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로 만난 편백가구 '판매자'로
2,3층 넓혀 편백가구 선택지↑ 목표
진주 편백드림 홍주환 대표의 어린 시절은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어머니의 부재와 책임감 부족한 아버지 대신 동생 둘의 아버지가 되어야 했다. 하지만 그도 어렸기에 가장이라는 역할은 아직 홍 대표에겐 시의적절하지 않은 의무였다. 먹을 게 없을 땐 김치로만 끼니를 때워야 했을 정도로 팍팍했던 가정 형편. 어린 마음에도 ‘이건 아니다’ 싶어 그는 남들보다 좀 더 일찍 세상과 마주할 결심을 한다. 진주와 마산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그는 남들보다 빨리 안경 업계에 둥지를 틀고 동생들과 자신을 위한 삶을 꾸려나간다.
“안경 일을 일찍 시작했어요. 남들이 볼 때 ‘독하다’ 싶을 정도로 일했죠. 돌이켜보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됐는데 그땐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물론 인정도 받았구요. 돈도 남부럽지 않게 벌었습니다. 일이 적성에 맞았나봐요(웃음).”

사실 그에게 적성은 따로 없었다. 홍 대표는 일이 자기에게 맞춰지길 기다리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일에 맞춰 끝내 그 일을 지배하는 쪽에 가까웠다. 그는 안경 업계를 떠나 거제에서 김밥 장사도 했다. 역시 잘 됐다. TV에서 1년에 3억 원씩 번다며 '서민갑부'라고 하는 게 홍 대표에겐 잘 이해가 되지 않았을 정도로. 조선업이 흥했던 당시 거제는 기회의 도시였고 홍 대표는 그 기회를 잡을 줄 알았다.
"일 자체는 하면 다 합니다. 문제는 사람 관리였죠. 그게 제일 힘들었습니다. 거제를 떠나면서 가게는 아는 사람에게 넘기고 왔어요. 아이들 교육도 있고, 진주에서 살고 싶기도 해서 다시 이곳으로 온 거죠."
홍 대표는 목수 일을 한 적이 있다. 실내 인테리어 쪽이었는데 꽤 재밌게 했다. 그러고보면 이 일은 지금 그가 하는 일과 가장 가까운 직업이었다. 물론 편백드림 직영점을 운영하게 된 건 정말 우연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편백가구를 사려다 판매자 입장에서 편백가구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집에서 쓸 편백가구를 찾던 중에 인천까지 가게 됐어요. 여러 편백가구 대리점들이 있었고 개중에 마감처리가 가장 좋은 걸 구매했죠. 그게 편백드림이었습니다. 저희 집이 아들만 셋인데 일단 가구에서 나오는 본드나 포름알데히드 성분으로 아이들 건강을 해치면 안 되니 무조건 ‘건강한 가구’가 필요했습니다. 편백드림은 그런 면에서 친환경적이었고 MDF가 아니었던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서랍장의 경우 내부는 삼나무이면서 바깥만 편백인 제품도 있고, 안은 합판에 바닥은 MDF 소재를 쓰면서 원목가구라며 파는 곳도 있으니까요. 그런 것들과 비교했을 때 편백드림은 100% 편백나무였던 게 좋았습니다.”
편백나무는 일본 나무다. 때문에 편백드림은 80~120년 된 일본산 편백나무를 고집하는데, 원전사고 지역에서 1,000km 떨어진 고치현산 자재만을 써 만에 하나 있을 고객들의 걱정도 미리 덜어주었다.
“편백나무엔 천연 항균물질인 피톤치드가 풍부합니다. 나무들이 스스로를 해충이나 미생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발산하죠. 피톤치드 함유량은 침엽수 중엔 편백나무가 으뜸입니다. 또한 제습 효과도 뛰어나고 코팅 처리가 안 돼 있어서 관리도 편한데요. 삼나무나 소나무 가구는 니스칠을 하지 않으면 벌레 먹거나 상하는 반면, 편백나무는 때가 묻으면 사포로만 문질러도 깨끗해집니다.”
진주 편백드림 매장은 진주교 사거리 진주대첩광장 조성 예정지 맞은편에 있다. 홍 대표에 따르면 위치가 좋아 개천예술제 기간에는 매장이 꽉 찬다고 한다. 진주에 편백가구 매장이 있는 줄 몰랐던 사람들이 많았고 “괜히 다른 데서 샀네” “그동안 진주에선 살 수 있는 곳이 없었다”는 말들도 심심찮게 들렸다. 진주 내 가구 제작 업체들도 편백나무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를 들며 제작을 꺼렸는데, 지나고보니 문제는 편백나무가 아니라 자재 자체를 받을 수 없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편백가구를 취급하는 곳이 있는 남해나 순천 사람들 즉, 편백가구를 한 번 써본 사람들은 반드시 편백가구를 찾더라는 걸 홍 대표는 조금씩 알게 됐다.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김건모씨 피아노 옆 침대로 유명해진 편백드림 가구는 공방에서 짜맞추는 편백가구보다 배는 저렴합니다. 예컨대 공방에서 제작하는 퀸사이즈 편백나무 침대가 250만 원 정도라면 편백드림은 130만 원대죠. 손님들이 가장 선호하는 건 역시 2층 침대 같은 아이들 가구 쪽인데요. 책상, 장농, 책장까지 도합 280~300만 원대 모델도 있습니다. 맞춤 제작도 가능해 고객이 직접 디자인을 해와도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홍 대표는 더디 진행되고 있는 진주대첩광장 조성과 관계없이 매장을 더 늘려 더 많은 편백나무 제품들을 고객들에게 펼쳐보이고 싶다. 현재로선 그게 그의 가장 큰 목표다.
"2, 3층 되는 넓은 매장으로 옮겨 많은 편백나무 제품들을 고객들이 직접 보고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공방에서 만든 편백나무 제품들은 물론 타 편백가구 브랜드들끼리도 부딪혀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더 아기자기한 매장을 고객들께 보여드리고 싶네요."
김성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