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대의 단성소] 하동군 사진 도용은 "상식에서 벗어난" 일
[김성대의 단성소] 하동군 사진 도용은 "상식에서 벗어난" 일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03.29 08: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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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군이 '지리산 도사'로 불리는 유명 사진가 김종관 씨의 주요 작품을 녹차 홍보 책자에 무단으로 게재해 파문이 일고 있다. 

김 씨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 출연은 물론 독일과 프랑스,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그리고 미국 초대전을 앞둔, 전국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상 프로 사진작가다.

김 씨는 지인이 군에서 가져왔다며 건네준 <다향표원>이라는 책자 후반부에 자신의 사진이 도용된 걸 우연히 알게 됐다. 하동군 관계자에 따르면 <다향표원>은 하동 녹차 외국 바이어들을 상대로 배포하기 위해 한글 500부, 영어 500부 총 1,000부로 찍어낸 비매 홍보 책자다. 군은 이러한 '글로벌' 책자에 자신의 고장에 머물고 있는 사진가의 작품을 "실수"로 도용한 것이다. 김 씨는 급기야 군을 상대로 고소장을 썼다.

김 씨는 지난 3월 25일 밤 자신의 SNS에 이번 일을 당한 심경과 고소장 내용을 다음날 새벽까지 게재했다. 분노와 허탈감으로 점철된 이 조용한 호소는 그러나 하동군 및 인근 주민들의 요청으로 지금은 SNS에서 내려진 상태다.

그는 해당 글에서 자신이 "작가도 아니고, 사진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도 아니며, 그렇다고 취미생활로 즐기는 사람도 아니"라며 사진가 아닌 사진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에둘러 표현했다. 이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어렵게 거래되고 있는" 것이 사진이라고 말한 김 씨는 "사진 한 장을 얻기 위해 새벽이면 산의 공포를 무릅쓰고 지리산을 기어올라야 했던 도사다. 사진 한 장을 그렇게 쉽게 담을수 있을까"라며 저작권에 대한 하동군의 경박한 인식을 간접으로 질타했다.

김 씨에 따르면 김 씨의 사진들은 시중에서 수 천만 원을 호가한다. 어떤 사진은 억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그는 사진 판매 앞에선 예외없이 신중하다. 때론 냉정하고 어떤 면에선 엄중하다. 그만큼 그는 사진 찍는 행위 자체를 사랑했고 누구보다 순수하게 사진을 아껴왔다.

여기서 중요한 건 김종관 씨 작품들의 경제적 가치가 아니다. 문제는 하동군이라는 관공서가 보여준 심각한 저작권 인식 수준이다.

김 씨에 따르면 사진을 무단으로 쓴 책자 제작을 담당한 하동군 녹차과 계장이 최초 자신과 통화에서 "문화관광과에서 사진을 받았다 (...) 사진작가협회에서 받은 걸로 알고 있다 (...) 잘못된 것 같다. 자기를 고소하라"며 횡설수설 했다고 한다. 그 계장은 그러나 기자와 통화에선 "검수를 제대로 못한 부분은 인정한다"며 자신들의 실수를 말 그대로 "부분 인정"했다. 책자 제작 실무를 담당한 용역 업체 대표 겸 지자체 컨설턴트인 J씨 역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서울에서 하동까지 내려와 김 씨를 직접 만나 사과했다.

군의 사진 도용이 단순한 실수였는지, 알고서도 행한 도덕불감증의 찌꺼기였는지는 김종관 씨와 계약을 맺고 그를 지원, 관리하는 서울 소재 모 갤러리와 J씨간 법적 합의 결과에 따라 밝혀질 것이다. 분명한 건 새벽 2~3시에 일어나 15kg 카메라 가방을 메고 오른 지리산의 영하 25~30도 한파를 견뎌 찍어낸 장인의 작품을 관공서가 지역 특산물 홍보를 명분으로 무단 도용한 사실은 누가 봐도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이라는 점이다. 사실 김 씨는 기자와 인터뷰에서 "군이 처음부터 도용을 인정하고 진심어린 사과만 했어도 이렇게까지 대응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저작권 관련 관공서의 내부 교육이 시급해보인다.

 

* '단성소(丹誠疏)'는 거짓이 없는 참된 정성, 속에서 우러나오는 뜨거운 정성으로 소통하겠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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