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대의 단성소] 시민들이 화나기 전 상생의 길 찾아야
[김성대의 단성소] 시민들이 화나기 전 상생의 길 찾아야
  • 김성대 편집장
  • 승인 2019.01.26 00: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급을 제일 많이 받는 삼성교통에서 적자를 이유로 파업을 하고 있습니다”

“삼성교통 최저시급 월 1억 필요, 관광버스 대절료 월 23억 지출”

위에 것은 진주시가 파업 중인 삼성교통 노선에 투입한 전세버스에 내건 차량 펼침막 문구이고, 아래 것은 삼성교통 노조가 자신들의 버스 옆에 붙인 차량 펼침막 문구이다.

운송업체에 지원하는 표준운송원가 산정을 두고 진주시와 삼성교통(노조)의 입장 차는 여전히 팽팽하다. 지난해 적자에 임금체불까지 겪은 삼성교통(노조)은 표준운송원가를 더 올려 달라는 입장을, 진주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삼성교통은 시내버스 91대로 32개 노선, 하루 670회 운행을 해오다 지난 21일 새벽 5시부로 일제히 멈춰 세웠다. 현재 진주에선 나머지 3개 업체가 55개 노선을 운행 중이며, 시는 삼성교통 노선에 전세버스 100대를 투입했다. 진주시는 전세버스 운행비용으로 하루 8,000만 원을 쓰고 있고, 당연히 지역민들 사이에선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진주시 입장은 이렇다. 2018년 상반기 삼성교통에서 적자가 발생했는데 그 원인을 분석해보니 그해 최저시급 인상에 맞춰 18% 임금을 올린 것으로, 이는 타 업체보다 월 50~60만원 정도가 더 많은 금액이라는 얘기다. 연간 10억 원 정도 적자가 예상되는데도 아무 대책 없이 임금만 덜컥 인상시켜 돈 잔치를 벌여 놓고 막상 적자가 발생하니 진주시 표준운송원가 인상만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는 게 진주시 입장이다. 시는 표준운송원가와 관련해 재정자립도가 훨씬 높은 서울, 부산 수준의 인상 요구는 이치에 맞지 않다고 했다. 결국 진주시는 삼성교통의 파업을 시내버스를 볼모로 시민들 불편을 초래한 ‘위법사항’으로 규정하고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는 상황이다.

하지만 노동자자주기업 즉,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이 주주인 삼성교통 노조 입장은 정반대다. 그들은 2017년 6월 시내버스 노선개편 당시 진주시가 '표준운송원가로 보전해 주겠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억울하지만 진주시를 따랐다”고 한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오르자 진주시는 이제와 '그런 적 없다' '나몰라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교통 노조의 입장은 단호하다. 그들은 “노선을 뺏기고 월급 못 받은 것도 억울한데 창원보다 120만 원, 김해보단 110만 원 적게 받는 월급을 앞뒤 다 빼고 월급 많이 받는 놈들이 파업한다며 매도하고 있다”며 시를 비판한다.

언뜻 들으면 양쪽 모두 논리가 있고 두 말이 모두 맞는 것 같다. 마이너스와 마이너스, 플러스와 플러스의 대치는 절대 타협에 이를 수 없는 법. 결국 이 대립이 가져온 불편과 불안은 오롯이 진주시민들의 몫이라는 게 이 사태의 핵심이요 치부다.

보다 못한 진주참여연대는 지난 23일 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내버스와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진주시 집행부와 시내버스 회사, 시민대표가 동수로 참여하는 (가칭) 진주시 시내버스 운행 관련 사회적 합의 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민주노총 진주지부 역시 비슷한 의도에서 표준운송원가와 관련한 공개토론을 제안했지만 진주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특정 운수업체가 원가 인상 등의 이유로 파업을 할 때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이러한 문제가 끊임없이 반복돼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갈 우려가 크다는 것이 그 이유다.

어제(25일) 오후 진주시 시민소통위원회(위원장 박영선)는 진주시 담당부서와 삼성교통 양측을 차례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대화를 끝낸 박영선 위원장은 “퇴직금도 못 주고 있다는 삼성교통에 보조금을 선지급해 우선 파업이라도 타결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파업을 끝내 전세버스 비용으로 나가는 하루 8,000만원이라도 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 지금은 책임을 전가할 때가 아니다. 삼성교통과 진주시가 서로를 물어뜯는 사이 아파 골병드는 건 결국 저 ‘하루 8,000만원’의 주인인 진주시민들이다. 진주의 헤게모니는 진주시민들이 쥐어야 옳다. 파업의 장기화로 시민들이 이빨을 드러내기 전에 양측은 하루빨리 상생의 길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김성대 편집장

* '단성소(丹誠疏)'는 거짓이 없는 참된 정성, 속에서 우러나오는 뜨거운 정성으로 소통하겠다는 뜻입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