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순의 커피인문학] 커피를 널리 전파한 수피교의 데르비쉬
[박영순의 커피인문학] 커피를 널리 전파한 수피교의 데르비쉬
  • 박영순
  • 승인 2019.10.0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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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인연이 깊은 종교가 이슬람교, 그 중에서도 ‘수피즘(Sufism)’이다. 수피교도들은 신과의 직접적인 교류를 시도한다는 측면에서 신비주의자들이라고 불렸다. 생활이 결코 허황되지 않고, 철저한 금욕주의 입장에서 자기 수행과 고행을 실천한 수행자들이다.

수피라고 불린 이유에 대해서는 ‘지혜’라는 뜻의 그리스어 소피아(Sophia)에서 비롯됐다는 설, ‘순수’를 의미하는 아랍어 ‘사파(Safa)’에서 유래했다는 설, 마호메트가 최초로 세운 메디나의 성원(Mosque)에서 맨 앞줄을 뜻하는 ‘수파(Suffa)’에서 왔다는 등 여러 견해가 있다. 수피들이 주로 입고 다니는 하얀색 양털 옷인 ‘수프(Suf)’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설이 현재로서는 가장 타당성이 있다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7~8세기 이슬람권으로 커피를 퍼트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수피교(Sufism)의 수피댄스. 이들은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는 세마(Sema) 의식을 통해 신과 만나는 것을 추구했다. 사진=<커피인문학> 제공.

수피의 시조는 우마이야 왕조(Umayyad dynasty; 661~750) 때 바스라(Basra; 이라크 남동부에 있는 도시)를 중심으로 활동한 신학자이자 수도승이었던 하산 알바스리(Hasan al-Basri; 642~728)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굶주림과 가난을 정의로, 부를 옳은 길에서 벗어나게 하는 악으로 보고 스스로 양털로 만든 거친 옷만을 입고 수행하며 설교했다. 무슬림에게 양털 옷은 곧 가난과 금욕적 삶을 상징한다. 수피들은 자신들의 복장이 아담과 이브가 에덴 동산에서 추방될 때 입은 것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수피는 이슬람 초창기 300년간은 개인의 금욕주의를 실천하는 정도에 그치면서 세력화하지 않았지만, 단체로 춤을 추고 노래하는 특이한 의식 때문에 무슬림들의 주목을 끌며 아랍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수피즘 내지 이슬람 신비주의는 현재 전 세계 무슬림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러 종파 가운데 수피가 커피를 가까이 한 데에는 금욕주의가 한 몫을 했다. 쓴맛과 텁텁함으로 식욕을 떨어뜨리는 커피는 음식을 멀리하려는 수피들에게는 제격이었다. 이슬람교도들이 조상으로 여기는 아브라함이 ‘신의 친구’라는 반열에 오를 수 있던 것이 잠을 자지 않고 계속 기도했기 때문이라고 여긴 그들의 신념도 커피 전파에 기여했다. 아브라함을 본받아 밤새 기도하려는 수피들에게 각성효과로 졸음을 쫓아주는 커피는 ‘신이 내린 음료’와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커피를 마시면 지옥 불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소문도 늘 커피를 곁에 두고 금욕과 고행을 거듭하는 수피 수도승들에게서 비롯됐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결국 수피들의 의식에 커피가 포함된다. 이들은 빙글빙글 도는 춤을 추며 황홀경에 빠지고 이 과정을 통해 신을 만날 수 있다고 믿었다. 수피들은 ‘수피댄스’를 추기 전에 빙둘러 앉아 빨간색 커피 잔에 커피를 따라 돌려 마신다. 빨간색 커피 잔은 수피들에게 ‘신과의 합일에 다다르는 관문’을 의미한다. 커피를 돌려 마시는 의식은 신과의 합일에 도달하기 위한 첫걸음인 것이다. 모든 수피들이 커피를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종단에 따라 이슬람에서 금기하는 술을 마시기도 하고 마리화나를 피우며 황홀경에 빠지기도 한다.

터키 이스탄불의 블루모스크. 이슬람교도들은 하느님과 자신 사이에 성직자가 필요 없다고 본다. 스스로 명상과 기도를 통해 신을 만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사진=박영순 제공.

마울라위(Mawlawi) 종단의 수피들은 커피를 마시는 의식을 거행했다. 수피댄스는 피리를 불며 시작한다. 의식이 시작되면 이들은 무덤을 상징하는 검은색 겉옷을 벗는데, 자신의 무덤에서 나와 신과 합일을 이루기 위한 것을 의미한다. 한 손은 하늘을 가리키고 다른 손은 땅을 가르킨 채 천천히 돌기 시작하는데,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축복을 사람들에게 전한다는 행동이다. 느리게 시작한 춤은 갈수록 빨라지며 수피들은 몰아경에 빠진다. 이 과정은 많은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수반하는데, 이러한 고통을 극복하고 신과의 합일을 이루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마울라위 종단의 본산이 터키의 콘야(Konya) 지역에는 세계 각지에서 수피댄스를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명소이다. 수피댄스는 터키어로 ‘세마(Sema)’ 또는 데르비쉬(Dervish)라고 불리며 200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글/박영순 커피비평가협회(CCA)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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