배울 수 있었다. 그렇게 부부는 2014년 토마토 농사를 시작했다. 농장이름은 퀸즈농장이라 지었는데, 김연미 대표의 애칭인 ‘왕비마마’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외삼촌이 토마토 농사를 하고 계셔서, 다른 선택지 없었어요. 게다가 외삼촌이 토마토 농사하면 낮잠 자면서 일할 수 있을 만큼 쉽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제가 토마토 농사를 해보니 외삼촌한테 낚였어요.(웃음) 낮잠은 고사하고 밤잠까지 줄여가며 일하고 있어요.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딸기농사할 걸 그랬어요.(웃음) 그래도 고생한 만큼 고객들이 퀸즈농장 토마토 맛을 알아주셔서 보람차고 힘이 나요”

 

연매출 700만원으로 생활비 조차 부족하던 때도 있었던 퀸즈농장 부부. 어느덧 귀농 5년차 베타랑 농부가 됐다.

지금은 농사 5년차로 어엿한 농부가 되었지만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는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당장 지난해만 하더라도 연매출이 700만원밖에 되지 않았고, 당시 3동(현재 4동) 밖에 되지 않는 하우스에 병이 들이닥쳐 수개월 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기도 했다. 건강이 나빠져 1년간 도시로 돌아가기도 했다. 수입이 고정적이지 않아 김연미 대표는 안정적인 생활비 마련을 위해 낮에는 농사를, 밤에는 병원 일도 했다. 그럼에도 이들 부부는 농사에 있어 ‘우리가 먹을 수 있는 토마토’란 신념,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하우스’란 원칙을 지켰다. 병이 든다고 약을 치지 않았고, 매출이 적다고 덜 익은 토마토를 따지 않았다. 부부는 특히 덜 익은 토마토를 따지 않는 것이 맛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현재 퀸즈농장 토마토는 99% 직거래를 통해 거래된다. 작년까지만 해도 경매와 직거래를 5:5 비율로 판매했지만, 올해부터는 직거래만 고집하고 있다. 토마토가 경매를 통해 소비자에게 1만5천원에 판매된다고 봤을 때, 실제 농부의 수익은 5천원 정도에 불과해 농부와 소비자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직거래가 소농의 살길이라고 판단해서다. 때문에 올해 생산된 퀸즈농장 토마토는 경매장 2번을 제외하고 모두 직거래로 거래됐다. 대부분의 농가에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판로'인데, 퀸즈농장 토마토는 99% 직거래 됐다. 이는 퀸즈농장 토마토가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척도라 할 수 있다. 남편인 구 대표는 그 공을 아내 김 대표에게 돌렸다. 김 대표가 평생 간호사로 일했기 때문에 영업, 서비스 정신이 뛰어나고, 간호사 중에서도 수간호사였기에 고객관리까지 뛰어나다는 것. 반면 김 대표는 남편이 ‘미련곰탱이’라 영업 및 서비스는 부족할지 모르겠지만 진정한 농부정신을 갖고 농사지어 ‘맛’ 좋은 토마토를 만들기 때문에 판매도 원활한 것이라 말했다.

“특별한 비법이 있어서 퀸즈농장 토마토가 맛있는 것은 아니에요. 대부분 토마토는 80% 정도 익었을 때 따서, 유통과정에서 20%가 더 익어 새콤달콤한 토마토로 소비자를 만나요. 반면 우리 퀸즈농장에서는 처음부터 100% 완숙된 토마토만 따요. 그럼 새콤달콤한 토마토가 아닌 달콤한 토마토가 되요. 대신 수확량이 적고, 유통기간이 짧아요. 매출이 적어진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래도 저희는 맛을 위해 100% 완숙을 고집해요. 가격도 시세변동에 얽매이지 않고 박스당 1만2천원으로 고정했어요. 토마토가 시세에 따라 비싸든, 싸든 확실한 맛 때문에 주문이 많아요. 오히려 우리 농장 규모가 4동밖에 되지 않아 주문을 다 받질 못해 죄송스럽죠”

수많은 고난을 버틴 끝에 ‘맛’으로 확실히 자리 잡은 퀸즈농장이지만 이들 부부는 귀농을 절대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부에게 기자가 귀농귀촌을 꿈꾸는 이들에게 맨땅에서부터 시작한 부부가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다고 하자 “무식이 용감하다는 말처럼 농촌에서 태어나지 않고, 집안에 농촌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 없어, 농사를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농사를 시작했지 미리 알았더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저희처럼 하면 큰일난다. 로망 때문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귀촌해 생각에도 없던 귀농을 하게 되어 깨지고, 아파하고, 잃어보고, 정말 힘들었기에 죽기 살기로 했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부부는 “그래도 귀농이나 귀촌을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저희처럼 덜컥 집을 짓는 등 돈부터 투자하지 말고, 최소 6개월 정도 해당 지역에서 살아보며 다양한 정보, 경험을 쌓고 시작해야 된다. 농업기술센터, 지자체 등의 지원도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말하고 보니 저희 반대로만 하면 될 것 같다.(웃음)”고 조언했다.

조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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