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 농업을 이끌 20대 사장' 식물조직배양전문회사 비트로플렉스 최원석 대표
'고성군 농업을 이끌 20대 사장' 식물조직배양전문회사 비트로플렉스 최원석 대표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05.24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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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신...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농업인 꿈꿔
비트로플렉스는 전국 5개 식물조직배양업체 중 하나
고성은 조직배양묘 연구에 최적의 환경 제공하는 곳
"청년농업인과 기존 농업인들 상생하는 고성 지향"

비트로플렉스(VitroPLEX) 최원석 대표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부친으로부터 선물받은 벌레잡이 식물을 베란다에서 키우며 자신의 미래를 점쳤다. 이후 용돈이 생길 때마다 그는 식물에 더 집착했고, 청소년기에 이미 자신이 가진 식물들로 농장 운영을 꿈꾸기 시작했다. 급기야 아르바이트 급여로 방안에 식물농장을 짓고 옥상엔 온실을 만든 그는 자전거를 타고 직접 분양까지 하는 블로거로 거듭난다. 생활 속에서 농업의 비중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농업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최 대표는 그 길로 "즐거움을 파는 농부가 되자" 되뇌이며 자신의 미래를 결정했다. 연예인보다 값진 것이 '원예인'이라고 생각했다는 최 대표. 그렇게 18년이 흘렀다. "훌륭한 농부가 될 거예요"라는 그의 다짐은 말 자체 씨가 되고 싹이 터 지금도 가열차게 자라고 있다.

고성에 있는 비트로플렉스 최원석 대표는 초등학생 때 아버지로부터 선물받은 벌레잡이식물을 베란다에서 키운 것을 시작으로 농업인으로서 미래를 키워왔다.

80~90년대 농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조직배양묘는 식물체에서 바이러스가 없는 가장 깨끗한 부분을 적출해 생산된 무균·무병묘를 뜻한다. 한때 단가 때문에 중국산에 치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중국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현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자급자족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다. 그렇게 건강한 모종을 농가에 공급하는 것, 농민들이 최대 수확을 끌어낼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일이 조직배양묘 연구자의 의무이자 몫이다. 대한민국에 이를 연구하는 민간 업체는 5군데. 비트로플렉스는 그 중 한 곳이다.

"작물별 조건은 다 다르지만 모종은 전국으로 나갑니다. 멀게는 경기 강화도까지 나간 적도 있구요. 고전적 번식 방법으론 수확에 한계를 느껴 조직배양을 배우러 오시는 분들도 사실 꽤 있습니다. 아무래도 해외 것은 로열티 부담이 있으니 자급자족을 해보겠다는 거죠. 비트로플렉스의 최초 사업 모델은 진주 바나나 모종 공급이었습니다. 이전까진 직접 키운 벌레잡이식물로 창경궁 대온실이나, 여러 식물원에 전시장을 조성해주는 사업을 했구요."

올해 25살인 최 대표는 중학교까지만 다녔다. 고등학교는 다니다 적성에 맞지않아 그만두고 직업학교에서 대체학력으로 졸업했다. 이후 조직배양 회사에서 1년 정도 일을 한 끝에 '내가 직접 차려야겠다'고 생각, 18살 때 아르바이트를 해서 집안에 자신만의 배양실을 차렸다. 서울시립대학교 평생교육원을 다니다 "왜 이걸 하고 싶어하느냐. 정 하고 싶다면 연구소를 한 곳 소개시켜 주겠다" 제의를 받았고 19살 때 청주에서 공식 연구원으로 생활했다. 이후 수석으로 졸업한 충남 천안 연암대학교에서 조직배양연구회 회장을 2년간 맡은 뒤 부산대학교 원예생명과학과에 진학했다. 제도권 교육을 거부한 그는 스스로 택한 교육 과정 속에서 학문적 방황을 이어갔다.

'관상용 조직배양병'을 들어보이고 있는 최원석 대표. 이 병 속엔 연구자의 연구가 끝날 때까지 죽지 않는 식물이 담겨 있다. 해당 식물은 번식 외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낼 때 기초 데이터로 활용된다. 사진=김성대 기자.

"한국 농업 체제는 '청년'이라는 세대가 기존 세대와 경쟁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닙니다. 때문에 지역과 상생하면서 새로운 걸 가지고 들어와야 청년 농업인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판단했어요. 저는 분명 농업인들 덕분에 생활하는 것이니 아예 농촌으로 뛰어든 겁니다. 현장과의 밀착, 그것이 곧 '실질적인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올해로 4년 째네요. 학교 다니면서 배양실 운영하고, 학회 참여하면서 논문 쓰는 생활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현장에서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최고의 장점입니다."

하지만 한때 최 대표의 꿈은 응원받지 못했다. 서울대학교 농과대를 졸업한 부친은 아들의 미래가 못마땅했던 것이다. 그 와중에 태풍 곤파스로 옥상 온실까지 날아가 아파트 단지 내 곳곳에 피해를 주며 골칫거리가 된 최 대표는 아버지와 더 서먹해진다. 83학번 아버지와 14학번 아들. '새로운 마인드로 뛰어들면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디 그럼 최선을 다 해봐.' 법대나 의대 진학을 바랐던 부모 뜻에 반해 농대를 고집한 아들의 고집을 부모는 결국 꺾지 못했다. 물론 최 대표의 앞길이 마냥 꽃길은 아니었다. 10시간 핀셋 작업, 연구 후 보고서 정리, 농가 접촉. 하루 5시간 이상을 못 자는 생활은 그의 체력을 조금씩 갉아먹기 시작했다. 

"기반이 잡힐 때까지 부모님으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못 받았어요. 그러면서 3D 일은 다 해본 것 같네요.(웃음) 지금 전 농업과 농학 사이를 오가고 있다 생각합니다. 개인 이름으로 학회에 나가 논문 5편 정도를 발표했고, 고성과 남해군 농업기술센터 농업인 대학 강사로 활동하며 귀농하시는 분들에게 나름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죠.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최 대표 꿈의 시발점이 된 벌레잡이식물. 사진=김성대 기자.
비트로플렉스에 있는 하니베리 모종. 사진=김성대 기자.

한국에서 조직배양 사업은 현재 비트로플렉스를 포함한 민간 5개 업체가 진행하고 있다. 국가에서 진행하는 것도 있지만 이는 주로 연구목적으로, 농가 수요를 따라가진 못하는 형편이다. 최 대표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모은 돈과 신용 대출로 마련한 땅을 백지 도화지 삼아 그 위에 새로운 걸 그린다는 심정으로 이 일에 매진하고 있다. 연매출이 1억원을 넘긴다지만 아직은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은 형편. 배양에 실패했을 때 물어줘야 하는 농가 보상금은 일례일 뿐이다. 그럼에도 최 대표는 '데이터가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성공한다'는 신념으로 눈밑 다크서클을 감당하며 오늘도 새벽 3~4시에 잠을 청한다.

"농산물과 모종이 제값을 받으려면 빨리 심어져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고성의 기후는 이상적이에요. 눈이 거의 안 오니까 하우스를 크게 지을 수 있고, 하우스가 무너질 걱정도 없습니다. 지역을 보고 왔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할 때부터 인생 모토인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자'라는 생각으로 끝까지 해볼 생각입니다. 언젠간 잘 살 거라는 확신을 늘 가지고 있어요."

농촌진흥청에서 수여한 창업아이디어발표대회 최우수상 상장. 고성군 4H 연합회 소속 최 대표의 발표 내용은 사탕수수가 고성군에 뿌리내리며 현실화 될 예정이다. 사진=김성대 기자.

교육도 받을 만큼 받았고 내놓을 만한 실적도 있다. 될 거라는 마인드 하나로 농민이라는 소비자가 원하는 바에 맞게, 이른바 '맞춤형 생산'을 지향하며 최 대표는 오늘도 고성을 대표하는 농업인을 꿈꾸고 있다. 경남 4H 연합회, 그 안의 멤버들과 앞으로 만들어나갈 협동조합은 그 꿈을 위한 양질의 윤활유다.

"협동조합 내에선 각자 맡은 역할이 있습니다. 제 경우엔 농작물 유전자 분석과 병충해 예측 처방 등을 다루죠. 한마디로 생산성을 높여줄 수 있는 인력인 셈입니다. 경험 많은 형님들 사이에 그저 끼워주는 것만으로도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모쪼록 제 모든 역량을 바쳐 귀농 세대와 지역, 새로 정착한 청년농업인들이 기존 농업인들과 상생하고 어우러질 수 있는 고성을 만들고자 합니다."

김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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