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리뷰] 가장 검정치마다운 음악 'Thirsty'
[음반리뷰] 가장 검정치마다운 음악 'Thirsty'
  • 김성대
  • 승인 2019.02.28 07: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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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재킷과 '광견일기', '빨간 나를'의 가사로 '여혐' 논란에 휩싸인 검정치마의 신작 'Thirsty'. 사진=비스포크·YG PLUS

조휴일의 두 번째 3집은 훌륭하다. 흥미롭다. 이것은 1집만큼 다양하고 자유로운 검정치마다. 우리가 놀랐고 좋아했고 그래서 지켜봐온 바로 그 검정치마다.

이기적인 가사("내 검게 물든 심장이 입 밖으로 막 나와요"-'틀린질문'), 탁월한 은유("우리가 알던 그 장소는 무덤이 되었겠죠"-'하와이 검은 모래'), 건반과 통기타를 잠시 밀어내고 일렉트릭 기타를 거머쥔 그는 급기야 '섬(Queen Of Diamonds)'에서 80년대 헤비메탈 기타 솔로까지 선보인다.

시인이 된 조휴일이 "꽃이 되면 좋을 텐데 잎이 되어 지는구나"라며 읊조리는 '맑고 묽게'의 느린 감성과 사나운 펑크 키드가 된 조휴일이 'Lester Burnham'의 굉음으로 퍼뜨리는 자유 감성의 공존은 또한 아낌없이 이 앨범을 수작으로 이끈다.

누군가에겐 불편할 '광견일기'의 눅눅한 고백이 상큼한 부기 피아노 곁에서 스러지는 모습도, 지난날 대중의 마음을 할퀸 'International Love Song'의 그늘인 '그늘은 그림자로'의 슬픈 사연도 모두 아티스트 조휴일의 지금을 축복한다. '빨간 나를'이 심은 포크 씨앗이 'Put Me On Drugs'이라는 신스(Synth) 열매로 맺히는 풍경은 또 어떤가. [Thirsty]에선 꺼내드는 카드마다 온통 근사한 패 밖엔 없다.  

하지만 벡(Beck)과 보위(David Bowie)를 집어삼킨 루카 구아다니노로 거듭난 이런 조휴일에게 세상은 자꾸만 '틀린질문'을 하고 있다. 카뮈의 <이방인>은 누군가에겐 인생의 책일 수 있겠지만 누군가에겐 라면 받침대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려는 이들이 그를 단죄하려 든다. 감상자에게 해석의 자유가 있듯 예술가에겐 표현의 자유가 있다는 불문율을 깨려 "돌을 들고 달려온 야만인들". 예견한 것일까. 조휴일은 그런 저들에게 기가 막힌 주문 하나를 앨범 머리에 미리 박아두었다.

젠더 감수성이라는 틀린질문으로 이 앨범을 대하려는 사람들에 바치는 조휴일의 나른한 냉소. 이마저 검정치마답다고 느끼는 건 느낀 자의 지나친 오해일까, 집착일까.

"나에게 뭐든 물어봐. 틀린질문도 괜찮아. 알잖아 난 항상 똑같아, 대답은 바르게 해줄게."

김성대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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