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류 씨네필의 인생영화] 196위: 나의 아저씨
[이류 씨네필의 인생영화] 196위: 나의 아저씨
  • 윤호준
  • 승인 2019.07.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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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위: 나의 아저씨 (1958)

감독: 자크 타티

촬영: 장 보르고인

주연: 자크 타티, 장 피에르 졸라, 아드리엔 세르방티, 베티 슈나이더

<나의 아저씨는>는 <윌로 씨의 휴가>(1953)와 <플레이 타임>(1967) 사이에 위치한 정중동의 영화다. 

한편에는 수백 년 묵은 삶의 형태를 간직한 다정한 사람들이 있고 또 다른 한편엔 현대 기계 문명에 조금씩 잠식 당하는 강박적인 사람들이 있다.

어정쩡한 걸음걸이의 소유자인 윌로 씨는 이 두 곳을 아무렇지 않게 넘나드는 거의 유일한(마부와 조카와 함께) 사람이다. 언제나 그렇듯 그는 가는 곳마다 뭔가를 망가뜨리지만 그것은 그만의 독특한 신체 리듬의 발현일 뿐, 세상에 구멍을 내는 행위가 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의 이런 사랑스러운 실수들을 현대 미술관 같은 정원과 치과 진료소 같은 부엌과 소음으로 가득한 공장은 받아주지 못한다. 변두리의 허름한 광장은 그의 행동을 넉넉하게 받아내지만 구획과 스위치와 센서로 이루어진 신문명에는 이런 여유 공간의 넉살이 없다.

그곳은 1cm의 틈도 없이 완벽하게 제어되는 곳이고, 때문에 윌로씨가 근처에만 다가가도 깨지고 멈추고 삐걱거린다. 겉으론 네모 반듯하고 육중하지만 속으론 살얼음판에 불과한 청회색의 문명은 결말에 이르러 윌로 씨를 먼 시골로 보내며 자신의 실체를 얼버무린다.

감독은 수시로 깨지고 멈춰버리는 그곳을 표현하기 위해 무성 영화 스타일의 연기와 섬세한 음향 효과를 결합시켰다. 문명의 오차에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의 말 없는 몸짓이 엔진 소리, 부저 소리, 작동 소리와 섞이며 경이로운 코미디를 만들어낸다.

영화 내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차별 없이 흐르는 따뜻한 음악처럼 감독은 매서운 비판이 아닌 애정의 시선으로 편안함/불편함이 전도되는 온갖 시츄에이션을 비춘다. 

 

★ Only One Cut

이 컷이 예닐곱 번 반복해서 등장한다. 변두리와 신문명을 한 자리에 담아내는 유일한 컷이다. 저 무너진 옛 돌담 사이로 개들과 아이들과 윌로 씨가 드나든다. 모두 신문명에 제어되지 않는 분방한 존재들이다. 영화에서 이 컷을 맨 마지막으로 볼 때 쯤 관객은 감독의 시선을 충분히 체화한다. 조금은 서글프게, 하지만 따뜻하게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듬고 싶어진다.    

글/윤호준 (영화애호가,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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