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휴식] 당신의 가장자리
[詩와 휴식] 당신의 가장자리
  • 김진
  • 승인 2019.04.30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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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라고 물으면 당신의 대답은 어떠한가요

네 – 라고 한다면 나는 다시 물음표를 찾아 헤매겠지요

껍질 벗은 사과처럼 언제쯤 서로의 앞에

벌거벗고 마주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또 있을까요

 

가볍지 않은 침묵의 씨앗을 가만히

당신의 가슴에 올려 두었습니다

뒤척이던 몸이 그 밤에는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뿌리를 내리고 있었던 걸까요

 

당신이 그림자를 타며 흐른다는 걸

날아오르는 철새를 보면 떠날 것 같아

슬며시 신발을 숨겼습니다

 

돌아누운 당신에게 습기 가득한 귓속말을 해 봅니다

잘 지내셨나요?

목차가 없어서 정의를 내릴 수 없던 사이에게

밑줄 그은 질문을 던져 봅니다

 

주름진 입술은 어떤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또다시 물음표는 허리를 펴지 못하고

기어 다니고 있습니다

 

온통 푸른 가시로 둘러싸여 신발을 신어도

발을 들일 수가 없는

누구도 시도한 적 없는

당신의 가장자리

 

김진

시인.

한국작가회의 회원.

경남작가회의 회원.

2007 경남작가 신인상.

단국대학교 박사과정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