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대의 단성소] '비봉루'의 주인은 진주시다
[김성대의 단성소] '비봉루'의 주인은 진주시다
  • 김성대 편집장
  • 승인 2019.05.0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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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를 대표하는 누각인 비봉루는 고려 말 대유학자인 포은 정몽주가 진주에 다녀갈 때 머물렀던 곳이다.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비봉루는 바로 그 포은의 17대손인 봉은 정상진이 1939년에 복원해 지은 것이다. 이후 비봉루는 봉은의 장남이자 대서예가인 은초 정명수 선생을 중심으로 한국 차(茶) 문화의 발흥지가 된다.

기자가 만난 박군자 오성다도 전수관장은 이런 유서 깊고 귀한 건물을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는 경남도와 진주시에 아쉬움을 비쳤다. 건축물은 스스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책임지고 끊임없이 관리해야 한다. 비봉루 같은 공공성을 띤 사적(史跡)이라면 더욱 그렇다. 도로를 보수해야 하고 때가 되면 풀도 베어내야 하며, 그때그때 청소도 해야 한다. 그런데 진주시를 대표하는 누각과 관련된 이 모든 일을 포은의 후손들이 사비를 들여 하고 있다.

비봉루는 2003년 4월 17일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329호로 지정되었다. 보물로서 문화재가 아닌 ‘자료’로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비봉루의 처지를 박 관장은 안타까워했다. 그는 왜 진주시에서 이 아름다운 누각을 방치만 하고 있는지 영문을 몰라 한다. 바깥에서 귀한 손님이 오면 누각으로 모셔 차 대접을 해도 되고, 비봉루를 둘러싼 비봉산엔 편백나무만 심을 게 아니라 차 나무를 심어 산 자체를 아예 ‘차의 산’으로 만들어 대외에 알릴 수도 있다. 명색이 '차문화수도'를 자처하는 진주가 아니던가. 박 관장은 “계속 사람이 밟아야 빛이 난다”며 경남도와 진주시에 비봉루를 적극 관리해주길 거듭 주장했다.

사실 비봉산은 박 관장의 시아버지였던 은초 선생이 시에 기부한 산이다. 개인이 관리하기 버거워 관에 맡긴 것이다. 박 관장과 인터뷰를 한 날, 마침 진주시 관계자가 비봉루 주위 나뭇가지를 정리하기 위해 누각을 찾았다. 관의 첫 구체적 반응이다. 시의 관심을 그토록 바라온 박 관장도 무척 기뻐했다. 이렇게 첫 단추는 꿰어졌다. 과연, 비봉루를 향한 시의 태도가 방치에서 관심으로 바뀔지. '역사의 도시' '차의 도시' 진주의 행보가 자못 궁금하다.

김성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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