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파머스 조합원 인터뷰 2] "완전한 마을공동체를 향하여" 합천 영농조합법인 가호마을 유정화 운영위원장
[합천파머스 조합원 인터뷰 2] "완전한 마을공동체를 향하여" 합천 영농조합법인 가호마을 유정화 운영위원장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09.0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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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호 마을공동체는 합천군 용주면 가호길에 있는 영농조합법인이다. 법인은 2012년에 설립됐고 조합원 수는 운영위원장인 유정화 씨를 포함해 46명이다.

가호 마을공동체는 합천의 "엄선된 자연"을 담아 쑥환, 솔잎환, 익모초환, 도라지환, 뽕잎환 등과 녹미, 흑미, 적미, 현미 등 각종 쌀을 생산 판매한다. 이전까진 마을에 지은 가공식품 공장을 중심으로 운영됐지만 앞으론 즉석 판매 방식으로 바꾸려는 게 법인의 계획이다. 가공식품 공장으로 가려면 조직적인 마케팅이 뒷받침 돼줘야 하는데 아무래도 시골이 일반 기업들을 따라가기엔 무리라는 판단에서다. 즉석 가공 후 주문 판매로 가면 법의 테두리 안에서도 일처리가 수월해지는 것도 시스템을 바꾸려는 한 이유다.

가호 마을은 솔잎환, 익모초환, 현미볶음차 등 가공식품들을 생산 판매해왔다. 특히 익모초환은 전국적으로도 꽤 알려진 제품이다. 사진=합천파머스 제공.
가호 마을의 주력 제품은 쌀이다. '합천쌀' 하면 떠오르는 녹미를 비롯해 적미, 흑미, 현미, 찹쌀 등 쌀 종류라면 모두 취급한다. 사진=합천파머스 제공.

"즉석 판매 방식으로 바꾸고 나면 주말마다 합천 영상테마파크에 나가 특판장을 열 계획입니다. 가공식품 공장은 특판장을 열 수 없었지만 즉석 판매를 하면 가능하거든요. 앞으론 시장 도매가로 내놓던 걸 공동체에서 수급해 소포장으로 가공, 판매하는 방식을 추구해나갈 생각입니다. 주말이나 공휴일에 1~2시간 정도 우리가 직접 진열해 홍보하고 판매해나갈 예정이죠." - 유정화 운영위원장

총 123가구가 모여 사는 가호 마을은 인구의 90%가 70대 이상 어르신들이다. 이제 겨우(?) 52세인 유 위원장 바로 위 조합원이 63세, 그 위가 64세, 나머지는 모두 70대 이상인 것.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실상 법인 일은 유 위원장이 홀로 도맡아 하고 있는 형편이다. 

33살 때 귀농...서울 여의도서 직장 생활

33살 때 고향 합천으로 귀농한 유정화 위원장은 서울 여의도에서 해외 업무를 담당하는 직장 생활을 하다 가호 영농조합법인 설립 1년 전 다시 고향으로 왔다. 한때 경북 경주에 땅도 조금 사뒀었지만 고향에 부모님도 계시고, 땅만 갖곤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 그는 모든 걸 처분하고 미련없이 귀향했다.

가호 마을에선 녹미, 흑미, 적미 등 기능성 쌀을 주로 재배한다. 2017년도까진 유 위원장이 재배한 쌀을 주로 취급하다 해당 쌀이 다 팔리면 동네에서 수급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어왔다. 녹미 경우엔 계약 판매, 위탁 농사를 하기도 한다. 유 위원장은 조합원들에게 넘겨주고 수매를 받는 것이 마을공동체가 완성을 이루는 길이라 믿고 있다.

찰기와 윤기가 오래 유지되는 것으로 유명한 쌀 품종 '미호'를 가리키고 있는 가호 마을공동체 유정화 운영위원장. 사진=김성대 기자.
경남 합천에선 '생명의 쌀'이라 일컫는 우리네 순수 토종 쌀 '녹미'가 유명하다. 사진은 유 위원장이 재배 중인 녹미 벼 모습. 녹미는 까맣게 탄 듯한 외양이 특징이다. 사진=김성대 기자.
현재 가호 마을엔 123가구가 살고 있다. 자연마을 부락으론 전국적인 규모다. 사진=김성대 기자. 

마케팅은 조직의 문제...인력 수급 절실

가호 마을 가공식품 공장은 대지 면적 378평에 건평이 70평 남짓이다. 벼와 배추를 주로 재배하는 논은 유 위원장 것만 1만평 가량이 마을 동서남북으로 뻗어 있고, 여기에 조합원들 땅까지 더하면 그 규모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쌀은 떡으로도 가공 판매되는데 현재로선 흰떡만 취급한다. 원색 떡도 가능은 하지만 그 안에 팥 등을 넣는 일은 시기상조라는 게 유 위원장의 설명이다. 가호 쌀은 품질이 좋아 수출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문제는 적은 마진 폭이다. 함께 법인을 운영해나갈 인력을 뽑으려 해도 마진 폭이 인건비를 감당할 수준이 못 되는 것이다.

"판로(마케팅) 부분은 결국 조직의 문제입니다. 가령 익모초환의 경우 경남 지역 약국들에서 하루, 아니 일주일에 하나씩만 팔려도 되는 문제거든요. 그러기 위해선 영업이 필요한데 저 혼자선 감당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공장을 가동·관리할 사람과 밖에 나가 영업을 하는 사람, 이렇게 시스템이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데 인력 수급이 여의치 않아 고민만 하고 있는 상황이네요."

'1박스 10~12포기' 절임배추도 판매

가호 마을은 절임배추도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보통 7~8포기를 1박스에 넣는 타 업체 것들에 비해 가호의 절임배추는 10~12포기가 1박스에 들어간다. 맛에서도 1, 2월이 되면 물러져 일찍 삭는 배추들과 달리 가호 마을의 배추들은 언제나 단단한 맛을 유지한다.

가호 마을의 대표 제품엔 절임배추도 있다. 유 위원장이 5200포기 가량을 심어둔 자신의 배추밭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김성대 기자.

이처럼 쌀과 배추, 각종 환 등 가공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공장 시스템을 모두 갖춘 가호 마을이지만 동네 전체를 어떻게 하면 완전한 공동체로 만들지, 그 일은 앞으로도 유 위원장이 공부하고 고민해야 할 몫이다. 법인을 만들어도 마지막엔 개인화로 이어지게 마련인 영농조합법인의 공공연한 생리를 어떻게 비껴갈 지가 그에겐 가장 큰 숙제다. 

"가호 마을 향우들의 쌀 소비를 끌어와야 합니다. 사실 외지에 사는 이 마을 향우들이 돈을 내고 쌀을 사 먹으려 해도 시골 인심이 그 돈을 받질 않아온 게 그 동안의 분위기였는데요. 향후엔 그들을 상대로 판매하는 고향 제품이 우리 법인의 중요한 소득원이 되리라 봅니다. '고향 것을 3년간 먹지 않으면 병이 난다'는 야마기시 농법 이론을 바탕으로 향우들을 향한 고향 쌀 마케팅을 적극 펼쳐나갈 생각입니다." - 유정화 운영위원장

김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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