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만화로 듣는 재즈, 남무성 'Jazz Life'
[책리뷰] 만화로 듣는 재즈, 남무성 'Jazz Life'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09.12 01: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뭘 들을까.”

음악이라는 마력에 빠져들면 들수록 습관처럼 입에 달게 되는 말이다. 구할 수 없어 고통스러웠던 음반 청취 환경이 들을 게 너무 많아 고통스러운 디지털 음원 환경이 된 지금, 그럼에도 무엇을 들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의 본질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사실 요즘은 넘쳐나는 정보 때문에 예술 작품 감상을 위한 ‘가이드’가 딱히 필요 없는 세상처럼 보인다. 보이고 들리는 것이 다 내 것 같고 남의 글과 남의 관점이 곧 내 글, 내 생각 같다. 틀렸다. 가이드는 여전히 필요하다. 단, 과거엔 특정 사람이나 매체가 지식과 정보를 주입하는 권위적 안내였던 데 비해 지금은 작품 선택의 기준, 방향을 제시하는 민주적 권유라는 것만 다를 뿐이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난 이런 게 좋아”라는 작가의 취향 고백이고 “함께 들어볼래?” 독자와 나누는 소소한 음악 수다다.

만화로 문화를 전하고 공유하는 남무성의 이번 책 겉표지엔 ‘유튜브와 함께 보면 더 즐거운 재즈가이드’라는 부연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실제 표지 그림엔 그 부연 설명을 의식한 듯 노트북과 스마트폰이 유튜브를 암시하고 있고, 턴테이블과 커피는 다른 편에서 평화로운 아날로그의 가치를 머금고 있다.

맞다. 이 책은 곡들과 영상을 일일이 찾아듣고 찾아보며 읽어야 비로소 완독할 수 있는 책이다. 가령 다이애나 크롤의 피아노 실력을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 귀로만 만족하는 건 이 책의 진짜 의도를 묵살하는 행위다. 이처럼 펼친 이상 끊임없이 듣고 보고 읽어야 하는 이 만화에서 작가는 자신의 이전 책들과 선곡 차원 중복은 되도록 피하려 했다. 대신 그는 <Jazz Life>를 통해 사람들이 재즈를 자연스럽게 듣고 싶게끔 만들고 싶었을 따름인데, 이를 위해 남무성은 큰 두 주제로 책을 갈랐다.

하나는 자신이 음악을 들으며 떠오른 생각들을 풀어낸 ‘Listening Room’, 다른 하나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연재한 ‘올 댓 재즈’ 원고들 중 몇 편을 추려 보충·각색한 ‘Workroom’이다. 이중 ‘Listening Room’엔 작가의 에세이 <한 잔의 칼럼>에서 내용도 각색돼 실렸는데, 여기선 투츠 틸레망을 듣다 밀턴 나시멘토를 꺼내거나 에보니 콘체르토에서 데이빗 보위까지 이르거나 한다.

또 책 뒷머리에선 “현대 재즈의 다양한 스타일을 감상하기에 효과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작가가 선택했다는 ECM 레이블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으며, 남무성이 직접 감독한 다큐멘터리 영화 <브라보! 재즈 라이프>에 관한 이야기 역시 해당 영화나 OST 홍보가 아닌, 한국 재즈 뮤지션들을 따로 이야기하기 위해 삼은 주제였다고 작가는 고백하고 있다.

비록 앎이라는 게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찾는 노력에 비례하는 시대라지만, 사람이 오랜 기간 경험해왔고 또 그 경험을 통해 갖춘 지식만큼 음악이 들리는 건 여전한 진리다. 이 책을 읽으며 해당 음반과 영상들을 가만히 찾아가다 보면 재즈가 어떤 음악 장르인지 적어도 감은 잡을 수 있다. 아는 만큼 들리는 것. 바로 남무성의 글과 그림이 지닌 ‘가이드’의 지향점, 가치다.

글/김성대 (본지편집장·대중음악평론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