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파머스 조합원 인터뷰 21] "자유 찾아 고향 왔어요" 팔공산 산딸기 농장 진기석 대표
[합천파머스 조합원 인터뷰 21] "자유 찾아 고향 왔어요" 팔공산 산딸기 농장 진기석 대표
  • 김성대 기자
  • 승인 2020.02.11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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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군 덕곡면 본곡 출신, 고등학교는 구미서 다녀
합천과 대구에 각각 농장 둬...'팔공산' 짓게된 이유
버스운전, 자동차정비 일 하다 '자유' 찾아 고향으로
"무작정 귀농하면 무조건 실패" 2002년부터 준비
"산딸기 농사가 즐거워" 수확 월수 늘려나갈 예정

낙동강이 흐르는 합천군 덕곡면 소재 '팔공산 산딸기 농장' 진기석 대표는 덕곡면 본곡에서 나고 자랐다. 그런데 농장 이름이 팔공산이다. 알다시피 팔공산은 대구광역시 동구와 경상북도 영천시, 군위군, 칠곡군, 경산시에 걸쳐 있는 산으로, 1980년 5월 13일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곳. 특별한 사연이 있을까 싶지만, 합천에서 산딸기 농사를 짓는 그의 농장 이름에 '팔공산'이 들어간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진 대표는 이곳 합천 외 대구 팔공산 순환도로 파계삼거리 쪽에도 농장 하나를 더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합천에서 중학교까지 다니고 구미에서 고등학교 생활을 한 진기석 대표는 결혼 후 대구에서 시내버스를 수 년간 몰았다. 이후 7년을 자동차 정비 일을 했지만 진 대표에게 '직장생활'은 맞지 않았다. 돈을 적게 벌더라도 자유로운 생활을 그는 원했다. 구속 받는 고연봉 생활은 자신의 길이 아니었던 것.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자영업, 중에서도 농업이었다. 진 대표가 고향으로 돌아온 이유다.

팔공산 산딸기 농장 진기석 대표. 그는 10남매 중 9째로 양파, 마늘을 다루는 누나 진선희씨와 함께 고향에서 농부로 살고 있다.

"자동차 정비 일을 하면서 주말엔 딸기 심고, 그렇게 7년 동안 두 일을 같이 했어요. 첫 모종은 2002년 버스 운전할 때 구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무 계획없이 시작한 게 아닌 거죠. 전 무작정 귀농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무작정 귀농하면 무조건 실패한다고 저는 봐요. 귀농을 마음 먹었다면 투자자금과 운전자금을 어떻게 조달해낼 지, 어떤 방식으로 생산·재배기술력을 키워 자신이 선택한 작물을 고소득 작물로 키워낼 것인지에 대해 먼저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진기석 대표

처음 주위에선 산딸기를 반대했다. 재배도 힘들고 돈도 안 되는 걸 왜 하느냐는 거였다. 차라리 오이나 일반 딸기 같은 고소득 작물을 하라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조언했다. 하지만 평안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인 법. 진 대표는 주위 사람들 말에 아랑곳 않고 묵묵히 자기가 하고 싶은 농사를 밀고 나갔다. 그는 산딸기 농사가 재밌었다.

산딸기는 보통 6월에 수확하지만 진 대표는 보온덮개 등을 설치해 앞으론 3, 4, 5월에도 수확해나갈 예정이다.
산딸기는 보통 6월에 수확하지만 진 대표는 보온덮개 등을 설치해 앞으론 3, 4, 5월에도 수확해나갈 예정이다.

"농사도 코드가 맞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됩니다. 전 산딸기 농사가 재밌어요. 일이 즐겁고, 게다가 산딸기 열매는 예쁘기까지 해서 과실이 맺힐 땐 눈도 호강합니다. 제 생각에 농사란 사람의 힘으로만 되는 게 아니에요. 봄이 되면 새싹이 올라오고 또 때가 와 열매가 열리는 걸 보면 농사는 결국 자연의 산물이구나, 사람은 보조 역할만 하는 것이구나 싶습니다." - 진기석 대표

팔공산 농장은 보통 6월 1일~25일에 산딸기를 거둬들인다. 이때 일에 붙는 사람은 20명 정도다. 진 대표가 가진 합천 노지(露地)는 3천평 정도. 재배 방식에 따라 밀식 재배일 땐 나무당 2kg, 보통 나무에선 5kg 정도 산딸기가 수확된다. 

팔공산 농장에서 자라고 난 산딸기.

"보통 노지에서 생산되는 산딸기는 kg당 1~2만원을 받지만, 보온덮개와 전기온풍기를 통해 3월 중순 즈음 나오는 산딸기는 kg당 4만원 선에 거래됩니다." - 진기석 대표

돈의 액수보다 일의 만족도(재미)를 더 따지는 그이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키워내는 작물이 '저소득' 작물에 머무는 것엔 신경이 쓰이는 게 인지상정일 터. 진 대표는 얼마전 지금 농장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80평 땅을 사두었다. 바로 전기온풍기, 보온덮개를 설치해 6월 노지 수확 외에도 3, 4, 5월에도 산딸기를 거둬들이기 위해서다.

김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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