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인정하는 사회가 행복한 사회" 통영교육지원청 박혜숙 교육장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가 행복한 사회" 통영교육지원청 박혜숙 교육장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08.0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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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 출신, 서울교육대학교 졸업
1982년 서울 금북초에서 첫 교편 잡아
본청 장학관, 학교혁신과장 등 요직 두루 거쳐
교육자로서 '스스로 더불어 행복한 교육' 강조

경기도 용인 출신인 박혜숙 통영 교육장은 서울교육대학교와 연세대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82년 4월 서울 금북초등학교에서 첫 교편을 잡은 그는 1997년부터 경남으로 와 하동초등학교와 묵계초등학교에서 근무했다. 이때 전문직 시험에 합격한 박 교육장은 2003년부터 장학사로서 걸음을 뗐다. 교사, 교감, 교장직을 두루 거쳐 장학사, 장학관까지 지낸 그는 2017년 9월부터 도교육청 학교혁신과장을 역임 후 현재에 이르렀다. 박 교육장은 통영교육지원청 개청(1952년 통영교육구 설치) 이래 처음으로 발령된 여성 교육장이다. 다른 사람과 생각을 같이 하지는 않되 이들과 화목할 수 있다고 말한 공자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지향하는 박혜숙 교육장은 '바람의 딸' 한비야를 닮고 싶은 인물로, 작가 하이타니 겐지로의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를 좋아하는 책으로 각각 언급했다. 미디어팜이 통영교육지원청에서 그를 만나고 왔다.

박혜숙 교육장은 통영교육지원청 개청(1952년 통영교육구 설치) 이래 발령된 첫 여성 수장이다. 그는 다른 사람과 생각을 같이 하지는 않되 이들과 화목할 수 있다고 말한 공자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삶의 지침으로 삼고 있었다. 사진=조현웅 기자.

▲늦었지만 제36대 통영교육장으로 취임하신 걸 축하드립니다. 취임 후 5개월 가까이가 흘렀네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평소 근무해보고 싶었던 통영은 이 충무공의 얼이 깃든 애국충절의 고장이며 빛나는 문화예술혼이 살아 숨쉬는 도시이자, 유네스코가 지정한 지속가능발전도시입니다. 이처럼 아름답고 매력적인 통영의 교육장으로 취임해 정말 기분 좋게 근무하고 있습니다. 지난 5개월 동안 무엇보다 통영의 학생, 교직원, 학부모, 지역기관 및 단체들과 만나 소통함으로써 빠른 시간 안에 통영인의 생각과 정서를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 많은 분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 속에서 통영을 좀 더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 일정으론 통영 역사가 깃든 장소와 아름다운 섬들을 주말마다 탐방하고 있습니다. 

▲서울교육대학교,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셨습니다. 고향이 서울이신 건가요. 교육장님의 학창시절은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제가 태어난 곳은 경기도 용인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1학기까지 용인에 있는 작은 학교에 다녔고 이후 도시로 전학해 수원여고를 졸업한 뒤 서울교육대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서울에서 살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15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1997년 도간 교류로 남편 고향인 하동으로 오게 되면서 경남 지역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학창 시절 저는, 친구들 말을 빌리자면 '누구나하고 잘 어울리고 긍정적이며 성실한 학생'이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늘 웃는 얼굴이구요.(웃음) 중학교 1학년 때 카리스마 넘치는 여자 과학선생님이 너무 좋아 과학 공부를 열심히 했었고, 그 덕분에 학교 대표로 경기도 과학실험대회에 나가 최우수상을 받았던 기분 좋은 기억도 있습니다. 그 경험은 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실제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답니다. 고등학교 때는 수학선생님과 국어선생님을 좋아해 해당 과목들을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 또 나를 인정해주는 사회선생님 때문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한 사회 공부도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 동기는 선생님들이셨던 것 같네요. 그리고 전 학창시절 책 읽는 걸 무척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시절엔 집에도 학교에도 읽을 책이 부족해 갈증을 느꼈고, 중고등학교 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수업 시간 책상 밑에 숨겨 읽다 선생님에게 빼앗긴 기억도 있습니다. 사실 무엇보다 생각나는 건 농촌의 작은 초등학교를 다닐 때입니다. 선생님과 시냇가에서 물고기를 잡던 일, 들로 산으로 친구들과 뛰어다니며 논 것, 선생님이 교과서에 없는 노래를 많이 가르쳐 주신 일, 한문 부수를 가르쳐주고 쪽지시험 본 일, 의자 들고 단체기합 받았던 기억들까지. 그 시절 5~6학년 담임을 하셨던 이승준 선생님께서 제게 초등학교 교사가 되라 말씀하시며 나중에 '박 선생' 부를 거라 하신 것 때문에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닐까도 생각해봅니다.

▲교직 생활을 시작할 당시 기억을 떠올려본다면 어땠나요.

첫 발령지인 서울 금북초등학교는 지금은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서 있지만 제가 발령받았던 당시에는 달동네로 불릴 만큼 언덕배기에 좁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한 집에 여러 가구가 모여 사는 열악한 환경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곳보다 더 돌봄과 사랑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리고 서툴고 부족한 초보 선생님은 열심히 가르쳐서 공부를 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이가 못하는 걸 찾아 잘 하게 만들려 했지요.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진짜 중요한 교육은 아이들 각자가 갖고 있는 장점을 찾아 다양성을 발현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죠.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 잘 하는 뭔가가 있더라구요. 그리고 그네들은 모두가 사랑스런 존재들입니다. 그래서 나태주님의 '풀꽃'이란 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를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럼에도 80년대는 아이들을 한 명씩 자세히 보기가 무척 힘들기는 했습니다. '콩나물 교실'이었거든요. 한 교실에 60명 이상 아이들이 있었고, 고학년 경우엔 일주일에 30시간 이상 수업을 해야만 했습니다. 물론 선생님들의 열정은 대단했지요. 당시 교실이 부족해 한 교실을 두 학급이 나눠 쓰는 2부제가 운영되고 있었는데, 오전반일 경우 정해진 시간에 교실을 비워줘야 했습니다. 교실이 없는데도 보충수업이 필요한 학생을 남겨 운동장가에서 지도하기도 했구요. 또 허락도 없이 학급 아이들을 데리고 대중버스로 방송국 견학을 갔다 왔다 교장선생님께 야단 들은 일도 생각나고, 한 달간 수업 시간에 활동을 잘 한 그룹과 주말 공원엘 갔던 일, 그리고 문예반을 맡아 지도해 대회에 나갔던 일, 스카우트 반을 맡아 학교에서 뒤뜰 야영한 것, 교내 젊은 선생님들과 한 전문적 학습공동체 활동 등 첫 발령 학교에서 일들이 지금 돌이켜보면 힘들고 어려웠던 기억보다 풋풋하고 왁자지껄 즐거웠던, 진짜 교사로 성장해갔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학급, 학생들을 만나오셨을 겁니다. 그중 특히 기억에 남는 반, 학생이 있는지요. 

저를 기쁘게 하고 감사하게 하는 제자들이 있어 행복할 때도 있지만 늘 가슴을 먹먹하게 하거나 부끄럽게 만들기도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첫 학교에서 2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입니다. 지각도 자주 하고 숙제도 안 해오고 준비물도 잘 챙겨오지 않는 학생이 있었어요. 이 친구는 시키는 걸 잘 따라하지도 않아 저한테 늘 꾸지람을 많이 들었습니다. 당시 여러 번 타일러도 말을 안 들으면 손바닥 한 두 대씩 매를 들기도 했는데요. 이 아이는 기분이 나쁘면 욕을 하기도 한 정말 힘든 학생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무 연락도 없이 이 아이가 결석을 했어요. 그래서 가정 방문을 했습니다. 가보니 아버지는 일을 나가셨고, 어머니는 집을 나가버려 안 계시고, 달동네의 다가구 집 단칸방에서 어린 동생을 돌보며 있는 아이를 발견했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나를 보고 놀라 눈을 둥그렇게 뜨고 멀뚱하게 쳐다보던 그때 그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그 모습은 교실에서 나를 힘들게 하던 미운 그 아이의 모습이 아니었어요. 전 그런 아이를 숙제 안 해온다고, 준비물 안 챙겨온다고, 공부 안 한다고 혼내고 야단치고 때리기까지 한 겁니다. 내가 아이에게 무엇을 한 것인가.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그 이후 그 아인 얼마간 학교를 나오다 다시 결석을 반복하더니 온가족이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결국 무단 장기 결석으로 제적 처리를 해야 했습니다. 때로 그 아이가 잘 지내고 있길 기도하면서 교사였던 저를 성찰하게 하는 아픈 기억입니다.

미디어팜과 인터뷰 중인 통영교육지원청 박혜숙 교육장. 사진=조현웅 기자.

▲2017년 9월부터 도교육청 학교혁신과장을 역임하셨습니다. '학교혁신'이라는 말이 인상적인데 어떤 일을 하는 자리였나요.

학교혁신은 학생들이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내용과 방법, 학교운영체제 등을 총체적으로 변화시키는 걸 뜻합니다. 즉,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 있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선 지금의 학교 교육이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전 교육정책에서 혁신이라는 말이 쓰여 왔지만, 최근 학교 현장에서 통용되는 혁신은 혁신학교의 등장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혁신학교는 2009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처음 시작했는데, 2014년 지방자치선거에서 진보교육감들이 다수 당선되면서 공교육의 혁신 모델로 확산되었고 이제는 정부에서도 혁신학교의 성과를 학교혁신의 기본 방향으로 삼고 학생들이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고 실천할 수 있도록 총체적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도교육청 학교혁신과는 박종훈 교육감님의 취임에 이어 2014년 9월 1일 새롭게 탄생한 과로, 학교혁신의 모델학교인 경남형혁신학교인 행복학교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업무 추진을 하는 부서입니다. 학교혁신과장으로 있는 동안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및 기술 환경에 따라 현재의 공교육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미래사회 관점에서 예측된 공교육의 문제에 대응하고 나아가 준비된 미래사회 인재를 양성하고자 현재 학교 환경 및 기술, 교육 및 조직의 변화가 있는 미래학교인 행복학교와 행복교육지구 즉, 마을교육공동체 및 학부모지원, 학교업무적정화, 다문화 국제교육 업무를 총괄했습니다. 2019년 3월 1일자로 약간의 업무조정에 따라 현재 다문화국제교육은 다른 과로 이관됐고 대신 교권 업무가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교육장님은 '교사, 교감, 교장으로서 다양한 현장 경험과 장학사, 장학관 등을 거치며 쌓은 교육행정가로서 능력을 겸비한 교육전문가'로 평가 받으십니다. 확실히 현장과 행정을 모두 경험해본 일은 교육장 직무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교사부터 본청 장학관까지 두루 거친 건 맞습니다만, "교육행정가로서 능력을 겸비한 교육전문가"라는 평가는 과분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저 역시 다양한 현장 경험과 도교육청에서 경남 전체 정책을 추진했던 경험이 통영 교육장으로서 통영의 교육을 위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영의 교육 현실과 과제에 대한 교육장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요즘 경남의 중소도시와 군 단위 고장들을 다녀보면 학생 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어 고민이 많더라구요.

학생 수가 줄어드는 문제는 통영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이구요. 현재 통영 교육의 현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건 죽림지구 중학교 및 구도심 단설유치원 설립입니다. 통영시 일부 지역에 편중된 중학교 불균형을 해소하고 죽림지구 학생들의 원거리 통학 해결 및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통영지역의 오랜 숙원과제인 죽림지구 중학교 신설을 추진해 교육수요자의 만족도를 높이고자 노력 중입니다만, 도교육청 및 교육부는 설립 요인이 없는 단순 이전은 불가하다는 입장이고 인근 지역 중학교 통폐합 이전도 지자체의 중학교 부지가 확보돼야 하는 전제 요건이 있습니다. 더구나 향후 5년 정도는 학생수가 증가하지만 현재 시설로도 배치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중앙투자심사 통과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어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구도심 단설유치원 설립 추진은 향후 동지역 전 병설유치원을 통폐합하는 방안과 설립부지 선정시 자체 부지를 활용하고 축소해 자체 투자 심사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 또한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사립 유치원들과 소통하고 그들을 설득해내야 하는 큰 과제를 안고 있는 사안입니다. 그 외 제가 생각하고 있는 통영의 교육 과제는 통영의 우수한 시설과 교육 인프라를 활용해 내실있는 교육활동을 펼치는 것입니다. '통영진로교육지원센터'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북카페 등 공간을 재구성하고,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해 지역 체험처와 연계한 다양한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써 더 많은 학생들이 우수한 진로체험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교육 재단'과 함께 '통영 세자트라숲'을 활용한 지속가능발전교육(ESD)의 실천을 위해 더욱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통영은 확실히 '문학과 예술혼'으로 충만한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위한 통영만의 교육 방식, 방침, 지향점 같은 게 있을까요.

통영은 역사, 문화, 예술, 환경, 인물 등 많은 영역의 교육적 자산이 풍부한 곳입니다. 그 소중한 자산들을 200% 활용해 우리 통영의 아이들이 미래 지역의 인재, 나아가 국가의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할 것입니다. 2019년 통영특색교육을 '터와 무늬가 있는 통영사랑교육'으로 정하고 학생들이 이 충무공 정신과 문화예술, 바다사랑을 직접 탐방 체험하게 함으로써 학생들이 통영의 가치를 알고, 통영사랑의식을 내면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한산대첩기념사업회와 연계해 운영하는 '이순신 학교'에선 이 충무공의 혼이 담긴 통제영과 한산대첩 승첩지를 탐방케 해 미래핵심역량과 연결되는 이 충무공의 5대 정신을 배울 수 있게 했습니다. 학생 주도의 역사 문화 탐방 프로젝트인 '통영사랑 학생 동아리', 사제동행으로 통영의 골목 골목에 숨어있는 문화예술 발자취를 찾아가보는 '토영 이야~길 속으로' 활동 등을 통해서도 학생들이 고장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울 수 있게끔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통영 바다사랑 캠프'를 운영해 직접 노를 저어 이 충무공의 승전 바닷길을 체험하고, 통영 바다 보호활동을 펼쳐봄으로써 아이들의 삶 속에 통영의 바다가 깊숙이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구요. 지난 6월엔 저도 아이들과 함께 '이순신 학교'에 참가해 세병관, 충렬사, 한산도 제승당을 돌아보며 이 충무공의 역사를 탐방하고 왔습니다. 2019년에는 총 8기 450여명 아이들이 참가했는데, 지역 역사를 알고 이해하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돼 계속 운영할 계획입니다.

▲교육자로서 그간 지녀오신 철학, 원칙 같은 게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화이부동(和而不同)입니다. 공자께서 다른 사람과 생각을 같이 하지는 않되 이들과 화목할 수 있는 군자의 세계를 말씀하셨는데요. 사람의 생각은 같을 수 없습니다. 때문에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인정해주는 것이 중요하고, 그래야 나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칼릴 지브란의 '함께 있으되 거리를 둬라' 역시 공감하는 시입니다. 전 그래서 '스스로 더불어 행복한 교육'을 강조합니다. 교육은 한 아이가 자기주도적으로 꿈을 찾고, 그 꿈을 이뤄갈 수 있도록 하고, 이웃과 더불어 살도록 하고 또한 그 과정 자체도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른 누구와 비교하는 것이 아닌 각각의 아이가 갖고 있는 색깔을 잘 찾을 수 있는 다양성 교육,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는 교육이어야 한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민주적인 학교 문화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는 결국 '허용'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아이들의 창의성 또한 허용하는 부모, 허용하는 교실에서 생겨난다고 생각합니다.

박 교육장은 가장 닮고 싶은 인물로 '바람의 딸' 한비야를 꼽았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가 좋아하는 작가는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를 쓴 하이타니 겐지로였다. 사진=조현웅 기자.

▲살아오시면서 가장 닮고 싶었던 인물, 인상깊게 읽은 책이 있다면 각각 소개 부탁드립니다.

살아오면서 그때그때 닮고 싶은 인물들이 있었습니다. 어릴 적엔 동화 속 인물인 알프스 소녀 하이디와 빨강머리 앤을 닮고 싶었구요.(웃음) 여러 인물들 중 특히 '바람의 딸'로 알려진 한비야님은 지금까지 계속 닮고 싶은 사람입니다.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같은 저서들에서 알 수 있듯 60개국을 거친 과감한 도전정신과 지구촌을 향한 열린 사고가 부럽고 또 단순히 여행만이 아닌, 그를 통해 난민구호 활동으로 자신의 도전을 확대해 가고 그에 대한 대중적 인식도 끌어올린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상깊게 읽은 책으론 초임 시절 선배 추천으로 읽은 하이타니 겐지로의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가 떠오릅니다. 일본의 초등교사 출신인 저자가 1974년에 쓴 책인데,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신참내기 교사 고다니 선생이 쓰레기 처리장 옆 학교에 발령 나면서 겪는 일을 다루고 있어요. 학생들은 '처리장 아이들'로 불리는데 그중 데쓰조라는 아이는 정말 골칫덩이로 나옵니다. 툭하면 싸움에, 친구도 없고 글도 모르고, 선생님 얼굴도 몇 번이나 할퀸 무서운 존재지요. 22살 선생은 아이들 앞에서 엉엉 울 정도로 좌절감을 느끼지만 지지 않고 조금씩 아이에게 다가가고 용기를 내 집으로 찾아가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사정을 알게 되는가 하면, 아이의 유일한 관심사가 파리라는 걸 알고 도서관에 가 파리에 대한 책을 몽땅 탐독하기도 합니다. 이 책은 그런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학생과 교사로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소설의 배경과 인물의 처지가 저와 비슷한 느낌이 있어 더 많은 감동으로 와 닿았었습니다. 요즘도 가끔 뒤적거리는 책 중 하나이고, 그 책에 감동을 받아 하이타니의 다른 작품들도 모두 찾아 읽었습니다. 작가는 내 인생이 중요하듯 타인 인생도 둘도 없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교육이란 결국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서 시작됨을, 좋은 교사에겐 지적 능력에 앞서 올곧은 마음과 인내심이 필요함을 느낍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이 결국 무산됐습니다. 교육장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교육장님께선 지난 3월 통영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우리 모두 행복한 학교를 위한 함께 만드는 인권’이라는 주제로 특강도 하셨죠.

경남 학생 인권조례 제정이 무산돼 무척 아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례 제정 여부와 상관없이 학교에서 학생이 인권의 주체이며, 민주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는 민주적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해 교육공동체가 모두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이를 위한 지원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지난 3월 통영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 60명을 만나 학교에서 '인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학생들이 직접 만든 '인권 선언문'을 낭독하며 모든 학생들이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는 학교문화를 만들어가자는 다짐을 함께 했는데 오랜만에 학생들과 함께 해서 행복했습니다. 여기에 민주적이고 허용적인 학교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첫 걸음으로 유초중고특수학교 학교장 회의를 통영의 교육현안을 중심으로 한 토의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교육지원청에서도 매월 전 직원이 통영교육 또는 교육지원청의 운영 관련 주제로 다모임을 운영해 소통 기회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희 교육지원청부터 앞장서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민주적 직장문화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통영의 학부모, 교사, 학생, 그리고 교육지원청 직원들에게 교육장으로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서로 다른 우리를 인정하고 비교 말고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는 행복한 사회를 꿈꿔봅니다. 저부터 비교하지 않고 다름을 인정하며 함께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사회는 배움이 삶이 되는 평생학습사회입니다. 기존 학교 교육만으론 미래사회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핵심역량을 길러내기 어렵습니다. 통영교육지원청은 교육공동체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어울림 행정'으로 학생들이 바른 품성으로 더불어 각자 꿈을 가꾸고, 선생님은 긍지와 보람을 갖고 학생들의 다양한 성장을 도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학부모님과 지역 교육공동체의 믿음과 협력이 함께 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꽃으로 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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