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휴식] 고래가 되고 싶었지요
[詩와 휴식] 고래가 되고 싶었지요
  • 김진
  • 승인 2019.01.3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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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 시인.

고래가 되고 싶었지요 내 부르는 소리는 오롯이 당신에게만 들리는 주파수 그리움으로 온전히 젖은 마음으로 주파수를 맞추지요 발가락 사이사이 부서지는 물방울 부서진 것은 물방울만이 아니겠지요 그 어떤 치열함도 이내 부서져 잠들었지요 가슴에 펄이 한줌 한줌 찰 때마다 그 넓고 푸른 바다를 꿈꿨어요 하얀 파도 조각을 베어 물고 거친 숨을 뱉으며 어느 순간 불쑥 솟아올라 하늘에 짧은 입맞춤을 하고 당신의 주머니 속 작은 노래조각을 맞춰들고 굽실거리는 달팽이관을 유영하는 그런 고래가 되고 싶었지요 아양을 떠는 어린 돌고래가 아닌 모습만으로도 시선을 잡아채는 그런 고래가 되고 싶었어요

당신의 손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나는 줄에 묶인 마리오네트 짙은 추억으로 몸을 감싸 안고 넓디넓은 무대 그 푸른 바다 무대를 누비는 이 여리디 여린 고래 한 마리 춤추다 지쳐 넘어지면 바닷물이 사라져 버린 갯벌 어떤 칼로도 줄을 자르지 못하겠지요 아니, 자르고 싶지 않은 깊은 진심

그래도 아직은 꿈을 꾸는

나는

고래가,

되고 싶습니다

 

김진

한국작가회의 회원. 경남작가회의 회원. 2007 경남작가 신인상. 단국대학교 박사과정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