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노 키우는 농부” 진주 햇살조은농장 유미영 대표
“발레리노 키우는 농부” 진주 햇살조은농장 유미영 대표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07.17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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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여고, 연암공전 졸...2017년부터 수곡서 생활
딸기, 초당옥수수 등 주력상품...2500평 텃밭도 가꿔
단골고객만 200명, 초당옥수수 등 선주문을 지향
마을기업 만들어 사회환원 형태로 가공업 병행 계획
"10년 뒤엔 '발레리노' 아들과 여행 다니며 살고파"

진주시 수곡면 햇살조은농장 유미영 대표는 선명여자고등학교와 연암공업대학을 졸업했다. 지난해 경남 정보화농업인연합회 임원직을 수행했고, 지금은 진주시 정보화농업인연합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유 대표는 농사가 “태어나서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가 농사를 짓게 된 건 남편 손병모 씨가 농부였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과거 서울에서 웨딩 컨설팅 일을 했다. 하던 일을 접고 다시 진주로 와 쉬엄쉬엄 베이비 스튜디오 아르바이트 일을 하다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사실 고등학교 때부터 카메라를 취미로 잡았던 남편 손 씨도 사진관 일을 했었다. 햇살조은농장이 있는 수곡면 원계리는 그런 손 씨가 나고 자란, 유미영 대표의 남편 고향이다.

햇살조은농장의 주력 상품인 초당옥수수 농장에서 한 컷. 사진=유미영 제공.

“저희 부부는 일을 정확히 나눠서 해요. 남편은 생산 위주, 저는 판매와 마케팅을 담당하죠. 2009년 결혼한 해에 인터넷 직거래 판매를 처음 했는데, 그때만 해도 생산자가 직접 농산물을 팔지 않을 때였어요. 당시 3개월 동안 1,500만원치를 팔았죠. 아, 농작물도 직거래를 하면 재밌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뒤로 아이 낳고 몇 년간 다른 일과 병행하며 인터넷 판매를 계속 했어요. 수곡에는 2017년도에 들어왔구요.”

햇살조은농장의 주력 상품 ‘딸기와 초당옥수수’

햇살조은농장의 주작물은 딸기다. 유 대표는 딸기 외 후작으로 수박을 해본 적이 있는데 ‘중매인들만 돈 버는 장사’라는 생각에 일찌감치 접고 이후 보우짱(미니단호박)을 심었다. 전자레인지에 4분만 돌리면 바로 먹을 수 있는 보우짱은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데다 이유식, 다이어트식, 간식으로도 좋아 아이 키우는 젊은 엄마들의 관심을 끌었다. 매출은 첫해 수박보다 좋았다. 저장이 되니 받고 싶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보우짱은 수박과 달리 여러모로 수지가 맞았다.

유 대표가 딸기와 더불어 자신 있게 내놓는 것 중엔 초당옥수수도 있다. 이 역시 전자레인지와 4분을 만나면 그 자리에서 바로 먹을 수 있는데, 찰기가 없고 아삭아삭한 것이 특징인 옥수수다. 유 대표는 재고를 최소화 한다. 초당옥수수는 보관이 되지 않는 특성상 수확과 동시에 판매를 끝내야 한다. 햇살조은농장이 선주문을 받는 이유다.

“4~5년 전부터 조금씩 심다 양을 늘렸어요. 초당옥수수는 쉽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죠. 한날엔 틀니를 하신 한 어르신이 ‘내가 죽기 전에 옥수수를 다 먹는구나’시며 좋아하시기도 했습니다. 초당옥수수는 하우스 한 동에 3천주 정도가 들어가고 자라는 덴 3개월 이상이 걸려요. 조만간 10월에 나올 초당옥수수 클라우드 펀딩을 올릴 예정인데요, 보통 초당옥수수는 5~7월까지 먹는 옥수수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 컨설팅을 더 받아 10월 출하를 계획하고 있는 겁니다.”

유 대표는 항상 새로운 품종을 찾아 직접 심어보곤 한다. 사진=김성대 기자.
딸기는 초당옥수수와 더불어 햇살조은농장의 효자 품목이다. 사진=유미영 제공. 

햇살조은농장은 딸기와 초당옥수수, 보우짱 외에도 감자, 고구마, 깨와 콩류 등도 취급한다. 쉽게 밭작물은 거의 다 한다고 보면 된다. 특히 유 대표는 일반 품종이 아닌 늘 새로운 품종을 심어보는데, 가령 깨 하나를 심어도 키가 짧고 가지가 많이 안 나는, 그러면서 알이 큰 걸 심는 식이다. 들깨도 신품종인 다유들깨를 심는다. 덜 힘들고 빨리 생산해낼 수 있는 종자들을 찾기 위해 유 대표는 항상 살피고 구매하고 실험한다.

작물 다양화를 위한 실험실 ‘2,500평 텃밭’

유 대표에겐 햇살조은농장을 구성하는 4천 평 하우스 12동 외 또 다른 자신만의 공간이 있다. 바로 ‘2,500평 텃밭’이다. 텃밭이라 부르기엔 지나치게 넓은 이곳은 남편 손 씨가 “당신이 하고 싶은 거 다 키워보라”고 아내를 위해 만들어준 진지한 놀이터다. 바질과 오크린, 로메인상추와 청경채, 가죽나무와 사과대추, 그리고 혈당을 조절해준다는 미인풋고추 등이 이 텃밭을 거쳤거나 뿌리내리고 있다. 

텃밭의 작물들은 “다른 작물들을 계기로 고객이 늘어난다”는 유 대표의 생각 내지는 확신에서 비롯된 소일거리다. 또 하나, 사업 확장을 위해 요즘 그가 고민하고 있는 건 농산물 가공이다. 1, 2차 가공을 시작으로 ‘마을 기업’을 통해 ‘사회 환원’으로 이어지는 형태로 가공업을 병행해보고 싶다는 게 현재 유 대표의 밑그림이다.

“저희 농장의 VIP라 할 수 있는 단골 고객들만 200명이 넘습니다. 선주문을 받는 초당옥수수 경우엔 없어서 못 팔정도죠. 초당옥수수는 마니아 분들이 있습니다. 17cm 이상 속이 꽉 찬 것들만 생산하는 저희 옥수수만 고집하시는 분들이죠. 이런 분들껜 맛보기로 보내드리거나 택배비만 받고 보내드리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듣는 ‘집앞 과일 가게보다 여기서 사 먹는 게 더 신선하다’ 같은 말씀은 비할 데 없이 큰 힘이 되죠. 단, 저희는 물건을 더 넣어주거나 나눠는 먹어도, 가격을 깎진 않습니다. 저희 스스로도 다른 사람의 농산물엔 다 제값을 내구요. 이것이 저희만의 원칙이라면 원칙입니다.”

17cm 이상, 속이 꽉 찬 것들만 유통되는 햇살조은농장의 초당옥수수. 사진=유미영 제공.
유 대표의 '작물 실험실'로 기능하는 2,500평 텃밭 일부 모습. 사진=김성대 기자.

유 대표는 ‘판로 걱정은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결혼 후 온라인 오픈 마켓으로 시작한 판로 개척은 각종 SNS와 블로그 홍보, 카페 제휴로 이어졌고 오프라인에선 카페나 레스토랑 주문으로 확장됐다.

“공대를 나와 온라인 마케팅 쪽 교육을 많이 다닙니다. 후원하는 재단이나 아이의 학교 행사 때 사진으로 재능기부도 했구요. SNS 경우엔 예컨대 네이버밴드와 카카오스토리로 제 팔로워를 만들어 그 사람들과 서로가 괜찮게 느끼는 적정 가격에서 거래를 진행합니다. 그렇게 상품과 하품이 나가고 중간 제품은 경매로 따로 소진되죠. 100% 직거래는 불가능하다 보시면 됩니다.”

햇살조은농장 아래 단란한 세 가족. 사진=유미영 제공.

마을 기업, 그리고 발레 하는 아들

앞서 언급한대로 유미영 대표는 마을 기업 설립을 염두에 두고 있다. 햇살조은농장이 있는 진주시 수곡면 원계리는 1597년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 3개월째 때 머문 손경례의 집이 있는 곳이다. 또한 역사적인 농민항쟁도 일어난 장소였던 만큼 원계리는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공익 차원의 마을 기업이 들어설 만한 훌륭한 조건을 갖추었다. 유 대표는 적당한 곳에 마을 기업을 지어 동네 분들의 농산물을 함께 팔아드리고, 타 지역 사람들이 방문해 ‘역사 현장’으로도 기능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진주와 산청에 걸쳐 있는 수곡면 원계리는 진주에서 소외된 느낌이 없지 않고, 더구나 수변 구역이어서 함부로 할 수 없는 부분도 많아 이곳에서 마을 기업 설립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지금 유 대표의 판단이다. 

그런 유 대표에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이 한 명 있다. 그의 아들은 일반인들에겐 <빌리 엘리어트>라는 영화로 친숙할 '발레리노'다. 아들은 5살 때 시작한 태권도보다 어린이집에서 배운 발레에 더 흥미를 느꼈고, 지금도 발레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어 한다. 아들의 발레를 지도 중인 남자 선생님은 유 대표에게 “신체 조건이 발레에 적합하다. 본인이 원한다면 키워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10년 뒤 유 대표는 그런 아들과 여행을 다닐 계획을 갖고 있다. 

유 대표의 사랑하는 '발레리노' 아들. 워밍업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사진=유미영 제공.
발레는 아들 본인이 하고 싶어하고 가르치는 선생님도 "재능이 있다"고 해 당분간 계속 응원할 예정이다. 사진=유미영 제공.

“10년 뒤엔 일 하지 않고 여행을 다닐 겁니다. 사람은 보는 게 넓어야 생각하는 것도 넓어진다고 봐요. 제 아들이 5~6학년 정도 되면 유럽 여행도 함께 가고 싶네요. 아들과는 어릴 때부터 부산과 창원 등을 오가며 뮤지컬 같은 문화예술 공연들을 많이 보러 다녔어요.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요. 사람이 몸으로 겪은 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가 어릴 수록 자연에서 자유분방하게 살다 나이가 들면 병원 가까운데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제 아들도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구요.”

김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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