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파머스 조합원 인터뷰 7] “봄을 맞는 희망의 버섯” 합천 봄맞이표고농장 장도경 대표
[합천파머스 조합원 인터뷰 7] “봄을 맞는 희망의 버섯” 합천 봄맞이표고농장 장도경 대표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10.28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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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버섯을 재배하는 봄맞이표고농장은 경남 합천군 적중면 정토양림길에 있다. 농장 이름 ‘봄맞이’는 농장 대표인 장도경씨가 딸과 함께 봄맞이꽃을 좋아해 붙인 것이다. 처음엔 합천 인근 산 이름 등을 생각했다가 봄맞이라는 말에 담긴 희망까지도 그러담고 싶어 결국 지금 이름을 썼다.

장도경 대표는 경주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고, 귀농 전까진 창원에 머물렀다. 고성 출신 남편은 같은 창원에서 군무원 생활을 했다. 귀농 얘긴 장 대표가 먼저 꺼냈다. 명예퇴직 당시 남편의 나이는 56세. ‘100세 시대’를 감안하면 얼마든지 일을 할 수 있는(또는 해야 할) 연배다. 부부 사이 합의를 보고 귀농 정보를 얻으려 지역정보지를 살펴본 끝에 합천 표고 농장이 장 대표의 눈에 들어왔다. 장 대표는 곧 현장을 보러 갔고 괜찮겠다 싶어 그대로 계약까지 했다. 남편의 퇴직 시기와 표고버섯을 좋아하는 장 대표의 취향이 어울리면서 봄맞이표고농장은 첫 걸음을 뗐다.

농장에서 표고버섯을 살피고 있는 장도경 대표.

‘고성으로 귀어’ 대신 ‘합천으로 귀농’

장 대표 부부는 부산등산학교에서 만났다. 봄과 여름엔 클라이밍을, 겨울엔 빙벽을 타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그곳에서 장 대표는 8기(1988년), 남편은 4년 앞선 4기(1984년) 멤버였다. 장 대표는 취미로 등산을 좋아했고 남편은 해당 학교 강사였을 만큼 프로에 가까운 클라이머였다. 남편은 직접 히말라야 원정대에 도전한 적도 있는데, 80년대에만 해도 직업 군인이 장기 휴가를 가는 건 쉽지 않았던 탓에 포기해야 했다. 만약 그때 원정대에 합류 했다면 남편은 어쩌면 함께 훈련 받았던 산악인 엄홍길과 함께 히말라야에 갔을지도 모른다. 생업 때문에 꿈을 이루지 못한 장 대표의 남편은 이후 1년마다 히말라야를 찾고 있다. 이는 빚을 내서라도 남편에게 해주고픈 아내의 배려다.

“처음엔 고성에 귀어를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어린 시절 낚시 하며 힘든 기억이 있는 남편이 반대해 무산됐죠. 나중엔 후회하더라고요.(웃음) 전 이전부터 표고버섯의 독특한 향, 식감을 좋아했습니다. 도시에선 비싸서 자주 못 사먹었는데, 농사짓는 입장이 되어보니 비싸다고 말할 게 아니더군요.(웃음) 도매로 나갔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이제 내년이면 귀농도 5년차네요.” - 장도경 대표

봄맞이표고버섯의 대표상품인 '생 표고' 1킬로그램.

5년 전엔 ‘키우기만 해라, 내가 다 팔아다주겠다’던 사람이 있어 그 말을 믿었다. 꼬박꼬박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만 받으며 살았던지라 장 대표 부부에게 장사는 낯선 일이었다. 그 일도 해를 거듭하다 보니 보는 눈이 생겨 도매로는 답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답은 직거래에 있었다.

원목 표고버섯 “직거래가 답”

“도매가로는 이 일을 지탱해내기가 힘듭니다. 결국 직거래가 답이더군요. 그래서 요즘은 제가 직접 판로까지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여유 있게 살려고 귀농한 건데, 차라리 맘 편히 산 건 도시에서였구나 하는 생각이 가끔 들곤 해요.(웃음) 판로 개척 자체가 일이어서 부담도 되지만 한 편으론 재미도 있어 그렇게 힘들거나 하진 않습니다.” - 장도경 대표

봄맞이표고농장은 하우스 8동(600평)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부부 두 사람이 일하기엔 적당한 크기다. 행여 일을 좀 더 손쉽게 하거나 농장 규모를 넓히는 차원에서 사람을 들이는 건 장 대표에겐 여러모로 부담이다. 인건비가 고가인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낯선 사람들과 일하는 불편함이 가장 큰 이유다. 그래서 장 대표 부부는 앞으로도 되도록 둘이서 가능한 것만 해나가려고 한다.

“버섯은 10월 말부터 4월 말까지 2톤 정도를 수확합니다. 나머지 시간엔 교육도 받고, 나름 나중 것들 생각하면서 취미생활도 즐기고 그렇게 살고 있어요. 특히 올해엔 땅 순환도 알 겸 해서 고추농사도 지어봤는데, 기계농이 아닌 이상 본전이면 나은 수준밖엔 안 된다는 걸 깨달았죠.” - 장도경 대표

장 대표는 배지보다 여러모로 키우기가 까다로운 원목표고버섯이 살아남을 길은 직거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봄맞이농장에서 키워낸 먹음직스런 표고버섯들. 이곳은 통건조 및 분말, 표고차 등도 OEM으로 생산하고 있다. 

봄맞이농장에선 배지가 아닌 원목표고를 취급한다. 원목표고는 한정된 기간에만 수확할 수 있고 수확량이 정해져 있는데다 규모도 커서 배지보다 관리가 까다롭다. 날씨에 민감해 수확량이 들쑥날쑥인 것도 원목표고 재배가 힘든 이유다.

이런 힘든 조건 아래 봄맞이농장은 통 건조 표고와 표고분말, 표고차도 OEM으로 생산하고 있다. 통 건조 표고는 찌개 등 국물요리와 전 요리 등에 쓸 수 있다.

“저희 부부의 최종 목표는 버섯을 활용해 애견 간식 쪽으로 가는 겁니다. 이른바 '수제 애견 간식'이죠. 그런 쪽으로 공부를 해보고 싶고요. 당장 내년엔 돼지버섯 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작목반을 통해 합천 버섯을 알리고 안정화 시켜나가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 장도경 대표

슬라이스 후 건조시킨 봄맞이농장 표고버섯.
봄맞이표고농장 버섯은 차로 마셔도 좋다.

장 대표는 “사이가 얼어붙어 있거나 그러기 직전인 부부들에게 귀농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농사일을 하다 보면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흔히 봄맞이꽃은 ‘자세히 봐야 예쁜 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귀농에 관한 장 대표의 말도 그 꽃말과 같아 보였다. 귀농이란 자세히 보면 부부 사랑이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김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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