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의 동물 지킴이 '태민동물병원' 성태민 원장
합천의 동물 지킴이 '태민동물병원' 성태민 원장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03.11 11: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상대학교 수의과대학 졸업
경북 영양 거쳐 합천에 정착
합천유기견보호소 위탁 운영
합천군 합천읍에 있는 '태민동물병원' 성태민 원장. 그는 치료가 잘 돼 아픈 동물이 다시 활력을 찾고 보호자 분들도 좋아하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사진=김시원 기자.

인구 4만 5천여 명이 사는 합천은 축산업이 발달한 고장이다. 읍내에 있는 태민동물병원의 성태민 원장은 그런 합천에서 동물 돌보미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다. 진주시 수곡면 출신으로 아버지가 양돈업을 하셨던 그는 경상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해 진주시청 농축산과에서 3년간 공중방역수의사로 근무하며 병역을 대신했다. 병역을 마친 성 원장은 진주시 축협에 취업했고 10개월 정도 일했다. 그러다 개인 동물병원을 열고 싶은 마음에 그는 대한민국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1만 7천여 명) 곳으로 알려진 경북 영양군에서 2015년 4월 1일 첫 개원을 하게 된다.

사방이 고립됐다는 뜻으로 '육지 속의 섬'이라 불리는 영양에서 성 원장은 수의사로서 첫 도전이자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영양군 사람들은 그를 좋아했다. 전에 있던 수의사가 떠나고 1년이 지나 새로 온 젊은 수의사가 영양 사람들 입장에선 마냥 귀했다. 손자뻘인 자신에게 "원장님, 원장님" 하던 시골 사람들의 때 묻지 않은 정을 성 원장은 지금도 기억한다. 그의 나이 32살 때였다.

성 원장의 다음 도전지는 결혼을 하면서 오게 된 합천이었다. 경남에서 한우 사육두수가 3만 9천두로 가장 많은 합천은 교통이 편리해 좋았다. 처음 시작할 때는 지리도 사람도 낯설었지만 맡은 일 최선을 다하니 바빠졌다. 그는 송아지 치료를 주로 하는데 요즘같은 환절기에는 설사, 호흡기 진료가 많다. 송아지 치료는 송아지 상태가 나빠져 어미 젖을 못 빠는 상황이 대부분이라 응급을 요한다. 축 늘어져 있는 송아지를 수액 치료로 살려내면 농가 주인들이 고마워하며 진료비와 함께 김장 김치나 밭에서 캔 무, 깻잎으로 정을 표하는데, 성 원장은 그럴 때마다 지쳤던 몸과 마음에 생기를 찾는다. 시골 사람들은 처음엔 투박해도 시간이 지나 신뢰가 쌓이면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는 정이 있다. 양심을 지키며 진심으로 대하려 한 성 원장의 마음이 합천 사람들에게도 통한 것이다.

성태민 원장은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 동물도 진료한다. 반려동물 문화는 합천에도 충분히 발달돼있는데, 말티즈나 푸들 같은 품종견은 물론 도고 아르젠티노나 티베탄 마스티프같은 특수견도 많다. 동물병원에는 피부를 긁거나, 설사를 해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시골 강아지들은 모기에 의해 심장 사상충에 잘 걸린다. 심장 사상충에 감염돼 기침, 식욕부진, 활력소실 같은 임상증상이 나타나면 치료가 힘들다.

성태민 원장 부부. 진주시 수곡면 출신인 성 원장은 합천에 와서 결혼에 골인했다. 사진=성태민 제공.

"치료가 잘 돼 아픈 동물이 다시 활력을 찾고 보호자 분들도 좋아하실 때 수의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그리고 다른 건 몰라도 심장사상충 구충은 꼭 하시길 바랍니다."

수의사는 동물병원 외에도 수족관, 동물원, 한국마사회, 농림축산식품부, 야생동물구조센터, 국제기구, 펫푸드 회사, 동물복지지원센터 등에서도 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이미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를 맞은 곳이다. 2027년엔 시장 규모가 약 6조원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직업으로서 수의사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10년 후 전망 좋은 직업'에서 1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예과 2년, 본과 4년 과정을 거쳐 국가고시를 본 뒤 수의사 면허증을 받게 됩니다. 면허증이 나온 뒤엔 일정 트레이닝(인턴)을 받아야 개원을 할 수 있죠. 분야로선 임상이냐 비임상이냐의 차이인데, 학계와 공무원 쪽에 40%, 동물병원을 개원하는 경우가 60%라고 보시면 됩니다. 수의사의 직업적 전망은 지나친 기대나 비관도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어딜 가나 동물병원이 많이 있어 경쟁도 치열하고, 준비 과정에서 자본금도 적지않게 들어 쉽게 생각하고 오픈해서는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물이 좋고 진료하는 것이 적성에 맞다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고 봅니다."  

합천에는 동물병원이 총 10곳 있다. 이곳엔 수의사협회도 따로 있어 업계 종사자들끼리 소통도 주기적으로 이어간다. 

"전 항상 기본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제가 필요한 곳이면 언제 어디든 가야한다는 생각으로 이 일에 임하죠. 물론 기술 발전에 맞춘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구요. 제 모교인 경상대학교 교명이 '개척'인데, 그 말처럼 살려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성대 기자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