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충실하면 그것으로 충분" 강백경 합천 교육장
"기본에 충실하면 그것으로 충분" 강백경 합천 교육장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03.0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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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쌍백면 출신, 합천에서만 26년 교직생활
한학자 부친을 따라 자연스럽게 교육자 꿈꿔
열심히 하는 사람을 인정해주는 교육장 지향
미디어팜과 인터뷰 중인 강백경 합천 교육장. 강 교육장은 합천에서만 26년 6개월간 교직 생활을 했다. 사진=김시원 기자.

강백경 합천교육장은 합천 쌍백면 출신으로 고향 합천에서만 26년 이상 교직 생활을 했다. 한학자셨던 부친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한문과 책을 가까이 한 그는 자연스레 교육자의 길을 걸었고, 모교인 진주교육대학교에선 남명의 가치를 발굴해낸 고 최해갑 교수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았다. <논어>와 <명심보감>을 애독하는 강 교육장은 인공지능, AI 시대의 성공 열쇠로 '반듯한 인성'을 꼽았다. 현재 강 교육장은 호국 문예의 고장이었던 합천의 정신을 군과 문화원, 교육지원청이 하나 되어 세우는 일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제26대 합천교육장에 취임하신지 정확히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소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고향에 와 기쁩니다. 제 나름 여러 가지를 해보려 열심히는 했지만 아무것도 한 것 없이 1년이 지나간 느낌이네요. 교육행정이라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그러나 짧은 기간이었지만 합천교육을 위해 노력한 것들이 성과가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합천 쌍백면 출신이십니다. 어떤 가정환경에서 어떤 어린 시절을 보내셨는지 간단히 말씀해주십시오.

세 식구가 단칸방에서 지냈을 만큼 집안 형편은 어려웠지만 아버님께서 한학자여서 공부하기엔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마을에선 아버님을 통칭 '선생님'이라 불렀어요. 제 부친의 평소 생활 모습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책 읽는 것과 운동하는 것. 저는 아버님이 손에서 책을 놓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운동도 마치 칸트가 정해진 시간에 반드시 산책을 했던 것처럼 해당 시간엔 늘 운동을 하셨죠. 95세로 장수하신 저희 아버님은 엄하고 강하셨습니다. 교육자로서 ‘남을 가르치는 사람은 게으르면 안 된다’는 지론을 갖고 계셨구요.

▲그런 아버님을 두셨으니 교육장님이 교육자가 된 건 어떤 면에선 필연처럼 보입니다.

맞습니다. 부모가 책을 읽으면 아이들도 책을 읽습니다. 아버지가 책을 보시니 저도 책을 본 거죠. <대학>과 <명심보감> 등을 아버지께 배우며 교육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형성됐습니다. 아버지는 글 배우러 오는 사람들을 정말 열심히 가르치셨어요. 그런 당신의 모습을 보며 가르치는 사람은 언제나 열심히, 충실히 해야 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부친께선 “남 앞에 설 수 있는 소양이 안 되면 선생을 하지 마라” “100명이면 100명, 1000명이면 1000명, 듣는 사람들 수만큼 지식의 양을 가지고 있어야 남 앞에 설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제가 늘 가슴에 새기고 살아온 말씀입니다.

▲기억에 남는 은사님이 계신지요?

지금은 작고하신 전 진주교육대학교 최해갑 교수님입니다. 한학에 대해 깊이 성찰토록 도와주신 교수님은 제 생각과 행동을 바꾸게 했고, 아버지 세대에 대한 반감을 상쇄시켜주신 분이기도 합니다. 최 교수님은 또한 경남 지역에서 남명을 처음 발굴해낸 분이기도 합니다. 사실상 선각자셨죠. 새삼 그 분 생각이 많이 납니다.

▲한때 합천은 인구 20만 명 이상이었던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3/4 수준으로, 고령화와 저출산 현상까지 겹쳐 아이들 인구는 계속 줄고 있는데요. 교육장으로서 이에 대한 대책이랄까, 생각하고 계시는 바가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현재 합천 인구의 40%는 노인입니다. 생산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인 것이죠. 일자리가 없으니 젊은 사람들도 더는 들어오지 않는 추세입니다. 학교도 과거 58개교이던 것에서 지금은 분교까지 포함해 18개교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학생 수 3천명도 내년이면 무너지게 됩니다. 상황이 이렇다 해서 교육지원청이 따로 직접 투자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군 차원의 우회적인 지원은 가능하겠지만요. 이 정도 방법을 생각해볼 수는 있을 겁니다. 깨어 있는 학교장(관리자)이 교사와 학생들을 유연하게 대하고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 그게 좋아 합천으로 사람들이 살러 올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자체 등 민관이 협력해 유치원에서 초중고까지 일관된 교육 지원으로 합천에서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제도적 구조를 만드는 일, 그래야 아이들이 합천에서 떠나지 않을 겁니다. 또 가야 지역을 행복지구로 해서 교육특구를 만드는 일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군과 교육지원청이 똘똘 뭉쳐 인구 절벽의 쓰나미를 이겨내고 버텨낼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 부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 3월 1일 개교한 합천가야초등학교는 가산, 숭산, 해인초등학교까지 3개 교를 통합한 학교다. 강 교육장은 '지역통합' 차원에서도 가야초등학교의 개교 의미는 각별하다고 말했다.

▲가산, 숭산, 해인초등 3교를 통합해 3월 1일 개교한 합천가야초등학교는 ‘거점학교’로서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까?

경남에만 가야초등학교가 세 곳이 있습니다. 함안가야초등학교, 김해가야초등학교, 그리고 합천가야초등학교. 합천가야초등학교는 면 이름이 '가야'이기 때문에 그렇게 지은 것이고, 산 이름이 '가야산'이기 때문에 붙인 이름입니다. 총 8학급, 110명 학생들이 다니는 합천가야초등학교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비 교육,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 해인사와 관련된 교육, 인격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육,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자연과 마을이 하나 되는 학교를 지향합니다.

▲교육장 취임사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성 교육과 도덕적 인성교육”을 말씀하셨습니다. 이와 관련한 조금 더 구체적인 말씀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 AI가 활성화될수록 인간미가 더 강조되는 세상입니다. 반듯한 인성을 가지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시대를 우린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바탕이 없이 강조된 창의성은 사상누각이요, 공허한 메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교사들부터 학생들에게 예를 갖추어야 할 겁니다. 점퍼? 운동복? 물론 입으면 편합니다. 하지만 입지 않습니다. 편한 게 교직은 아니거든요. 불편해도 격식을 지킬 때 학생들이 교사를 따르고 존경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합천군의 교육 현장에 가장 필요한,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관리자(학교장)들이 열린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민주적이고 변혁적인 리더십을 가진, 생각이 깨어있는 관리자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실무자들의 업무를 줄이려 애쓰고 있습니다. 교무행정지원팀과 방과 후 학교, 순회강사제 등은 그런 차원에서 확대된 교육청 사업들이죠. 그리고 문화. 사람은 삶이 풍족해지면 문화에 관심을 갖게 마련입니다. 작년에 처음 해서 좋은 반응을 얻은 황강 카누 체험, 밤마리 오광대 등 아이들과 직접 소통해 그네들의 고장 사랑 정신을 높이는 건 앞으로도 이어나가야 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임기 내 이것만은 이루겠다는 일이 있다면?

아직 합천에선 '합천의 정신'이라 통칭할 만한 게 없습니다. 100년 전 삼가장터에서 1만 3천 명이 나라 독립을 위해 일어섰던 예도 있듯, 합천은 예로부터 호국 문예의 고장이었습니다. 때문에 군과 문화원, 교육지원청이 하나 되어 합천 정신을 세우는 일을 개인적 바람으로 갖고 있습니다. 단, 가야초등학교 같은 준벽지 지정 학교들을 더 확충하지 못한 건 교육장으로서 아쉬운 부분입니다.

강 교육장이 시간만 나면 본다는 공자의 <논어>. 사진=홍익출판사 제공.

▲교육장님에게 큰 영향을 준 책 한 권 소개해주세요.

<논어>를 좋아합니다. 특히 첫 구절에 영향을 많이 받았죠.

배우고 익히면 기쁘지 않은가(學而時習之不亦說乎)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않은가(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으니 군자가 아니겠는가(人不知而不 不亦君子乎)

- 논어 학이(學而)편 첫 구절에서

<논어>에서 말했듯 사람은 단계를 넘어선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자기 연마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봐요. 요즘처럼 검색해서 얻는 지식은 진정한 지식이 아니라고 저는 봅니다. 검색하는 것과 체득은 다른 것입니다. <논어>에는 집단을 이루고 있는 학교, 사람 사이 관계, 학생들이 나아가야 할 바를 모두 담고 있습니다. <논어>는 실천서지, 이론서가 아닙니다. 말과 행동은 일치할 때 비로소 바람직한 것이 되죠. 논어 구절 하나하나에 그것들이 녹아있습니다. 저는 시간만 나면 <논어>를 봅니다. 오늘 보고 내일 봐도 식상하지 않은, 기본적인 인간의 도리에 대해 밝혀놓은 <명심보감> 역시 애독서이긴 마찬가지구요. 두 권 모두 읽은 뒤 제 행동을 반추해볼 수 있게 하는 책들입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교육장으로 기억되고 싶으신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거창한 생각은 없습니다. 열심히 하는 사람을 인정해줄 수 있고, 또 그런 사람들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저는 교육장으로서 군림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친절, 배려, 봉사라는 건 장농 안에 있는 게 아닙니다. 타인에게 정중하게 대하는 자세, 그런 기본에 충실하면 충분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교육지원청이 상부기관이라고 인식하지 않을 수 있는, 말 그대로 교육을 '지원'하는 곳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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