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가 꿈꿔온 맛집' 강미라, 강호성 남매식당 B&S 대표
'남매가 꿈꿔온 맛집' 강미라, 강호성 남매식당 B&S 대표
  • 조현웅 기자
  • 승인 2019.05.23 18:3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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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라, 강호성 남매는 '우리 나이들면 같이 식당하자'는 꿈을 위해 2016년 고향 진주서 가게를 오픈했다.

진주 초전동에 위치한 퓨전레스토랑 ‘남매식당’.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자리를 잡고, 이곳의 대표메뉴인 ‘청양고추파스타’를 시켰다. 보통의 파스타는 느끼해 금방 물리는데 비해 청양고추파스타는 청양고추가 파스타의 느끼함을 잡아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손님들이 시킨 메뉴에도 항상 청양고추파스타가 들어가는 걸 보니 다들 청양고추와 파스타의 만남을 매력적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주방에선 손님상에 나갈 요리준비가 한창이다. 그런데 요리를 하고 있는 남녀 쉐프가 참 다정해 보였다. 서로 투덜대는 모습이었지만 직원 이상의 가까운 사이처럼 보여 ‘애인’을 떠올렸지만 이내 이곳 상호가 남매식당이란 걸 깨닫고 이들이 ‘남매’라는 걸 확신했다. 나이도 그리 많지 않아 보이는 남매가 어찌하여 함께 식당을 운영하게 된 것일까. 그들의 스토리가 궁금해 남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편집자 주-

 

“30살에 동생과 우리 가게 갖는 것, 꿈이었어요”

남매식당의 정식명칭은 ‘남매식당 B&S’다. B&S는 Brother, Sister의 약자다. 이곳을 이끌고 있는 남매 중 누나인 강미라 대표는 쉐프의 꿈을 안고 남해도립대학 조리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창원풀만호텔에 취직해 6년간 근무했다. 풀만호텔에서 대리까지 승진한 그녀였기에 일명 ‘평생직장’으로서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30살께 동생과 함께 우리 가게를 차리겠다는 목표 때문이었다. 당시 27살이었던 그녀는 미래의 ‘남매가게’를 위해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견문을 넓혀야겠다고 생각해 서울로 상경했다. 상식적으로 요식은 물론 모든 유행은 서울에서 내려오기 때문에 지역 인프라 보단 서울이 낫다고 판단해서다. 서울로 상경한 그녀는 선배 소개로 서울유명레스토랑에 취직했다. 그녀는 유명레스토랑에서 일을 배울 수 있어 기뻤지만 이때가 짧은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고 했다. 레스토랑은 그동안 그녀가 경험했던 호텔과는 전혀 반대되는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호텔은 대량, 레스토랑은 단품을 기준으로 하니 업무 자체가 전혀 달랐다. 또 호텔은 홀과 주방이 철저히 구분되어 있는 반면 레스토랑은 모든 부분에서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해 처음에는 잘 적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때의 경험이 지금 남매식당을 운영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만약 서울서 이 같은 경험을 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남매식당을 절대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참 잘한 선택이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얼마 되지 않아 그녀는 멀티플레이어가 됐다. 특별한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니다. 단순히 육체적 힘듬은 이를 악물고 버티고, 정신적 힘듬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순응했다. 오히려 내려놓으니 스펀지처럼 업무를 완전히 자기의 것으로 흡수해버렸고, 29살이 되던 해 그녀는 꿈을 이루기 위해 고향 진주로 내려왔다.

 

강호성 대표는 누나인 강미라 대표의 영향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그는 2살 위 누나가 조리과를 졸업한 뒤 쉐프처럼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반해 요리에 빠졌다. 또 누나와 함께하면 시너지효과도 뛰어날 것이라 느꼈다고 한다.

“누나 영향으로 요리 시작하게 됐어요”

동생인 강호성 대표는 대학진학을 앞두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 2살 위 누나 강미라 대표가 대학을 일찍 졸업하고, 좋아하는 일로 돈 버는 모습에 반해 자신도 요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고. 어릴 때부터 남매가 함께 자랐으니 자연스레 누나의 영향을 받아 요리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그래서 강 대표는 누나에게 자신이 요리를 하는 것에 대해 상담을 받았는데, 예상외로 누나는 요리를 추천하지 않았다고 한다. 누나가 동생보다 2년 앞서 요리의 길을 걸어보니 보이는 것처럼 쉽지 않아 동생에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아서였다. 하지만 강 대표는 자신이 평소 요리를 즐겨하기도 했고, 누나와 같은 길을 가면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에 누나와 같은 남해도립대학 조리과에 입학했다.

강 대표가 1년여 정도 요리를 배웠을까. 이제 막 요리에 대해 눈을 뜨고 있는데, 군 입대로 인해 2년간 공백이 생겼다. 게다가 취사병으로 입대한 것도 아니었기에 그는 2년여 동안 칼 한번 쥐지 못한 채 전역을 맞았다. 감은 감대로 모두 떨어진 상태였다. 때문에 강 대표는 복학보단 필드에서 감을 찾는 걸 택했다. 진주 평거동에 위치한 레스토랑에 들어가 설거지부터 양파 까는 것까지 처음부터 시작했다. 1년여 정도 시간이 지난 뒤 어느 정도 감을 찾은 강 대표는 학업을 마저 끝내야겠단 생각에 복학했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야간에는 꾸준히 필드 경험을 쌓았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그는 진주 업계에서 조금씩 입소문 났고, 졸업 후 여러 곳에서 제의가 왔지만 오픈을 앞둔 가게에 실장으로 들어갔다. 오픈매장이라 나태해지지 않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였다.

오픈매장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갈 때 쯤 누나로부터 서울로 상경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도 누나와 함께 꿈꿨던 우리 가게를 위해 함께 올라가기로 결심했다. 서울에서 그는 2년 남짓한 시간동안 많은 곳을 돌며 동남아시아 요리, 호주 브런치 등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다. 이후 27살이 되던 해 꿈을 위해 진주로 돌아왔다.

“서울에 2년 정도 있었는데, 정말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배운 것 같아요. 정착할 생각이었다면 한곳에 머물렀겠지만 누나와 함께 꿈꿨 것이 누나가 30살, 제가 28살이 되는 해 우리 가게를 갖는 것이었거든요. 그래서 서울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아 우리만의 레시피로 흡수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렇게 돌아다닌 것 같아요”

 

진주 초전동에 위치한 퓨전레스토랑 '남매식당'.
진주 초전동 1712-6에 위치한 퓨전레스토랑 '남매식당'.
강미라 대표는 한식전공, 강호성 대표는 양식전공이다. 이들이 머리를 맞대 탄생한 수많은 퓨전요리들. 좌측부터 청양고추파스타, 베이컨 쉬림프 포테이토 피자.

‘꿈’이라 쓰고 ‘남매식당’이라 부른다

2016년 진주서 뭉친 남매는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배움을 바탕으로 가게 오픈을 준비했다. 당초 평거동에 가게를 오픈하려고 생각했으나 주차문제 등으로 포기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지금의 남매식당 위치인 초전동이다. 당시 초전동은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허허벌판이었다. 그럼에도 남매는 비전을 느꼈다고 한다. 특별한 근거도 없이 그저 감에 따른 것이었다고. 그래서 남매도 “지금은 초전동에 수많은 가게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우리가 생각했던 비전과 맞아 떨어졌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자리에 들어오는 건 ‘맨땅에 헤딩’이었다”며 “왜 그런 근거도 없는 모험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젊음의 패기였나”며 웃어 보였다.

남매는 가게 자리 선정을 끝냈으니 가게 이름을 정해야 했다. 몇몇 후보가 있었지만 남매식당은 강미라 대표가 강력하게 어필해 정해진 이름이라고 했다. 하지만 강미라 대표 외에는 모두가 반대했다고. 집안 어른들도 ‘남매식당이 뭐냐, 된장찌개 파는 집도 아니고…차라리 남매레스토랑을 해라’며 정색하셨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고집을 꺾지 않았고 2016년 퓨전레스토랑 ‘남매식당 B&S’을 오픈했다.

강미라 대표는 “레스토랑이란 이름은 양식만 할 것 같은 울타리로 느껴졌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고 싶었기에 식당이라 이름 지었다. 남매는 남매가 함께 운영하는 특색은 물론 어렵고 화려한 이름보다 손님들께 쉽게 기억될 수 있어 붙였다. 결과적으로 손님들도 확실히 잘 기억해주시고, 음식도 양식에 국한되지 않아 잘 지은 것 같다.(웃음)”고 설명했다.

오픈 첫날부터 남매식당은 성공적이었다. 따로 홍보를 한 적도 없고, 지인을 초대하지도 않았다. 단지 SNS에 ‘오늘은 페인트를 했다’, ‘도배를 했다’ 등 남매식당의 오픈준비 과정을 올렸을 뿐이다. 헌데 준비과정을 올림으로서 고객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고, 홍보와 지인초대 없이도 남매식당은 만석을 이뤘다.

허허벌판에서 시작한 남매식당은 어느덧 3년이 흘러 초전동 터줏대감이 됐다. 그동안 남매는 가게를 오픈하며 다짐했던 새로운 꿈도 이뤘다. 최근 부모님께 집을 사드린 것이다. 남매는 부모님이 모아두신 돈에 3년간 자신들이 번 돈을 더해 자그만 집을 선물했다. 명심보감의 ‘자식이 효도하면 어버이는 즐겁고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남매의 효심(孝心)이 남매식당 성공원인은 아닐까. 그들은 또다른 꿈을 향해 오늘도 함께 남매식당으로 향한다.

조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