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휴식] 길
[詩와 휴식] 길
  • 김진
  • 승인 2019.07.0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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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 시인.

소가 끌던 달구지 너털거리면

벚나무 가지마다 자잘하게 매달린 소문들이

저마다 한마디씩하며

걸음을 재촉한다

쌉싸름한 향을 풍기며 옆구리를 간질이던

무릎 높이 올라오던 쑥은

어디로 갔을까

 

쌍계사의 염불소리

일주문을 벗어나지 못하고

가늘게 뻗어가는 길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다

 

갈대밭에서 뽀얀 속살을 숨긴 채

쪼그리고 앉아 울던 길

참말 시꺼먼 이불을 덮어 쓰고도

춥다고 칭얼거리며 굽이치며 돌아누운 길

벚나무에서 떨어진 수많은 소문들을 매달고

섬진강으로 향하던 저 많은 길

 

거미줄 같이 얽힌

모든 길은 한 웅큼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김진

시인.

한국작가회의 회원.

경남작가회의 회원.

2007 경남작가 신인상.

단국대학교 박사과정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