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리뷰] '한국형 모던록' 더더 9집 'Have A Nice Day'
[음반리뷰] '한국형 모던록' 더더 9집 'Have A Nice Day'
  • 김성대
  • 승인 2019.01.27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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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은 이 앨범으로 더더의 길었던 한 페이지를 접으려 한 것처럼 보인다. 사진제공=우먼앤맨스.

더더는 ‘한국형 모던록’이라는 말과 같은 말이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누군가에겐 저 말이 언니네이발관이나 델리 스파이스, 주주 클럽이나 자우림, 러브홀릭과 같은 말일지 모른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인디음악의 꽃이 피기 시작한 96년 이래 나에게 ‘한국의 모던록’은 언제나 더더다.

더더엔 많은 보컬들이 스쳐갔다. ‘Delight’와 ‘내게 다시’, ‘It’s You’를 남기고 사라진 박혜경이 세기말까지 더더의 마이크를 잡았고, 잊을 수 없는 ‘그대 날 잊어줘’를 불러 제1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앨범’ 상을 밴드에 안긴 한희정이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밴드에 머물렀다. 2007년 당시 내가 직접 밴드를 만나 요모조모 물었던 [The Music]부터 가세한 명인희는 6집 [Half The Time]까지 더더와 추억을 쌓았으며, 네 번째 보컬 이혜주는 미니앨범 [눈물이 흐른다]만 남기고 더더를 떠났다. 이혜주의 후임 양송현은 2011년작이자 밴드 통산 7집인 [How Many Times]에만 자신의 흔적을 새겼다. 지금 보컬 이현영은 8집 [Anybody Here]부터 가세해 이번 앨범 [Have A Nice Day]까지 더더의 프론트를 책임지고 있다. 이현영은 더더의 메인 송라이터인 김영준의 아내이기도 하다.

김영준. 제아무리 보컬이 바뀌어도 더더만의 멜로디, 더더의 가사를 지금까지 들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김영준이라는 사람 때문이다. 그의 멜로디 감각은 탁월하다. 그는 대중의 심장을 파고들만한 확고한 멜로디 라인을 제시하면서도 대중의 관심 밖이 되기 일쑤인 작품성까지 동시에 챙길 줄 아는 작곡가다. 박혜경, 한희정, 명인희, 이혜주, 양송현을 거쳐 이현영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멜로디 동선은 저 서로 다른 음색들을 듣는 이들이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모두 김영준의 솜씨다. 이기용이어야만 하는 허클베리 핀, 김윤아가 곧 자우림인 것처럼 더더 역시 김영준이 있어야만 숨 쉴 수 있는 팀이다. 신작 [Have A Nice Day]는 그것을 진하게 증명하고 있다.

드림팝과 모던록의 경계에서 햇살처럼 부서지는 ‘If I Love You’와 ‘9 Day’로 시작하는 새 앨범은 세 번째 곡 ‘Heroes’에서 힘차게 날아오른다. 90년대와 2000년대를 보낸 청춘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던 바로 그 사운드, 그 멜로디다. 남편의 조언에 따라 미성의 보헤미안 스타일에서 펑크(Punk) 보컬로, 다시 건강한 모던록 타입으로 돌아온 이현영의 목소리는 한희정의 쓸쓸함과 박혜경의 당돌함을 모두 머금었다. 여기에 차분한 초반과 들뜬 ‘Heroes’를 지나 만나게 되는 ‘Stand By Me’, ‘Do You Know Me’, ‘Don’t Go Away’의 3연타 업비트는 드러머 임한국이 왜 이 앨범을 “밴드가 다시 더더라고 말할 수 있는 합의를 끌어낸 작품”(<연합뉴스> 인터뷰- 밴드 더더 “젠트리피케이션 홍대, 좋은날 또 오겠죠”)이라고 말했는지를 알게 해준다.

더더의 과거, 특히 ‘It’s You’가 떠오르는 ‘Falling Into You’도 마찬가지다. 김영준은 아무래도 이 앨범으로 더더의 길었던 한 페이지를 접으려 한 것처럼 보인다. 지워서 영원히 간직하겠다는 모순된 바람이 이 앨범에선 느껴지는 것이다. 다시 심연으로 잦아드는 ‘내 잘못이죠’부터 ‘The First Day Of Fall’까지 마지막 스산한 커튼콜 역시 “20년간 더더가 한 것 중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서 담은 앨범”이라는 김영준의 설명을 뒷받침하며 그 ‘나아감을 위한 마감’의 단서가 된다.

얼마 전 한 지인 인디 뮤지션에게 “요즘 인디 밴드들이 홍대에서 공연을 잘 안 한다. 할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더더도 똑같은 말을 했다. 클럽 공연을 하지 않는다는 거다. 김영준은 홍대의 의미가 변했다며 “무료 버스킹을 요구하고 밴드를 클럽 근로자로 취급”(같은 <연합뉴스> 인터뷰)하는 클럽 오너들의 마인드를 성토했다. 데뷔 22주년 관록의 밴드마저 이런 대우를 받고 있다는 현실이 그저 참담할 뿐이다. 모던록이 울려퍼질 필드의 ‘모던화’가 절실하다.

*이 글은 연예전문매체 <마이데일리>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김성대 (한국대중음악상 록/모던록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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