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파머스 조합원 인터뷰 22] "10남매 중 일곱 째" 동생과 함께 고향에서 농사짓는 '써니농장' 진선희 대표
[합천파머스 조합원 인터뷰 22] "10남매 중 일곱 째" 동생과 함께 고향에서 농사짓는 '써니농장' 진선희 대표
  • 김성대 기자
  • 승인 2020.02.1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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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덕곡면 출신, 대구에서 4년 생활...농사 28년차
양파, 마늘의 주산지였던 덕곡면, 고추와 깨도 겸농
2만8천평까지 지었던 농사...지금은 1만5천평 규모
2019년 가격 위기 겪고 블로그, 유튜브도 해보려...

합천군 덕곡면 '써니 농장' 진선희 대표는 20살 때 4년 정도 대구에서 직장 생활을 한 시기를 뺀 나머지 삶은 온전히 자신의 고향인 합천에서 보냈다.

진 대표는 맏이와 막내 나이 차가 20살 나는 10남매(2남 8녀) 중 일곱 째로, 아홉 째 동생인 진기석 씨는 얼마전 본지와 인터뷰 했던 팔공산 산딸기 농장 대표이기도 하다. 대구, 구미, 울산, 경주, 합천에 흩어져 사는 남매들 중 농사를 짓는 사람은 두 '진 대표' 밖에 없다고 진선희 씨는 말했다. 형제가 많아서인지 부친 제사 때 한 두 명 빠지는 건 모르고 넘어갈 정도라고.

합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미디어팜과 인터뷰 중인 진선희 대표. 그는 10남매 중 일곱 째로 자랐다. 사진=김성대 기자.

진 대표는 결혼하고 쭉 농사를 지었다. 올해로 28년차다. 도시 생활을 잠깐 했지만 진 대표 경우 귀농이라기 보단 귀농 농가들을 지켜봐온 쪽에 더 가깝다.

양파와 마늘이 주작물인 써니 농장은 꽤 규모 있는 농가다. 과거엔 2만8천평까지 지었는데 올해는 1만5천평 정도를 유지할 생각이라고 진 대표는 밝혔다.

"예부터 덕곡면은 양파와 마늘의 주산지였어요. 전에는 수박과 오이도 했는데 힘들어서 접었죠. 지금은 고추와 깨 정도를 소소하게 양파, 마늘과 함께 짓고 있습니다." - 진선희 대표

진 대표에게 2019년은 떠올리기 싫은 해다. 양파와 마늘 가격이 폭락해 보통 1억원까지 오르던 수익이 지난해엔 마이너스 1억원 이상을 찍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있어서 될 게 아니구나' 진 대표는 지난해 위기가 농사에 대해 생각을 달리 해야지 경각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고 했다.

과거 2만8천평까지 갔던 써니 농장은 현재는 1만5천 평 규모로 줄었다. 파종 때는 500~700명 정도 인력을 쓴다. 사진=김성대 기자, 진선희 제공.

"작년엔 양파, 마늘 가격이 떨어져 정말 힘들었어요. 저희는 거의가 인력을 써서 농사를 짓는 편인데 모종을 심을 땐 500~700명 까지도 쓰죠. 그래서 남는 게 별로 없는 중에 가격 폭락까지 맞아 거의 마이너스 1억5천까지 손해를 본 거예요. 특히 지난해 경우 인력 중 80%가 외국인이었습니다. 지금 들판이 '외국판'이라 보시면 돼요. 이제 한국 농촌에 이 사람들이 없으면 대혼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어요." - 진선희 대표

진 대표는 지난해 가격 된서리를 맞은 뒤 이대로 있어선 안 되겠단 생각에 블로그와 유튜브도 해보려 생각 중이다. 유튜브에 나오는 농부들을 가만히 보니 그냥 대리만족, 놀기 삼아 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진 대표 눈에 그들은 진짜 농부가 아니었다. '저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 세상 흐름에 살짝 뒤처지고 있는 것 같이 느낀 그는 그동안 생각만 해왔던 것을 조금씩 해나가볼 계획이라고 했다.

"아시다시피 순수 농사엔 정부 지원금이 잘 안 나와요. 뭔가를 만들어 아우성을 쳐야 하죠. 그래서 공부를 해보려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목반, 영농법인을 통해 가공품도 만들어볼까 싶구요. 6차 산업요? 글쎄요, 거기까진 아직 생각이 없습니다." - 진선희 대표

진선희 대표는 군 농업기술센터 문예반에서 문인화를 배우고 있다. 사진=진선희 제공.
진선희 대표는 군 농업기술센터 문예반에서 문인화를 배우고 있다. 사진=진선희 제공.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진선희 대표는 최근에 합천 농민들 협동조합인 합천파머스에 들어왔다. 그동안 있는 줄은 알았지만 굳이 뭐, 하는 생각에 주위에만 머물다 지난해 위기의식을 느껴 돌파구 차원에서 찾은 것이다. 

김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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