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리뷰] 바다를 사랑한 음악, 모멘츠유미 '다이브 인투 유'
[음반리뷰] 바다를 사랑한 음악, 모멘츠유미 '다이브 인투 유'
  • 김성대
  • 승인 2019.12.3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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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드럼 인트로를 지나 푸른 긴장을 머금은 드림팝과 모던록이 일순 들이친다. 'Midnight Blue'. 자욱한 하드밥 발라드 같은 곡 제목 하나가 앨범의 전체 분위기를 잡아냈다.

푸르고 검은 바다. 그 드넓고 두려운 이미지는 이 앨범의 시작부터 과정, 결과, 그리고 속내까지 어우른다. 결국 바람(wind)처럼 날아갈 바람(hope)일 뿐이라는 작자의 해석이 담긴 '바람'을 듣고 나면 끝내 뤽 베송의 <그랑블루>(1988)까지 반사적으로 떠올릴 수 밖에 없는데, 부산 출신인 이 음반의 주인이 스쿠버다이빙과 프리다이빙을 즐겨 하는 건 그래서 나에겐 필연적 우연처럼 느껴졌다. 그는 바다를 사랑한 끝에 기어이 바다에게 바치는 음악을 써낸 것이다.

'공백'이 고백하듯 어쿠스틱 기타(포크) 문법이 바탕에 깔린 이 작품의 정서는 시간과 상상(또는 망상), 진심과 고독의 동선으로 바다라는 공간의 테두리를 쫓으며 형성된다. 그래서인지 어레인징부터 연주, 목소리, 앨범 북릿 속 사진들까지 온통 푸르고 나른하고 쓸쓸하다. 언뜻 김윤아나 선우정아의 절망을 닮은 듯 싶다가도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멜로디의 앙상한 변덕 덕분에 그 절망은 돌이킬 수 없는 파멸로까진 이르지 않는다.

이 꿈결 같은 소리 디자인은 그러나 모멘츠유미 혼자만의 실력은 아니다. 거기엔 김남윤(3호선 버터플라이)이라는 일등공신이 있다. '공백'을 뺀 전곡의 레코딩과 믹싱, 프로듀싱을 담당한 그의 몫은 '공백'을 포함한 전곡을 쓴 모멘츠유미 것만큼 컸다. 김남윤은 소리를 싣고 다듬는 작업 외에도 다양한 악기들(일렉트릭 기타, 베이스, 드럼, 신스 FX)을 직접 뜯거나 때리며 온전한 '유미의 순간'을 완성시켰으니, 과연 모멘츠유미가 본작의 이성계라면 김남윤은 정도전이라 하겠다.

여기에 인디 음악 팬들에겐 제법 익숙한 이름들일 고경천, 홍갑, 박현준, 이기태가 각각 건반과 기타, 베이스와 드럼을 맡으며 작품에 깊이를 더했다. 이들이 품어낸 그 푸른 온기는 잉거 마리의 차분함이 겹치는 'Call My Name' 같은 곡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그러고보면 두 트랙 앞서 김남윤의 활약이 돋보인 6분 31초짜리 대곡 '바람'의 엠비언스는 그 감동의 긴 예고편 격이었다. 'Call My Name'은 제목 때문인지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2017년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괜히 생각나게도 한다.

모멘츠유미는 이번 음반을 자신의 "2019년을 함축한 27분"이라고 말했다. 2019년을 하루 남긴 오늘, "파도처럼 휘발되는 감정"을 시작으로 한 사람의 1년을 담은 그 음악을 들었다. 음표의 파도로 일렁이는 "부산의 바이브"를, 당신도 꼭 느껴보길 바란다.

글 / 김성대 (본지 편집장·대중음악평론가)

참고자료: 지니뮤직 인터뷰 "파도처럼 휘발되는 찰나의 감정을 담은 모멘츠유미 (Momentsyumi)의 미니앨범 [Dive into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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