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감과 향미를 모두 잡았다! 의령 '팜앤팜 메론' 박태우 대표
식감과 향미를 모두 잡았다! 의령 '팜앤팜 메론' 박태우 대표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04.24 17: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령 출신...진주 경상대학교 진학
원예학과 전과 후 농업의 길 걸어
식감·향미 탁월한 ‘얼스메론’ 지향
경남 4-H 정책국장 “청년농부 바른길 모색”
의령 팜앤팜 메론 박태우 대표. ‘농부의 아들’인 박 대표는 경상대학교 전자공학과에서 원예학과로 전과하며 농업에 자신의 미래를 걸었다. 사진=김성대 기자.

‘팜앤팜 메론’ 박태우 대표는 의령 소상리 구소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중학교까지 고향에서 다녔고 고등학교는 창녕에서, 대학교는 진주 경상대학교 전자공학과로 진학했다. 전공과목이 말해주듯 그는 처음부터 농사를 지을 생각은 없었다. 8살 때 부친이 작고한 뒤 홀로 농사지으며 외동아들을 키운 모친을 도왔을 땔 빼면 그가 농업에 관심을 가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박 대표가 자신의 미래를 진지하게 설계한 시기는 군 제대 후 복학했을 때다. 앞으로 뭘 해야 할 지 막막했던 시절. 아는 형이 책 한 권을 추천해준다. 바로 요시다 다로가 쓴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이었다. 이 책은 쿠바 혁명의 구체적인 모습 즉, 미국 경제 봉쇄 속에서 쿠바인들이 농업으로 살아남아 오늘날 생태주의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기까지 과정을 사진과 함께 담고 있었다. 박 대표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지난날 알았던 농업과 앞으로 바라봐야 할 농업의 가치관을 새로 세우고 또 바로 세울 수 있었다. “내가 세계를 알게 된 것은 책에 의해서였다”고 말한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처럼 박 대표도 책 한 권을 통해 자신이 통과해야 할 세계를 알게 된 것이다.

“그 책을 읽고 농업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전자공학과를 2학년 1학기까지 다니고 농학 관련 수업을 1년 정도 들었죠. 재미가 있었어요! 그래서 원예학과로 전과를 했고 계속 농업 이론을 공부했습니다. 하다 보니 석사까지 갔었네요. 지금도 당시 교수님들과는 계속 교류하며 농업의 이론과 현장, 사업에 관해 소통하고 있습니다.”

얼스 메론을 포복 재배 중인 팜앤팜 농장에서. 박 대표는 현재 의령에서 200평 시설하우스 18동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김성대 기자.

경상대학교 원예학과에서 석사까지 공부를 마친 박 대표는 대학원과 농사라는 갈림길에 선다. 그는 결국 집안 형편을 생각해 농사 쪽으로 마음을 굳혔고, 2011년 6월 학교 졸업 후 고향 의령으로 귀농했다.

“읽었던 책들(이론)을 바탕으로 제가 하고 싶었던 건 유기농업이었습니다. 어머님께 한 번 지어보겠다, 저에게 하우스 한 단지만 달라고 하니 흔쾌히 주셨죠. 물론 실패했지만요.(웃음) 농사가 처음이다 보니 땅의 성질은 물론 배수 관리 지식도 없이 막무가내로 한 겁니다. 이론과 실전이 얼마나 다른지 뼈저리게 깨달은 순간이었어요. 그렇다고 이론적인 해석을 실전 응용으로 풀어 가르쳐줄 사람도 농촌엔 딱히 없었죠. 그래서 농업기술센터 교육을 들었고, 진주 쪽 농가들에 자문도 구하면서 조금씩 감을 잡아 갔습니다. 학문적 해석을 현장에 적용하는 데 3년 정도가 걸린 셈입니다.”

그렇게 팜앤팜의 메론 생산은 안정을 찾아갔다. 문제는 메론의 지속된 시세 하락이었다. 상인들이 따서 유통하는 메론들이 대부분 덜 익은 게 시세가 떨어진 이유였다. 박 대표는 이래선 안 되겠다 생각했다. 자신이 어렸을 때 먹었던 상쾌한 메론을 소비자들에게도 맛보여주고 싶었던 그는 그래서 직거래를 고민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인맥도 없고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그때 만난 이가 바로 헙(Hup) 지원센터의 송영호 이사였다. 우스갯소리로 “블로그만 잘 운영하면 부자도 될 수 있고 장가도 갈 수 있다”고 말한 송 이사는 박 대표에게 경영철학과 마케팅 쪽으로 많은 도움을 줬다. 박 대표는 그런 송 이사에게 배운 노하우로 직거래 고객을 조금씩 확보해나갔다. 단가 결정권을 가지고 스스로 가격을 결정해 판매하며 박 대표는 2013년을 기점으로 팜앤팜 메론의 입지를 조금씩 다져나갔다.

 

얼스 메론, 식감과 향미에서 잡네트 메론을 압도!

그렇다면 왜 멜론이었을까. 박 대표는 직거래 품목을 고민하다 뭔가 특별한, 고객의 입맛을 당길 만한 게 무얼까를 생각했다. 그러다 시중 마트에서 유통하는 멜론 맛이 썩 매력적이지 않다는 걸 알았고, 자신이 맛있게만 키우면 얼마든지 팔 수 있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멜론은 조금만 특별해도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낼 것이었다. 그때가 2012년. 요즘처럼 ‘청년 농부’가 흔치 않던 시절, 박 대표는 블로그와 SNS을 활용해 공격적으로 고객 확보에 나섰다. 일상 이야기, 농장에서의 추억, 재배일지 등 그는 지금도 짬짬이 팜앤팜 블로그를 꾸며나가고 있다.

“5월 말부터가 직거래 작기입니다. 직거래 외엔 공판장을 통하고, 청과상회에서도 달라는 곳이 있어 보내고 있죠. 아직 광고를 하고 있진 않은데, 필요하면 준비할 예정이구요. 판매는 이런 식으로 분산시켜 조율합니다. 사실 이전엔 겨울에도 멜론을 했었는데 당도 문제가 있어 지금은 하지 않습니다. 일단 봄, 여름, 가을 멜론 맛을 보신 고객 분들이 당도도 낮고 크기도 작은 겨울 멜론을 찾지 않거든요. 그렇다고 단가를 적게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해서 4년 전부터 겨울엔 주키니 호박을 심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팜앤팜은 디지털 당도계로 당도 테스트 표본조사를 끝내고 멜론의 당도가 고루 올랐을 때 수확한다. 꼭지가 싱싱한 멜론, 바로 잘라 먹어도 향이 좋고 즙이 단 메론을 당일 새벽 수확해 그날 택배로 보낸다는 게 박 대표의 원칙이다. 팜앤팜 메론과 일반 마트에서 유통되는 메론의 차이는 바로 이 신선도에서 갈린다.

“전 고객과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당연히 택배 과정에서 제품에 손상이 갔거나 선별 중 파손된 상품은 바로 A/S를 해드리구요. 주문은 2014년까진 블로그를 통해 주로 받았는데, 지금은 쇼핑몰(스토어팜)을 통해 대부분 받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서투신 어르신들껜 전화나 문자로 받기도 하고요. 가격은 조금 비싸도(한 박스 3만5천원) 안정적인 맛과 품질을 원하는 고객들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메론이 완전히 익으면 바로 옆 잎이 마그네슘 결핍으로 마른다. 박 대표는 이를 '수확하는 농부의 양심'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지켜져야 소비자가 맛있는 메론을 먹을 수 있다. 농부는 이를 감안하고 농사를 지어야한다고 박 대표는 강조했다. 사진=김성대 기자.

머스크 메론은 크게 잡네트와 얼스 계열, 두 종류로 나뉜다. 겨울철 포복 재배(바닥에 눕혀서 하는 재배-편집자주)를 하는 잡네트 메론은 재배하기가 쉽고 동절기에 비대력이 좋은 장점이 있지만 맛과 향에서 얼스 메론에 뒤진다. 얼스 메론은 5월 중순 전남 나주 쪽 온실에서 많이 나오는데, 박 대표에 따르면 4월 말~5월 중순에 얼스 메론을 포복 재배로 생산해낼 수만 있다면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 등 납품으로 좋은 단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바로 그때를 겨냥해 현재 얼스 메론을 심어놓은 상태다.

“잡네트를 먹다 얼스를 먹어본 사람은 향이 너무 좋아 이후론 잡네트를 먹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잡네트는 식감과 향미에서 얼스 품질을 따라갈 수가 없어요. 비록 무르고 저온에서 키우기 힘들긴 해도 메론의 대세는 얼스임에 분명합니다. 물론 계속 머스크 메론만 다루면 한계가 있으니 가야, 백자 메론도 조금씩 재배하고 있는데요, 한 번은 신혼여행 가서 종자를 사온 스페인 메론도 재배해본 적이 있습니다. 속이 붉은 적육 계열 메론로 500잎 정도 하고 있는데, 6월 말 정도 되면 나올 것 같네요.”

 

청년농업인의 미래와 가정의 화목을 고민

경남 4-H 교육부장이었던 박태우 대표는 지금은 정책국장을 맡고 있다. 그는 현재 경남의 다른 청년 농업인들과 함께 협동조합을 구성해 공동마케팅은 물론 사회환원에 기반한, 농촌에서 청년농업인이 바르게 살아가는 길에 대해 고민 중이다.

“경남 4-H 회원들과 함께 농촌에서 청년들이 재미있게 살아가기 위한 계획을 구상 중입니다. 그것을 위한 특별한 아이디어, 젊은 농업인의 표본이 될 만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개인적으론 농사일과 가정의 행복이 어떻게 병행될 수 있을 지를 고민해요. 아내가 학교 음악 선생님인데, 그래서 농업과 음악의 연계성 같은 것들, 아니면 우리 아이와 함께 농업을 즐길 수 있는 방법 등을 찾아나갈 예정입니다. 오픈 마켓 등 가족과 함께 즐기면서 메론 판매도 하고 홍보도 하고, 아이에게 아빠가 이런 일을 한다 알려주기도 하고. 가족을 챙기고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 가정이 화목해질 수 있는 방법들을 계속 고민해나갈 생각입니다.”

김성대 기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