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대의 단성소] 진주시, KBS까지 뺏길 셈인가
[김성대의 단성소] 진주시, KBS까지 뺏길 셈인가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08.2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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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조규일 진주시장이 KBS진주지키기시민대책위 대표와 면담을 갖고 이들의 KBS진주방송국 통폐합 반대에 공감하고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진주시 제공.

한국방송공사(KBS) 진주방송국은 1962년 문을 열었다. 당초 진주방송국의 설립 목적은 서부경남 문화를 서부경남 전 지역에 알리고, 해당 지역문화를 활성화 시키는 동시에 지역의 정보화 및 지역민들 참여 유도를 위해서였다. 한마디로 지역민들 삶을 해당 지역 지역민들이 직접 참여, 생산, 공유, 유통하겠다는 의지가 KBS 진주방송국 개국 취지에는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목적은 개국 57주년을 맞아 끝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2019년 작금 KBS 진주방송국의 운명은 풍전등화와 같다.

최근 KBS가 ‘비상경영계획 2019’라는 걸 발표했다. 발표 내용은 진주방송국을 포함한 7개 지역방송국의 핵심 기능(TV와 편성, 송출센터, 총무직제)을 없애고 창원, 광주 등 광역총국으로 통폐합 하겠다는 뜻을 포함한다. 진주 외 나머지 6곳은 순천, 목포, 포항, 안동, 원주, 충주다.

KBS는 지난 2004년 이미 여수를 비롯해 공주, 남원, 군산, 영월, 태백, 속초 등 7곳 방송국의 뉴스 기능을 없앤 바 있다. 이번 KBS의 계획대로 광역단위에 한 개 방송국만 남겨둘 경우 지역방송국의 뉴스와 방송 기능은 희미해지고, 지역 밀착형 보도 및 토착비리 감시 등 지역방송국으로서 의미 있는 역할도 마비된다. 사실상 폐쇄되는 것이다.

이러한 KBS의 발표에 해당 지역 정계 및 문화·역사·예술계, 시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비상경영계획’이 KBS 본사가 저지른 경영실패 책임을 지역에 전가하는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본사에서 낸 1000억 원 적자 책임을 200억원 시청료를 거둬들인 목포·순천방송국, 100억원 수신료에서 35억원 흑자를 낸 진주방송국 등 지역방송국 탓으로 돌렸다는 얘기다.

8월 16일 기자회견을 연 충주시민단체연대회의는 “KBS 본사만 살리고 지역을 없애는 것”이라며 KBS집행부를 강하게 비난했고, 8월 20일 조규일 진주시장도 “KBS진주방송국은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지역방송의 역할을 잘해 왔다. (진주방송국의 광역총국 통폐합은)서부경남 중심도시인 진주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이번 사태는 ‘본사와 중앙(수도권)’을 우대하고 ‘지사와 지역’은 방치하는 대한민국 사회의 오래된 사고방식, 이른바 ‘서울공화국’ 의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도 너무 수도권만 살리면 안 되니 중앙 아래의 중앙인 광역단체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식으로 생색내며 각 분야 기득권자들은 자신들의 이기적 우월의식을 조용히 은폐한다.

공영방송이라는 명분으로 수신료는 에누리 없이 거두면서 그 혜택은 ‘중앙민’들이 독차지 하고, 에누리 없이 거둔 그 수신료를 제대로 관리 못한 부실경영 책임은 오롯이 지역으로 전가하는 폐습을 이 땅의 ‘지역민’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이는 지역 시청자들을 회사의 재원조달에만 활용하겠다는 뜻인데, 그야말로 지역민들의 계속되는 ‘호의’를 자신들의 ‘권리’인 줄 착각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

흔히 누군가의 말을 다른 말이 방해할 때 '지방방송 꺼라'고 한다. 아니다. 지금은 그 지방방송 볼륨을 저 안하무인 중앙방송의 귀청이 찢어질 만큼 높여야 할 때다. 9년 전 MBC를 통폐합 당한 진주시민들은 특히 이번 일에 촉각을 더 곤두세워야 한다. 차(車), 포(包)는 고사하고 마(馬)와 상(象)까지 중앙에 다 빼앗긴 채 느려터진 졸(卒)로만 연명하는 ‘지방자치’. 그것은 피도 살도 뼈도 무엇도 없는 허울뿐임을 명심해야겠다.

김성대 본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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