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류 씨네필의 인생영화] 194위: 푸줏간 소년
[이류 씨네필의 인생영화] 194위: 푸줏간 소년
  • 윤호준
  • 승인 2019.09.2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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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위: 푸줏간 소년 (1997)

감독: 닐 조던

촬영: 에드리안 비들

주연: 이몬 오웬스, 스티븐 레아, 피오나 쇼, 앨런 보일

"모든 게 다 뉴전트 부인 때문이다."

소년 프란시에게는 이것이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그냥 착한 놈 삥 좀 뜯었을 뿐인 일로 뉴전트 부인이 그토록 법석 떠는 걸 그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 우울증 엄마와 알콜 중독 아빠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 그는 오로지 짓궂은 복수로 대응한다.

프란시가 스스로의 논리에 따라 순진무구함과 악행과 광기 사이를 아무렇지 않게 넘나드는 동안 지역 사회는 기숙학교와 정신병원으로 그에게 맞대응한다. 하지만 그 어느 곳도 이 순진한 악마의 언행과 논리를 굴복시키지 못한다. <푸줏간 소년>은 바로 이 순간들을, 세상과 대면하는 프란시만의 방식을, 에둘러 단서를 풀거나 뜸 들이지 않고 곧장 사건으로 직행해 마주해버리는 소년의 과단성을 담아내면서 반짝이는 영화가 된다.

잠깐 가출했다 마을로 돌아왔는데 곧바로 자살한 엄마의 장례 행렬과 마주치고, 기숙학교 신부님의 소아성애 성향을 알면서도 어느 순간 불쑥 여성용 보닛을 쓰고 태연하게 신부님과 놀아주는 것이다. 이런 전개에 엄마의 자살 과정이나 신부의 꼬드김 과정은 생략되어 있다. 엄마는 그냥 죽은 것이고, 신부는 그냥 그런 놈이었던 것이다.

이런 직행의 편집 호흡은 뉴전트 부인을 토막살인하는 장면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보자마자 바로 쏘고 바로 난도질을 하면 될 뿐이다. 그럼에도 영화 속에서 프란시는 전혀 끔찍한 놈으로 보이지 않는다. 프란시의 끔찍함은 그를 둘러싼 다른 끔찍함들, 공산당을 증오하고 하층 계급을 멸시하고 성모 마리아의 강림을 정말로 믿는 어른들의 끔찍함 때문에 묽게 희석된다. 프란시는 실제로 성모 마리아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영적인 존재가 되지만, 한편으로 그것은 정신분열의 증세이기도 하다.

내팽개쳐진 아이의 몰락을 이만큼 슬프고 웃기고 무섭고 애틋하게 버무려내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Only one Cut

프란시를 정신병원에 끌고 가기 위해 경찰이 들이닥친다. 진정제를 맞은 프란시는 잠이 들고 꿈 속에서 단짝인 조를 만난다. 만남의 장소는 둘이서 인디언 놀이를 하던 산 위의 호숫가. 갑자기 호수에서 핵폭탄이 터진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쿠바 미사일 사태가 한창이던 바로 그때. 프랭크 시내트라의 'Where Are You?'가 감미롭게 흐르는 와중에 프란시가 소리친다. "오, 안돼! 공산당놈들!"

글/윤호준 (영화애호가,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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