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리뷰] 위저의 음악 고백 'Teal Album'
[음반리뷰] 위저의 음악 고백 'Teal Album'
  • 김성대
  • 승인 2019.01.31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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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는 이 앨범에서 시드 비셔스가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를 리메이크 한 것보다 오프스프링이 레이먼즈의 ‘I Wanna Be Sedated’를 다시 부른 것에 더 공감한 듯한 리메이크를 감행했다. 사진=워너뮤직코리아 제공.

3월에 발매할 13집 [Black Album] 이전 팬서비스 차원의 커버 앨범이다. 얕게는 위저의 음악이 어디서 왔는지 훑어볼 수 있는 자료이자, 깊게는 자신들의 영웅들을 향한 위저의 리스펙트를 담은 작품이다.

그런데 사실 위저가 음악적 뿌리를 고백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위저의 주인인 리버스 쿼모는 2008년작 [Weezer (Red Album)]에 수록한 ‘Heart Songs’로 이미 자신에게 영향을 준 거인 뮤지션들을 조목조목 열거한 바 있다. 고든 라이트풋, 캣 스티븐스, 조안 바에즈, 에디 래빗, 아바, 디보, 팻 베나타, 존 레논, 브루스 스프링스틴,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 데비 깁슨, 마이클 잭슨, 그리고 너바나까지. 리버스는 곡을 통해 팝, 포크, 록, 재즈를 어우르는 방대한 명단을 천천히 읊조리며 자신의 아마추어 리스너 시절을 반추했다.

위저 멜로디의 유래, 위저가 가진 감성의 근원을 알 수 있는 이번 [Teal Album]은 그런 리버스의 두 번째 음악 고백이라 할 수 있다. 토토의 ‘Africa’로 시작해 벤 이 킹의 ‘Stand By Me’로 끝나는 이 작품은 남의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 ‘카피’에 충실하면서 이내 내 것으로 만들어낼 줄 아는 위저의 위력을 들려준다. 위저는 시드 비셔스가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를 리메이크 한 것보다 오프스프링이 레이먼즈의 ‘I Wanna Be Sedated’를 다시 부른 것에 더 공감한 듯한 리메이크를 감행했다.

가령 티어스 포 피어스의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와 아-하의 ‘Take On Me’ 인트로 및 노래는 원곡과 딱히 척을 지려는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엘오(Electric Light Orchestra)의 ‘Mr. Blue Sky’, 심지어 마이클 잭슨의 ‘Billie Jean’과 티엘씨의 ‘No Scrubs’도 리메이크와 원곡 사이 위화감은 적다. 또한 ‘Africa’엔 원곡에 버금가는 보컬 화음을 충실히 새겼고, 퍼즈톤으로 도배한 블랙 사바스의 ‘Paranoid’엔 브라이언 벨이 음산하고 냉소적인 오지 오스본 모창을 제법 그럴 듯하게 입혀냈다. 터틀스의 ‘Happy Together’도 좀 더 헤비해진 것 빼곤 원곡에 충실하긴 마찬가지. 마릴린 맨슨의 절망적 노선 대신 원곡의 뉴웨이브 그루브를 지지한 ‘Sweet Dreams (Are Made of This)’ 역시 누가 들어도 곡 주인이 유리스믹스란 걸 알 수 있다.

허탈할 정도로 유명한 선곡 리스트는 살짝 재미를 반감시키지만 그래도 옛 히트곡들을 위저의 사운드, 연주,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는 건 분명 듣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리버스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너바나를 트랙리스트에서 누락시켰다는 것이다. 부디 다뤄지지 않은 커트 코베인은 ‘Heart Songs’ 2절에서 언급된 콰이어트 라이엇, 아이언 메이든, 주다스 프리스트, 슬레이어와 함께 또 다른 커버 앨범에서 만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김성대 대중음악평론가 

*연예전문매체 <마이데일리>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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