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파머스 조합원 인터뷰 19] "자연의 맛을 새긴 부각" 합천 '나눔농원' 송철근 대표
[합천파머스 조합원 인터뷰 19] "자연의 맛을 새긴 부각" 합천 '나눔농원' 송철근 대표
  • 김성대 기자
  • 승인 2020.01.21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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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 출생, 귀농 7년차
"따뜻하고 조용한 합천이 좋아"
5천평농사, 양봉, 부각생산병행
고용, 계약재배 통한 '나눔' 추구

합천군 대병면 '나눔농원' 송철근 대표는 강원도 춘천에서 왔다. 서울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직장 생활, 사업까지 모두 서울에서 한 그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염증을 느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살던 터였다.

그런 그가 합천에 귀농한 건 올해로 7년째. 강원도도 '시골'이긴 하지만 송 대표의 고향은 너무 추웠다. 그는 임순례 감독의 <남쪽으로 튀어>를 보고 '따뜻한 남쪽 나라'를 동경하게 됐고, 기왕 귀농하는 것 그런 곳으로 가서 살자 마음 먹었다.

합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만든 '지역민과 융화하는 귀농.귀촌 우수 사례집'. 송철근 대표가 거기에 실린 나눔농원 페이지를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김성대 기자.
합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만든 '지역민과 융화하는 귀농.귀촌 우수 사례집'. 송철근 대표가 거기에 실린 나눔농원 페이지를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김성대 기자.

합천이냐 봉화냐, 그것이 문제

그는 3개월 정도 전국을 돌며 자신이 머물 터를 물색했다. '조용하고 도시의 때가 덜 묻은 지역'을 기준으로 최종 후보지가 2군데로 좁혀졌는데 바로 경북 봉화와 경남 합천이었다. 양자택일의 기로에서 송 대표는 결국 아내의 결정에 따라 따뜻하고 조용한 합천을 택했다.

"알맞은 귀농지를 찾기 위해 경북 봉화 '베르미 마을'까지 갔었어요. 너덧 가구가 한 마을에 사는, 전기도 잘 안 들어오는 동네였죠. 그야말로 사람들이 '나는 자연인이다'처럼 사는 동네였습니다. 전 보통 생각들과 다르게 되도록 도시에서 고립되고 도시로부터 단절된 동네, 그리고 인심 좋은 동네를 계속 생각했었는데요. 왜냐면 서울에서 유통업, 실내 인테리어업을 하면서 겪은 대인관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였습니다. 그저 사람에게 덜 시달리며 살고 싶어서, 덜 벌고 덜 쓰면 된다는 생각으로 결국 합천까지 오게 된 거죠." - 송철근 대표

송 대표가 처음 합천에 와서 한 건 농사였다. 콩과 깨, 감자와 고구마, 배추 등 다양한 작물들을 가꾸면서 그는 '나에게 맞는 농사는 뭘까'를 찾았다. 농사는 5천 평 농지에 지금도 짓고 있지만 대신 종류는 좀 줄어 현재는 콩, 고추, 작약만 한다. 여기서 고추는 나눔농원이 주력으로 생산 중인 부각의 재료로 쓴다. 자체 생산 물량은 5천 포기 정도. 모자란 양은 주변 농가를 통한 계약 재배와 진주, 대구 공판장 수매로 충당한다.

나눔농원에서 생산 중인 김, 다시마 부각. 제품 디자인과 포장은 아직 개발 단계다. 정리가 되는대로 정식 인쇄를 거쳐 소매 판매도 준비하고 있다는 게 송 대표의 설명이다. 사진=김성대 기자.

부각을 만들다

"처음 귀농해서 뭘 해서 먹고 살까를 생각했습니다. 한 달, 1년에 얼마를 벌어야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를 따져봤더니 최소 2천만 원이면 될 것 같더군요. 농사 지어서 500만원, 양봉 해서 500만원, 염소와 닭으로 500만원(송 대표는 염소 육회-구이-전골 등 코스 요리를 합천 인근 펜션들에 공급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는 산림간벌작업, 산불감시원 등 다른 일을 해서 메우는 겁니다. 특히 양봉의 경우는 약초 성분이 들어간 기능성 꿀로 2018년 12월에 특허 신청을 했는데 올해 2~3월 즈음 정식 특허로 나올 것 같은데요. 5월 이후부터 생산에 들어가니 2020년부턴 '기능성 꿀'을 판매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송철근 대표

송 대표가 자체 공장 시스템까지 갖춰 뛰어든 부각 사업 아이디어는 일상에서 비롯됐다. 나눔농원 고추 농사가 끝나는 10월. 쓰임새 있는 빨간 고추들이 지나간 자리엔 쓰임새가 덜한 파란 고추들이 달린다. 상업성에서 밀린 그 파란 고추들이 그대로 버려지는 걸 아깝게 여긴 송 대표의 모친은 부각으로 그것들에 새생명을 준 것이다. 이를 본 송 대표는 '부각도 사업성이 있겠다' 판단, '고추 외 김, 다시마 같은 여러 부각들을 만들면 1년 12달 생산 체계가 갖춰지겠다'는 생각으로 부업 삼아 부각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지난해 8월 법인 사업자를 냈고 같은 해 11월 부각 생산 허가를 받아냈다. 나눔농원은 현재 김과 다시마 부각을 생산 중이고, 설 이후엔 연근 부각도 만들 예정이다. 부각에서 향수를 느낀 주변 사람들의 제안으로 송 대표는 약초를 비롯한 과거 사라져간 부각들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나눔농원의 부각은 튀기기 전 단계까지를 다룹니다. 그것들을 현재 공장으로 납품 중이고, 곧 소비자들에게도 직접 찾아갈 예정이에요. 지금은 아내와 저를 뺀 고정 직원 2명과 일용직 2~3명 정도로 운영하고 있는데 양봉을 시작하는 5월부턴 일용직 3~4명을 포함한 7~8명 정도 직원군을 갖출 생각입니다." - 송철근 대표

찹쌀 풀을 쑨다. 멸치, 다시마, 새우로 육수를 베이스로 깔아주고. 찹쌀풀을 입힌다.
나눔농원의 부각 생산은 모두 수작업을 통한다. 사진=김성대 기자.
찹쌀 풀을 쑨다. 멸치, 다시마, 새우로 육수를 베이스로 깔아주고. 찹쌀풀을 입힌다.
나눔농원 직원이 부각에 찹쌀 풀을 바르고 있다. 이 찹쌀 풀은 멸치, 다시마, 새우로 낸 육수가 기본이다. 사진=김성대 기자.
찹쌀 풀을 쑨다. 멸치, 다시마, 새우로 육수를 베이스로 깔아주고. 찹쌀풀을 입힌다.
합천군 대병면 나눔농원 공장 외관. 사진=김성대 기자.

자연 본연의 맛을 위해

대한민국에 부각을 만드는 업체들은 이미 많다. 대기업도 중소기업들도, 부각을 만드는 주체는 구분없이 모두 나눔농원의 경쟁자다. 그런 부각이 근래 미국인들(미국 교민들이 아니다) 입맛까지 사로잡아 효자 수출 품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가 컵라면과 초코파이에 열광했듯 미국은 부각의 식감과 맛에 반한 것이다. 여기서 송 대표는 나눔농원의 부각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것'이라 강조했다. 타사 부각들은 깨 등을 가미해 맛을 왜곡하지만, 나눔농원의 부각은 원재료 그대로 맛을 부각시키려 애쓴다. 재료만 좋으면 굳이 조미료를 넣지 않아도 합당한 맛을 내는 식당 음식과 같은 이치다.

"나눔농원 부각의 재료는 100% 국내산입니다. 그중 김과 다시마를 제외한 재료들은 가능하면 합천, 합천에서 구하기 힘들면 경남 것들을 고집하면서 왔죠. 나눔의 부각은 절대 수입산 재료를 쓰지 않습니다." - 송철근 대표

합천 초계면엔 양떡메 정보화마을이라는 곳이 있다. 송 대표에 따르면 이곳 운영자 성영수씨는 지역에 봉사와 나눔을 수시로 하는 사람이다. 성 씨를 본받고 싶은 송 대표는 자신이 7년 동안 합천에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받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기억하려 회사 이름을 '나눔'이라 지었다. 그는 회사명처럼 "좀 더 자리를 잡으면 고용과 농산물 계약재배 등으로 지역에 어떤 식으로든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털어놓았다. 아직은 여건이 안 되지만 언젠가는 합천 사람들과 나누면서 더불어 살아갈 일이 지금 송 대표에겐 가장 크고 본질적인 목표다. 

김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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