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류 씨네필의 인생영화] 199위: 내일에게 길을 내주다
[이류 씨네필의 인생영화] 199위: 내일에게 길을 내주다
  • 윤호준
  • 승인 2019.04.1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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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위: 내일에게 길을 내주다 (1937)

감독: 레오 맥캐리

촬영: 윌리엄 C. 멜러

주연: 빅토르 무어, 뷸라 본디, 페이 베인터, 토마스 미첼

80년 전에 만들어진 이 영화의 보편성은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선율만큼 강렬하다. 집이 압류 당해 갈 곳이 없어진 노부부가 아들과 딸 집에 각각 머무르면서 '성가시고 쓸모 없는'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깨달아가는 이야기는 인생의 씁쓸한 진리 그 자체다. 노부부의 금슬이 너무 좋고 주변 사람들이 모두 착하고 친절한 것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실제로 우리는 인생의 많은 시간을 이처럼 착하게 구는데 쓰고 있다. 맥캐리 감독은 이 점을 정확히 간파해내고 연출의 기조를 잡았다. 할머니가 며느리의 강의를 들으러 온 수십 명의 손님들 옆에서 남편과 통화를 할 때, 노인네의 초딩 같은 코믹한 행동거지로 출발한 그 장면은 어느새 목소리에 할머니의 깊은 그리움을 담고, 이어서 카메라는 그 목소리를 감지한(손님들은 할머니의 뒷모습만 본다) 손님들의 웃픈 표정들을 중요한 비중으로 담아낸다. 할머니가 스스로 양로원에 들어가겠다고 아들에게 말하는 장면에서도 카메라는 두 사람을 번갈아 계속 비추며 할머니의 슬픔 만큼이나 아들의 슬픔과 미안함을 담아내는데 공을 들인다. 이렇게 애처로움을 쌓아 올린 영화가 플랫폼에서 할아버지를 매우 덤덤하게 떠나보내는 할머니의 모습으로 맨 마지막을 맞이할 때, 게다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급작스럽게 끝이 날 때, 그 슬픔의 여운은 도무지 끝나지 않을 듯 이어진다.    

 

★ Only One Cut

슬픔의 세레나데가 완성되는 순간. 뒤돌아 앉아 할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왼쪽 여자의 미묘한 저 표정.

글/윤호준 (영화애호가,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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