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권씩] 오직 현재만 있는 일탈의 설레임 '여행의 이유'
[한 달에 한 권씩] 오직 현재만 있는 일탈의 설레임 '여행의 이유'
  • 미디어팜
  • 승인 2019.06.2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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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는 무엇일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해외든 국내든 여행을 떠난다. 그 수많은 인파를 고려한다면 여행이란 인간에게 본래적으로 내재한 어떤 본성 같은 것이 아닐까.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도 인류를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즉 여행하는 인간으로 정의했다고 하니 여행이 인류의 본능이라고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하다. 저자는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고 있다. 인생이 곧 여행이요, 여행이 곧 인생이라는 것이다. 그 정도로 저자에게 여행이란 자신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확고부동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저자는 여행을 많이 다녔다. 그 여행 경험의 산물이 이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여행에 대한 여러 생각의 파편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이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의미의 전부이다.

고단한 일상을 떠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간다는 것은 분명히 매력적인 일이다. ‘새로움’의 영역은 항상 인간을 설레게 한다. 새로운 경험, 새로운 환경, 새로운 문물, 새로운 사랑 등은 인간에게 긍정적인 활력을 불러일으킨다. 왜냐하면 익숙하게 구축된 나의 일상은 더 이상 변경이 불가능한 하나의 ‘사실’이지만 그 ‘사실‘로부터 떠나간다는 것은 그 ‘사실‘을 리셋하는 마술적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일컬어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라고 칭한다. 호텔은 바로 그 대표적인 예증이다. 여행지에서 호텔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일상의 의무으로부터 해방된다. 설거지, 빨래, 청소 같은 의무는 더이상 나의 과제가 아니다. 모든 것은 리셋되어져 있고 일상은 그 흔적조차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그야말로 ‘여행은 일상의 부재’인 것이다. 우리가 여행을 소망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아마도 일상을 지워버리고자 하는 일탈의 설레임임을 이 책은 명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여행의 과정은 떠나기 전 설레임에 비해 꽤 고단하다. 하지만 우리가 여행을 통해 얻게 되는 경험은 일상의 그것과는 매우 다르다. 익숙한 공간과 시간 속에서 우리는 항상 미래를 걱정한다. 내가 살아온 과거를 기반으로 미래를 계획하고 설계하는 것이 일상의 인생이다. 그러나 여행지에선 미래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게 된다. 여행지에선 ‘오직 현재‘만 존재할 뿐이다. 여행 기간 중에는 매순간 다가오는 당면 과제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미래에 대해서는 불확실, 불안, 걱정, 두려움과 같은 감정들만이 존재할 뿐 구체적인 미래에 대한 계획은 무의미하다. 여행지에서는 내가 구축해 놓은 과거의 커리어가 전무하므로 미래에 대한 설계도 있을 수가 없다. ‘오직 현재‘에만 집중하다보면 여행은 그런대로 나름의 의미를 구성하게 된다. 어쩌면 그것이 여행의 이유인지도 모른다. 일상에선 ‘오직 현재‘에만 집중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여행을 통해서만이라도 ‘오직 현재‘를 경험하고 싶은 것이다. 저자는 ‘오직 현재‘의 경험이 일상을 환기시키고, 그것이 일상을 더욱 의미있게 구성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여행의 고단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저자는 성공적인 여행보다 실패한 여행을 선호한다. 우리는 여행을 가기 전 이러저러한 계획을 세운다. 블로그를 검색하고 차편을 알아보며 관람할 훌륭한 장소를 물색한다. 모든 여행자는 그렇게 짜여진 틀 안에서 여행하길 희망한다. 그러나 그런 여행은 이야깃거리가 없다. 여행이 일종의 일탈이라면 정해진 여행계획의 불발은 말 그대로 ‘일탈 속 일탈‘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한 여행은 여행의 의미를 극대화한다. 정해진 틀 내에서 행해진 여행은 기억할 거리도 없고 남들에게 이야기할 거리도 없다. 우리가 여행을 다녀와서 주위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여행담의 대부분이 여행지에서의 실패담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에서 들려주는 여행담의 대부분도 저자의 실패한 여행담이다. 그 여행담 속엔 저자의 인생과 소망이 담겨있다. 인생이 여정이라면 저자의 여행담을 따라가 보는 것도 무의미한 일은 아닐 듯 싶다.

글/자율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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