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리뷰] 진주 출신 싱어송라이터, 우주인프로젝트 2집 '61구역'
[음반리뷰] 진주 출신 싱어송라이터, 우주인프로젝트 2집 '61구역'
  • 김성대
  • 승인 2019.11.11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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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 프로젝트(E.T. Project) 2집 '61구역' 아트워크. 사진=서씨네 제공.

경남 진주에서 활동해온 싱어송라이터 서웅교가 ‘우주인’이라는 이름으로 이끄는 우주인 프로젝트의 시작은 불안했다. 약간의 일렉트로닉과 그만큼의 팝, 양념 같은 기타 반주로 엮은 그의 데뷔작은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자양분으로 삼았다는 우주인의 음악적 사유를 제대로 펼쳐내기엔 아직 힘에 부쳐 보였다. 그것은 남들이 알아듣기엔 다분히 사차원적인 혼자만의 푸념이었고, 그 독백은 또한 철저하게 아마추어리즘적이었다. DIY의 맹점을 안고 검게 일렁였던 우주인의 첫 고백은 대중도 평단도 알아채지 못한 사이 그렇게 소리 없이 무명의 심연 속으로 잠겨 갔다. 그렇게 4년 8개월이 지났다.

거의 5년 공백을 깨고 들고 온 우주인의 두 번째 프로젝트 제목은 [61구역]이다. 미국 네바다 주 비밀 공군 기지 ‘51구역’을 본 딴 제목으로, 그의 설명에 따르면 “진실을 알기 힘들거나 혹은 진실이 소멸되는 공간”을 뜻한다. 세상에 대한 자신의 여러 고민들을 담았다는 신작은 역시나 유토피아보단 디스토피아, 희망보단 염세를 뿌리로 삼고 있다. 그의 개별곡 변들 중 일부를 조립해본다면 우주인이 음악을 하는 이유란 어쩌면 “서로를 힘들게 하는 거짓된 세상 속 근원적인 아픔을 노래함으로써 삶을 돌이켜 보고 싶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심심하고 심란했던 1집에 비해 더블앨범에 18트랙을 담은 우주인의 2집은 뭔가 다르다. 마치 창작한 자의 음악적 배수진처럼, 그 안에는 진지한 노력으로 얻은 꽤 훌륭한 성과물들이 잔뜩 웅크린 채 자기가 플레이 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우주인은 14년 전 만난 미디를 잠시 내려놓고 8년 전 잡은 기타로 록을 하면서 시인과 촌장, 전자양 사이를 천천히 헤집는다. 날 것인지 삶은 것인지 모를 계란의 난감함을 닮은 그 음악은 전작의 ‘Unknown Flying’에서 들은 서태지풍 미성이나 옛날 박학기가 구사한 순백의 여백까지 두루 머금었다. 한마디로 이것은 기타팝이면서 모던록이고, 팝은 팝인데 우울한 팝이다. ‘0’의 노랫말처럼 그 소리는 그야말로 팝이 록을 먹은 것인지 록이 팝을 먹은 것인지 모를(앨범 재킷 마냥)검푸른 팝록이다.

말갛고 느린 기타 리프가 리코더 멜로디와 어울리는 ‘61구역 Part I’의 가사(“사상, 종교, 이념 도대체 뭐가 문제야”)가 은유하듯 우주인의 생각은 “비정상이 정상이 되어버린 현실”을 냉소했던 과거 입장에서 크게 바뀌지 않은 모습이다. ‘0729’ 같은 곡에선 델리 스파이스가 불쑥 나타나고, 16분 38초 동안 기억의 미로 속을 떠도는 대곡 ‘61구역 파트2’에선 허클베리 핀에게서나 기대할 만한 얇고 촘촘한 긴장이 느껴진다. 게다가 금속의 이온화 경향과 조선의 역대 왕들, 독일어 정관사 변화와 태양계 행성 이름으로만 가사를 짠 ‘칼카나마알아철니주납수구수은백금’에선 이이언의 ‘창문 자동차 사과 모자’나 3호선 버터플라이의 ‘스모우크핫커피리필’의 반복이 스치듯 떠오른다.

상처받은 마음, 우울과 절망,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치유. 밝아도 잿빛이고 기뻐도 눈물뿐인 우주인의 팝은 허무하다.

글/김성대 (본지 편집장·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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