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파머스 조합원 인터뷰 13] “참나무 표고버섯의 참맛” 합천 ‘천제 표고버섯’ 권현정 대표
[합천파머스 조합원 인터뷰 13] “참나무 표고버섯의 참맛” 합천 ‘천제 표고버섯’ 권현정 대표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12.11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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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출신 아내와 합천 출신 남편
부산서 생활하다 2008년 합천 귀농
2010년 적중면 정착해 표고버섯 농사
하우스 27동 포함 1,800평 농장 운영
연매출 2억원 "원목 표고만의 매력 믿어"

먼저 참나무를 준비한다. 양쪽 단면을 뺀 면에 드릴로 지름 13mm, 깊이 25mm 구멍을 여럿 뚫는다. 이때 구멍 간격은 대략 10cm 안팎이 좋다. 천공을 끝냈으면 이제 구멍마다에 종균 1개씩을 접종한다. 종균을 접종한 참나무는 어둡고 습한 곳에 둔다. 그래야만 종균이 나무에 고루 번지기 때문이다.

이게 뭘까? 바로 원목(참나무)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과정이다. 합천군 적중면 ‘천제 표고버섯’은 이 방법으로 양질의 표고버섯을 지향하는 농장이다. 농장 이름의 ‘천제’는 농장주인 박천제 씨의 이름에서 가져온 것이다. 기자는 이날 박천제 씨의 아내이자 이곳의 대표인 권현정 씨를 만나고 왔다. 산청이 고향인 그는 합천이 고향인 남편을 지리산 등산 가서 만났다고 했다. 현재 50대 초반인 권 대표가 20대 초반일 때 얘기다.

"남편은 합천 가회면 출신이고 저는 산청군 단계리 출신이에요. 저희는 좀 드라마틱하게 만난 편인데, 어느날 지리산으로 등산을 갔다 제가 다리를 다쳤어요. 그때 절 업고 내려와준 남자가 바로 남편이었죠. 그때 눈이 맞은 거예요.(웃음)" - 권현정 대표

2004년경 황매산 정상 앞에서 한 컷. 박천제, 권현정 부부는 등산에서 처음 만나 결혼까지 골인했다.
미디어팜과 인터뷰 중인 '천제 표고버섯' 권현정 대표. 사진=김시원 기자.

남편 쪽이 7살 많은 권 대표 부부는 부산에서 직장 생활, 식당 경영 등 여러 일을 하다 2008년도에 가회면으로 귀농했다. 권 대표는 귀농을 해서도 얼마간 식당을 운영했는데, 많은 사람들의 밥 해주는 일이 힘에 부쳐 그는 이내 다른 일을 찾게 된다. 마침 살던 곳에서 녹색농촌체험마을 소득사업이라는 걸 추진하고 있었고, 권 대표는 바로 여기서 표고버섯을 처음 접했다.

"가회면에서 식당을 했었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아무래도 단골 위주로 하루 세 끼를 꼬박 차려내야 했던 게 힘에 부쳤던가봐요. 그러던 중 마을 소득사업으로 표고버섯을 알게 됐죠. 수입도 괜찮고, 버섯으로 올인 해보자,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겁니다. 처음엔 가회면 남의 땅에서 시작했는데 상대적으로 땅값이 비싼데다 경리 정리도 잘 안 돼 있어 표고버섯 하우스 짓기에 가회면은 적합하질 않았어요. 하지만 이곳 적중면은 달랐죠. 땅값도 비교적 저렴했고, 하우스를 운영하기에도 최적이었습니다. 그래서 2010년 적중면에 정착하게 된 거예요." - 권현정 대표

천제 표고버섯 작업장에서 버섯 선별이 진행 중이다. 사진=권현정 제공.
종균 접종 작업을 하고 있는 천제 표고버섯 인부들. 사진=권현정 제공.

권 대표 부부가 처음 표고버섯을 가꿀 때 브랜드 이름은 '합천 표고버섯'이었다. 강소농 교육을 받으며 "자신의 로고가 있어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급하게 지은 이름이었다. 하지만 '합천'은 단순히 지명을 뜻하는 거여서 부부 생각엔 다른 이름이 필요해보였다. 결국 권 대표는 나름 특이하다 여긴 남편의 이름 '천제'를 자신이 기르는 표고버섯에 쓰기로 한다. '천제'라는 어감 탓에 기자에게 이 이름은 마치 '표고버섯의 천재'가 되겠다는 농장주의 강한 자신감, 확고한 의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연매출 2억원에 이르는 천제 표고버섯의 농장 규모는 하우스 27동을 포함한 1,800평. 일은 평소 부부 두 사람이 다 하는 편이지만, 인력이 필요한 경우엔 따로 사람을 쓰기도 한다. 표고버섯으로 바쁜 시기는 봄, 가을로 겨울에도 물론 나긴 하지만 성장 속도가 느려 그리 많이 생산되진 않는다. 

흔히 표고버섯 중엔 백화고, 그것도 건조된 백화고를 최고로 친다. 천제 표고버섯에서도 생산 중인 그것은 그러나 배지가 아닌 참나무를 통한다는 데서 차별된다. 천제 표고버섯은 또한 온도와 습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지도 않아 "자연산에 가장 가깝다"고 권 대표는 강조했다.

길이 1m 20cm 참나무에서 잘 자라고 있는 천제 표고버섯들. 표고버섯의 제철은 봄과 가을이다. 사진=권현정 제공.
'표고의 꽃'이라 불리는 백화고. 천제 표고버섯의 백화고는 세트로 10만원에 거래된다. 사진=김성대 기자. 

"'표고의 꽃'이라 부르는 백화고는 습도 높은 가을엔 잘 나질 않아요. 백화고는 지금(겨울)부터 봄까지가 적기죠. 또 백화고는 재배량이 얼마 되지 않아 일반 표고에 비해 값이 좀 더 나갑니다. 선물세트 경우 백화고는 10만원인데 비해 동고는 3만원 선이죠." - 권현정 대표

표고버섯의 장점은 제때 못 팔지언정 건조시켜서도 팔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표고는 다른 작물들에 비해 부가가치도 높다. 하지만 표고버섯 농사가 그리 수월한 일은 아니다. 우선 이 지방에선 보기 힘든 단가 3천원~5천원 선 참나무(보통 1m 20cm 길이)를 1동 당 800본 가량 들여야 하는데다, 물을 먹으면 그 무게가 상당한 참나무를 뒤집어주는 작업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건비를 최소화 해야만 버틸 수 있는 시스템인만큼, 권 대표는 되도록 남편과 해낼 수 있는 선에서만 표고를 생산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주로 개인판매가 많아요. 황매산을 찾는 관광객들도 주고객층이고요. 요즘 비교적 저렴한 배지 버섯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는데, 이런 버섯 드시던 분들도 참나무에서 자란 저희 버섯 드시고 나면 곧장 갈아타시더라구요. 그 분들 입소문이 큰 힘이 되고 있죠. 저희는 원목 표고버섯만의 장점과 매력이 분명히 있다 믿고 앞으로도 꾸준히 가꿔나갈 생각이에요." - 권현정 대표

김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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